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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수 권한대행 체제 장기화 … 헌법학자들 견해는

헌법학계, 헌재소장 없는 헌재는 '위헌소지'
"9인 재판부 완성돼도 소장 없을 땐 미완의 재판부"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7-10-13 06:00 송고 | 2017-10-13 09:10 최종수정
장진영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7.10.11/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청와대가 지난 10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헌법학계에서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야 3당은 헌법재판소 국정감사 보이콧을 논의하는 등 김이수 대행 거취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김 대행은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과 함께 ‘3K’로 불리며 야권의 거센 반대압박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김 대행은 세 후보자 가운데 흠결이 가장 적으면서도 결국 최종 임명되지 못해 ‘정쟁의 희생양’이라는 안타까움도 샀다.

그런데 청와대가 헌법 기본원리에 어긋나는 권한대행 체제의 장기화 방침을 발표하자 여론이 급반전하고 있다. 김이수 재판관의 헌법재판소장 적격 여부를 떠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청와대의 인사운용 방식에 헌법위반 소지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靑 언급한 권한대행 체제 지속 이유 세 가지… 헌법학자들 조목조목 반박

청와대는 김이수 헌재소장 대행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헌재 재판관들이 간담회에서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이유다.

둘째, 헌법재판소장 임기와 관련된 현행법의 미비로 헌재소장 임기 문제에 불확실성이 있어 국회가 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셋째, 헌재 소장을 새로 지명해도 국회의 동의절차를 통과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국회의 임명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헌법재판관 한 명을 임명해 9인 체제를 조속히 완비하겠다는 설명이었다.

많은 헌법학자들이 헌법재판소를 소장 없는 상태로 운용하겠다는 청와대 측의 주장에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비판한다.

헌법학자들이 주장하는 '위헌소지'의 근거 역시 크게 세 가지로 △ 헌법기관 구성의무 불이행 △국회의 헌법상 권한인 대통령 인사권 견제 무력화 △입법미비를 이유로 현행 법 준수 노력 부재 등을 들고 있다.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소장이 대법원장처럼 많은 권한이 있는 지위는 아니어도 헌법에 규정된 헌법기관으로 헌법적 지위를 갖는 국가기관이다"고 전제했다.

송 교수는 "헌법재판소라는 기관의 구성의 완전성은 소장의 임명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이는 대외적으로 대통령이나 국회, 법원에 대해 독립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 때문에 조속한 시일 내에 헌법기관 구성을 완료해야 할 의무가 대통령과 국회에 있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이 국회가 일부 고위공직자 임명에 동의하도록 정하고 있는 이유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통제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명칭만 헌재소장이냐 헌재소장 권한대행이냐의 문제일 뿐 국회의 임명 동의가 있든 없든 결과적으로는 같은 상황이 된 셈"이라며 "청와대가 헌법상 국회의 임명동의권을 사실상 무력화한 것으로 위헌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한대행이라는 장치는 불가피한 상태에 대비하기 위한 일시적이고 잠정적인 것"이라며 "전임 소장의 임기가 만료되고 후속적인 조치와 과정이 행해져야 하는데, 김이수 재판관의 퇴임 시까지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법적으로나 사실상의 이유로나 불가피한 상태로 보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경우 사실상 이전에 위헌으로 결정된 국무총리 서리제도와 다를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헌법재판소장 임기관련 입법미비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청와대에서 입법미비를 이유로 언급하고 있지만 헌재소장 임기 부분은 이미 수년전부터 국회에 관련 법안이 제기돼 있었고 이 문제는 이번 국회의 문제가 아닌 현 정부가 야당일 때에도 거론돼 왔던 문제"라고 지적했다.

◇ “법의 테두리 내에서 소장 임명 노력 계속해야”

이처럼 다수 전문가들은 청와대가 '소장 없는 헌재'를 운용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김이수 재판관의 잔여임기 때까지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조치에 비판과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여야 간 정쟁이나 임명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헌법이 정하고 있는 헌법기관 구성 의무를 게을리 하고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야말로 ‘인사권 전횡’으로 볼 수 있다는 날카로운 비판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에서 임명 동의를 부결한 김이수 재판관에게 헌재소장 권한대행 직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부적절하지 않냐는 취지의 질문에 "권한대행 부결이 아닌 헌재소장 임명 동의를 부결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국회서 (임명동의를) 부결했고 저희가 정말로 무시하고 한다면 법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다시 소장으로 지명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헌법학자들은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한 헌법학자는 "국회는 국회에 주어진 권한에 따라 임명동의를 부결한 것인데 마치 헌재소장 공백의 장기화가 국회의 탓인 것처럼 발언하는 태도는 이치에도 맞지 않고 상당히 부적절하다"고 평했다.

또 다른 헌법학자는 "임명동의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헌재소장이 아닌 국회 동의 없는 재판관을 임명해 소장 없는 9인 체제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9인 재판부가 완성되더라도 헌재 소장이 없다는 것 때문에 완성된 재판부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종수 교수는 "현행 법이 미비하더라도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현행 법질서에 따라 모든 절차가 이뤄지는 것이 합당하다"며 "(국회)회기가 변경되면 일사부재의 원칙이 적용이 안되니 김이수 재판관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를 다시 시도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현 상황을 헌법과 법의 틀 안에서 해결을 해야지 권한대행 체제를 김이수 재판관의 임기말까지 유지한다고 하는 발상은 헌법해석상 합당하다고 볼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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