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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간 대중 농락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그간 무슨 일이?

12년 전 '감동' 제보글…"기회주면 열심히 살겠다"
모금 과정서 변질된듯… "치매 앓는다" 황당주장까지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2017-10-12 18:28 송고 | 2017-10-13 20:51 최종수정
여중생 살해·시신 유기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모(35)씨가 11일 딸과 함께 거주했던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택에서 열린 현장 검증을 마친 뒤 이송되고 있다. © News1 오대일 기자
여중생 살해·시신 유기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모(35)씨가 11일 딸과 함께 거주했던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택에서 열린 현장 검증을 마친 뒤 이송되고 있다. © News1 오대일 기자

중학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이 일주일째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그가 모금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인 2005년 한 방송사에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감동 제보글에 관심이 모인다. 
이씨는 당시 사연을 통해 "올해 23살인 이영학이라고 합니다. 아내는 19살, 아기는 1살"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구구절절이 밝혔다. 그는 "이쁜 우리천사에게 저와 같은 혹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병원비를 마련할 수 있게 작은가게라도 가지는 것이 소원이다"고 읍소했다.

이 글이 작성된 2005년 6월은 희귀병을 앓는 이씨 가족의 사연이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시기였다. 이씨는 2005년 말부터 방송에 출연하기 시작했고, 1년 뒤인 2006년 국토대장정을 하며 본격적으로 모금운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이씨는 방송과 출판 등을 통해 끌어모은 후원액으로 딸의 거대백악종 수술을 하고 생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본인이 알츠하이머를 앓으며 딸에 대한 기억을 잃어간다고 밝히는 등 황당한 주장도 이어졌다.

결국 이번 살인사건으로 12년간 대중을 우롱한 '어금니 아빠' 이씨의 이중적 실체가 드러나게 됐다.
이영학이 2005년경 한 방송사 TV프로그램에 보낸 사연신청글 © News1
이영학이 2005년경 한 방송사 TV프로그램에 보낸 사연신청글 © News1

◇방송사에 사연신청 "작은가게 갖는 게 소원…병원비 마련하겠다"

12일 <뉴스1> 취재결과 희귀병을 앓던 이영학 부녀의 사연은 2005년 6월 서울의 한 구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처음 등장했다. 이씨는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보내는 사연신청글에서 "딸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각오로 중국집 배달을 하고 있다. 매일 배달하고 집에 오면 밤 12시 정도 된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이씨는 절박한 표현으로 심경을 전했다. 그는 "제가 감히 바라는 건 딸 병원비를 마련할 수 있게 작은 가게라도 가지는 것"이라며 "제발 딸과 우리 가족이 살아갈 수 있도록 희망을 달라"고 썼다.  

이어 이씨는 "딸을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 기회를 주신다면 열심히 살겠다"고 덧붙이며 자신의 메일주소를 공개했다. 돈을 보내달라거나 후원을 받는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글은 이씨 가족의 사연이 대중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희소 난치병인 거대백악종을 앓는 두 부녀의 사연은 2005년 말쯤 방송사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아울러 이때는 이씨가 후원 블로그와 홈페이지 등을 개설하기 1년 전 시점이었다. 이씨는 2006년 8월쯤부터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자신의 사연과 후원계좌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2005년 사연신청글에 담긴 이씨의 심경이 더욱 간절하게 와닿는 이유다.

/뉴스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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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운동 과정서 변질된 진심…"알츠하이머 앓는다" 주장까지


이영학의 태도는 이후 그의 가족 사연이 대중에 본격적으로 알려지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휴대폰 1000원 모금을 받는다'며 후원계좌를 공개하는 한편, 홈페이지·블로그·SNS·유튜브 등을 통해 전방위 모금활동에 나선다.

또 '어금니 아빠의 행복'이란 제목으로 책을 출간하고 미국을 방문해 캐릭터 탈을 쓰고 후원금 모금에 나선 것도 이 무렵이다.

급기야 이씨는 동영상과 글을 통해 '알츠하이머를 앓아 매일 딸을 잊어가고 있다', '제 기억이 다 사라지기 전에 딸만큼은 꼭 수술해주고 싶다'는 등 다소 황당한 주장도 제기했다.

이씨는 2008년 8월 블로그에서 "포기않고 딸을 살리기 위해 뛰었지만 더 이상 제 몸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매일 조금씩 우리 천사를 잊어간다. 뇌간질과 치매 판정을 받고 기억이 사라져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씨의 소원은 3년 만에 '병원비 마련을 위해 작은 가게라도 가지는 것'에서 '더 늦기 전 수술비 마련을 위해 돈을 보내달라'는 내용으로 변질된 것이다.

결국 '시한부 인생'을 내건 이씨의 지난 모금 활동은 거짓으로 가득 찼던 것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오히려 모금한 돈으로 고급 승용차를 몰고 값비싼 혈통견을 분양받는 등 호화 생활을 해온 정황이 뉴스1 취재결과 드러났다.

아울러 이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에는 미성년자 성매매와 즉석만남 등 '엽색 행각'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되고, 포주 노릇을 하며 성매매를 알선하고 자신의 부인 최모씨(32)까지 성매매에 가담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뉴스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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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jun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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