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지방 > 제주

“제주 바람공장에 사는 독수리오남매 가족을 아시나요?”

[제주에 혼듸 살아요] 21. 김정아 카카오패밀리 대표
인성·에너지 연계 교육콘텐츠 제작…카카오 공정무역 실천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 2017-10-14 15:32 송고 | 2017-10-14 16:11 최종수정
편집자주 제주가 연간 전입자 수 10만 명 시대를 맞이했다. 이주민들이 제주 곳곳에 스며들면서 제주민들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제주에 애정을 품고 온 이주민들은 더 나은 제주를 위해 ‘나’와 더불어 ‘우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혼듸(함께의 제주말) 제주’를 2017년 대주제로 내건 뉴스1 제주본부는 ‘제주에 혼듸 살아요’라는 주제로 올 한 해 동안 2주에 한 번씩 이들의 고민을 담아보고자 한다.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에 사는 김정아씨 가족.  (왼쪽부터) 남편 이인욱씨(41), 셋째 준하군(11), 첫째 예하양(14), 다섯째 민하군(3), 넷째 도하군(7), 김정아씨(40), 둘째 찬하군(14)이 나란히 손을 잡고 있다. (김정아씨 제공) 2017.10.14/뉴스1 © News1

1987년 제주에 첫 발을 디뎠던 10살 소녀가 다섯 아이의 엄마가 되어 어언 30년 만에 다시 제주에 돌아왔다.

학창시절을 보낸 제주에서 친정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처음엔 딱 1년만 살아보자는 마음이었는데 2013년 1월에 시작한 제주에서의 삶은 5년째 이어지고 있다.

과테말라에서 멕시코로, 멕시코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로 이주해 온 김정아씨(40) 가족의 이야기다.

중남미에서 카카오의 매력에 빠지게 된 김씨는 보다 공정한 방법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카카오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카카오패밀리샵’을 차리게 됐다.

풍력에너지를 전공했던 남편 이인욱씨(41)는 바람 많은 제주에서 에너지에 대한 교육콘텐츠를 만드는 ‘바람공장’을 차렸다.

동네에서 일명 '독수리오남매'라고 불리는 쌍둥이 예하(14·여)·찬하(14)부터 준하(11) 도하(7) 민하(3)까지 아이들 모두 제주에서의 삶을 즐기고 있다.

여느 아이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셋째 준하를 제외하곤 모두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는 것이다.

◇ “마음에 충격을 받아야 실천으로 이어져”

12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카카오패밀리샵'에서 김정아씨(40)가 뉴스1 제주본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0.14/뉴스1 © News1 안서연 기자

2013년까지만 해도 제주시 구좌읍에는 이주민이 많지 않았다.

물질을 다녔던 이모들은 할머니가 됐고 인근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없어 폐교가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어떻게 해야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김씨 부부는 구좌읍 곳곳에 있는 풍력발전기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과연 이 마을에 사는 아이들이 풍력발전기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알고 있을지 궁금했고, 단순히 ‘이론’만 아는 게 아니라 ‘삶’ 속에서 에너지의 가치를 느끼길 바랐다.

김씨는 “제주는 2030년 탄소없는 섬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른이 된 아이들이 과연 그 시대를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며 “틀에 박힌 교육만으로는 온전히 전달할 수 없는 에너지의 가치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인성교육’이다.

언뜻보면 전혀 관계없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자연을 지키기 위해 ‘에너지’는 ‘절약’이 필요하고 ‘절약’은 ‘습관’에서 비롯되고 ‘습관’은 ‘성품’에서 만들어진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에너지를 비롯한 다양한 주제와 인성덕목을 연계해 교육콘텐츠를 개발하자 인근 유치원을 비롯해 유아교육진흥원에서도 교사 연수를 위해 이들 부부를 찾았다.

하도초등학교와 교육기부 MOU를 맺고 ‘지르고 부르고 구르며 배우는 심성놀이’를 진행한 지도 벌써 4년이나 됐다. 전교생이 함께 신체게임을 통해 수업을 진행하고 수업 후 몸으로 배운 인성덕목을 자연스럽게 생활에 연계한 것이 특징이다.

에너지절약, 녹색성장, 제주4·3, 제주어보존, 생명존중 등 매달 다른 주제로 진행한 이 콘텐츠는 ‘우수 인성교육프로그램’으로 꼽혀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인증서를 받기도 했다.

김씨는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에너지 절약 방안을 카드에 적고 SNS를 통해 모집한 이들에게 우편으로 전달했던 도아(島兒, 섬의 아이)의 바람(wish)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다”며 “전국으로 흩어졌다 격려의 말을 실은 채 되돌아온 카드를 본 아이들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씨 부부의 교육방식은 마음에 충격을 주는 것이다. 스스로 느껴야만 실천하려는 의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교과서보다는 삶 속에서 세상을 배워가길 바란다”고 말하는 이들 부부는 자녀들에게 하루에 2시간만 공부를 하도록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도록 했다.

이미 중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한 첫째 예하와 둘째 찬하는 테왁(해녀 물질 도구)을 컨셉으로 한 목걸이와 가죽공예작품을 각각 만들어 세화해변에서 열리는 프리마켓 ‘벨롱장’에 나가 팔고 있다.

김씨는 “첫째와 둘째도 초등학교에 다니긴 했지만 중학교에는 진학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혀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지켜봐주고 있다”며 “본인 의사에 따라 셋째는 학교에 가고 넷째와 막내는 남편과 번갈아가며 보고 있는데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많아서 참 좋다”고 말했다.

◇ 공정무역·사회환원 중요…‘카카오패밀리’ 운영

김정아씨 가족. (김정아씨 제공) © News1

김씨 부부의 삶이 분주한 또 하나의 이유는 ‘카카오패밀리’ 운영 때문이다.

정성을 다해 카카오를 수확하는 농민들이 불공정한 무역 구조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한 댓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을 본 김씨 부부는 공정한 유통망을 갖춰야겠다고 생각했다.

중남미 현지에서 카카오생두를 직접 수입해 로스팅을 하고 제품을 만들어 판매함으로써 카카오의 가치를 알리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무암을 닮은 카카오닙스, 화산송이를 닮은 스위트 카카오닙스, 돌담을 닮은 토피닙스, 알작지를 담은 카카오볼, 뿔소라를 닮은 카카오캔디 등 제주의 이미지를 입은 카카오로 재탄생시키면서 내노라하는 초콜렛업계 관계자들이 샵을 찾아오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해 소비자를 모으고, 소비자의 이름을 내건 카카오나무를 과테말라에 심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가난한 과테말라 사람들에게 카카오나무 묘목을 기증하고, 5년 후 수확한 열매를 김씨 부부가 사들이겠다는 계획이다.

김씨는 “과테말라에 우리 땅이 있는 건 아니지만 농민들의 집 마당에 나무 한 그루씩을 심도록 하고, 열매가 자라면 이들이 정당한 수익을 가져갈 수 있게끔 우리가 직접 구입할 계획”이라며 “카카오 먹거리에 대한 바른 가치관이 제주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의 바람을 맞으며 자라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김씨 부부는 ‘이곳에서 번 돈을 어떻게 환원활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마을사람들과 함께 ‘사회적경제 공부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는 김씨는 “이주민들끼리 서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각자가 가진 것을 나누며 서로 인사할 수 있는 마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asy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