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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성(性)비행이 잇따르는 이유는

가출 등 위기청소년 10명 중 6명 조건만남 경험…70%가 채팅앱 이용
전문가 "쉽게 성 사고팔려는 어른들 잘못…미성년자 유인방지법 필요"

(전국=뉴스1) 최대호 기자, 권혁민 기자 | 2017-10-16 14:22 송고 | 2017-10-16 14:43 최종수정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조건만남을 강요받은 10대 소녀가 에이즈에 감염되고, 고등학교 재학생들이 후배 여중생에게 성매매를 알선하는 이른바 '포주' 역할을 하는 등 최근 청소년 성(性) 비행이 잇따르고 있다.

10대들의 성매매와 관련한 범죄행위들이 갈수록 도를 지나치고 있는 것도 충격적인 일이지만 에이즈 감염 사례를 볼 때 성에 무지한 청소년들이 성병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상황의 심각성을 더한다.
사회는 조건만남으로 성인들을 유인해 성매매에 나서는 청소년들을 비난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상을 불문하고 성을 사고파는 '어른들의 잘못'에서 비롯된 문제로 진단한다.

성 구매자인 어른들이 성매매를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어른들이 아이들을 극악한 환경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동시에 성매매에 관련된 청소년 대부분이 휴대전화 채팅 애플리케이션이나 온라인 채팅 사이트를 이용한 점에서 그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잇따르는 청소년 성 비행…성매매 온상 된 '채팅 앱'

조건만남 과정에 에이즈에 감염된 A양(15)은 중학생이년 지난해 불특정 남성들과 수차례 성적 만남을 가졌다. 친구를 통해 알게 된 20대 남성이 A양에게 성매매를 강요했고 그 과정에 에이즈에 감염된 것이다.

하지만 A양에게 에이즈를 감염시킨 이가 누구인지, 또 이후 A양과 성관계를 가진 이들은 또 누구인지 추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가입자 신상정보를 등록할 필요가 없는 휴대전화 채팅 앱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채팅 앱에서 행해진 대화도 사실상 확인할 길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채팅 앱을 이용한 청소년들의 성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올 3월 용인지역에서 남자 고등학생 5명이 여자 중학생에게 40여 차례 성매매를 하도록 해 재판에 넘겨진 사례도 있는데 이들 또한 채팅 앱을 이용해 범행했다.

제주에서는 추석연휴 기간인 이달 4~9일 남녀 고등학생 6명이 채팅 앱을 활용해 조건만남 성인 6명을 유인한 뒤 "미성년자와의 성매매를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3800여만원을 갈취한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채팅 앱이 청소년 성매매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 성매매 조건만남 경로. 여성가족부 제공. © News1
청소년 성매매 조건만남 경로. 여성가족부 제공. © News1

◇성매매 조장 '채팅 앱' 활개…손 놓은 당국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여성가족부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2016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매매를 조장하는 앱만 317개에 관련 웹사이트도 108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매매 조장 앱 317개 가운데 278개(87.7%)는 본인인증이나 기기인증 없이 사용이 가능했다.

또 연구원이 19세 미만 위기청소년 198명을 대상으로 성매매 실태를 파악한 결과 성매매·가출 등 위기를 경험했다고 한 응답자 173명 중 107명(61.8%)이 조건만남 경험이 있다고 했다.

조건만남을 한 청소년의 74.5%가 채팅 앱과 채팅사이트를 매개체로 활용했으며 절반에 가까운 48.6%의 학생들이 임신 또는 성병 등 신체적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성매매를 조장하는 채팅 앱을 규제할 법령 등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사실상 처벌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채팅 앱 등이 청소년 성매매의 온상이 되고 있지만 그에 대한 규제나 법령이 하나도 마련돼 있지 않다"며 "하루빨리 법을 만들고 관련 전담팀 등을 구성해야 한다. 아이들을 성적 욕구 해소의 대상으로 삼는 행위에 대해 '성착취'로 규정해 강력한 처벌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실태조사를 의뢰한 여성가족부는 "채팅 앱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활성화하고 피해자 보호·지원과 알선업자에 대한 단속·수사·처벌을 강화하는데 관계부처 간  힘을 모아 현장집행력을 높여 가겠다"고 밝혔다.

◇전문가 "청소년 성매매·성범죄, 100% 어른들의 잘못"

10대 청소년 에이즈 감염 사건을 언론보도로 접한 대다수 어른들은 '청소년들의 일탈'에 대해 탄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잘못이 아닌 어른들의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조진경 대표는 "10대 청소년의 에이즈 감염은 시간의 문제였다. 그 간 수차례 문제제기를 해왔으나 정부 당국은 '규제할 방법이 없다'며 성매매 조장 채팅 앱 개설자 등에 대해 손을 놓고 사실상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른들이)자신의 욕망해소 도구로 청소년들을 이용하는데 사회는 그 아이들 탓만 하고 있다"며 "자생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청소년들은 없다. 첫 계기가 어른이었을 것이고 성매매를 활용해 또래 친구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하는 청소년들도 어른에게서 돈벌이가 된다는 사실을 배웠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100% 어른들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미성년자들의 성을 쉽게 사고 팔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생각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청소년들은 호기심에 (성매매를)했다가 그 어떤 문제로부터 방어할 수 없어 결국 범죄에 노출된다"며 "정부가 채팅 앱을 제재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우선 어른들이 미성년자를 유인하려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어른들이 온라인상에서 미성년자를 유인하는 글을 게재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할 수 있는 이른바 '미성년자 유인 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미성년자 유인 관련 신고 포상금제를 실시하면 많은 부분이 정리될 수 있다고 본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sun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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