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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원의 탐식 수필] 프랑스의 아메리카노 ‘카페 알롱제’

이국적 식탁 위에 오른 보편적 삶의 이야기

(서울=뉴스1) 김수경 에디터 | 2017-10-12 09:55 송고
편집자주 정상원 셰프의 세계 여러 나라 미식 골목 탐방기를 연재한다. 정상원 셰프는 프랑스 가정식 레스토랑 '르꼬숑'의 오너 셰프다.
남프랑스 꼬뜨다쥐르(Côte d’Azur-쪽빛 언덕)의 카페. 커피가 위 속으로 떨어지면 모든 것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생각은 즉시 떠오르고 원고지는 잉크로 덮인다. © News1

프랑스의 각 지역은 다양한 맛과 향으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미각과 후각을 도서관처럼 정리하여 분류하는 셰프들에게도 변화무쌍한 프랑스 감각을 상대하기란 쉽지 않다. 

“Un café allongé, S’il vous plaît. 연한 커피 한 잔 부탁합니다.” 이 주문은 감각의 휴식을 위한 선언문이다.
  
개인적으로 에스프레소는 자극이 강하고, 카페오레는 그 지역 우유의 리듬감에 몰입하게 돼 딱 1유로(약 1340원) 정도의 카페 알롱제가 적당한 듯하다. 
  
카페 알롱제(Café Allongé). 같은 양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에스프레소 더블은 두 잔의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는 한 잔의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 한 잔, 카페 알롱제는 에스프레소 싱글 분량의 커피를 두 배의 물로 내린 것. 커피에 포함된 카페인의 양은 카페 알롱제,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순으로 높다.© News1

프랑스의 카페 알롱제는 이탈리아에서 카페 ‘룽고’라 부른다.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타서 만드는 아메리카노와 달리 카페 알롱제는 더 많은 물을 통해 커피를 좀 더 긴 시간 추출한 에스프레소라고 볼 수 있다. 영미권에서는 롱 블랙이라고 부른다.

커피, 그들에게서 오지 않은…

프랑스에 커피가 전해진 것은 1644년. 그들은 새로운 것이 두려웠지만 이내 열광했다.© News1

프랑스 파리에 처음 커피가 입성한 것은 1669년, 지중해 최대의 항구도시 마르세유를 통해서이다.
  
새로운 맛의 첫 경험은 언제나 큰 파장을 일으킨다. 
  
한 수입상이 식용으로 금지되었던 토마토를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광장에 먹어 논란이 된 일화. 설탕과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도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커피 또한 교회에서 악마의 열매로 규정하여 금지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의 오스만 제국 외교관 아파트에서는 프랑스 정치인들이 모여 연일 커피를 우려 마셨고, 결국 커피는 유럽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됐다. 

지중해 앙티브의 카페 프로방샬. 커피는 양치기에 의해서 발견되었다. 그는 양 떼가 커피 열매를 뜯어먹은 후 언제나 기이한 흥분과 환희의 상태를 보이는 것을 알았다. 커피를 먹기 전 우리는 잠에 덜 깬 한 마리의 멍한 양에 지나지 않는다.© News1

19세기 초 파리는 시민혁명 시대의 중심점이었다. 1821년 나폴레옹이 서거한 해, 혁명이 태동하고 정치 사회와 문학, 예술이 인간을 바라보며 충돌하고 세상은 재탄생하고 있었다. 이 시기에 놀랍게도 파리 지식인들의 사이에서 가장 첨예한 논쟁거리는 커피를 어떻게 우려야 하는가였다. 

나폴레옹이 유배로 죽음을 맞이한 세인트헬레나 섬은 지금도 아라비카 커피 재배지로도 유명하다. 
  
나폴레옹은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커피뿐이다.”고 말했을 정도로, 그는 커피에 의존해 회고록을 남기며 마지막 생을 마감했다. 
  
커피를 놓고 카페에 둘러앉아 시민혁명을 논한 파리의 부르주아. 커피잔의 독립의 의지를 담아 결의를 다진 식민지의 지식인들. 근대의 역사는 커피 위에 쓰이고 있었다. 

저서 ‘미식 예찬’을 통해 프랑스 미식을 집대성한 브리야 샤바 랭은 “그해 프랑스에서 가장 첨예한 논쟁은 커피를 우리는 방법이었다. 이는 정부 수뇌부가 커피를 많이 마시기 때문이기도 했다. 최고의 요리사들로부터 찬물에 우리거나 압력을 가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제안되었다. 모든 방법을 시험해 본 결과 뒤벨루어 방식(à la Dubelloy)이 가장 좋았다. (거름망에 커피를 넣고 물을 붓는 방식)”라고 당시의 논쟁을 기술했다.

논쟁의 자리에 있어 커피는 알코올의 유일한 대안이다. 중세 교회는 커피를 악마의 열매로 규정했었지만, 커피와 카페 문화는 인본주의 토론과 프랑스 혁명의 구심점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였고, 교회가 우려한 그 일은 결국 커피에 의해 일어났다.© News1

인본주의 혁명의 요람 파리의 카페

1686년 파리에 지금으로 치면 ‘바리스타’라 불리는 한 웨이터의 이름을 딴 파리의 첫 커피전문점 ‘카페 프로코프(Café Procope)’가 오픈한다.

이 카페는 술의 대안을 찾던 지식인들의 살롱이 되었다. 특히, 디드로, 볼테르, 나폴레옹이 단골이었다. 
  
이후, 프로코프의 성공에 고무된 파리지엥들이 카페를 열기 시작했고, 카페 마고(Café duex Magots), 카페 플로르(Café de Flore)에는 사상가, 예술가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카페 드 플로르(Café de Flore). 파리의 카페 안에서는 명사들의 토론이 끊이지 않았다.© News1

파리의 오래된 카페에 앉아 당대의 지식인들의 논쟁을 유추하는 것은 커피향만큼이나 짙은 상념을 불러일으킨다. 18세기 고전 요리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누벨 퀴진(nouvelle cuisine, new cuisine)의 논쟁도 당대의 요리사들이 카페에 앉아 조리법을 담금질했으리라.

프로방스 도시 아를의 카페 드 뉘(Café de Nuit). “야행성 방랑자들은 머무를 돈이 없거나 너무 술에 취하면 이곳을 피난처로 삼는다.” 고흐의 그림 속 배경 Café de Care(역전다방)은 1888년 당시 24시간 영업을 했다.© News1

프로방스의 카페들도 예술가들의 은신처이자 작품의 소재가 되었다. 고흐의 유명한 그림 속 ‘밤의 카페(Café de Nuit) 또한 세상에 상처 입은 예술가들에게 안식과 영감을 주었다. 
  
그림 속 버려진 테이블은 고흐 자신을, 흩어져 있는 의자들은 사람들의 무관심을 표현했다. 
삼일 동안 한자리에 앉아 커피만 마시며 그림을 완성한 그에게서 커피의 아린 맛이 느껴진다. 두 달 뒤 폴 고갱은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그림을 그린다.

커피를 볶고 우리는 일련은 한편의 요리다.

아비뇽의 로스팅 하우스. 생 커피를 달인 물은 하찮은 음료에 불과하다. 그러나, 커피가 탄화炭化되면 향이 풍부해지고, 우리가 마시는 것과 같은 커피의 특징인 지방을 형성한다© News1

“악마와 같이 검으나 천사같이 순수하고, 지옥같이 뜨거우나 키스처럼 달콤하다.” –프랑스의 외교관이자 작가 탈레랑(1754-1838)

미식의 나라 프랑스인들은 커피를 카페에서 끌어내 식사의 일부로 편성한다. 커피는 식사에 맞춰 부드럽게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바게트와 크루아상도 커피의 곁에 놓이도록 식감이 변하기 시작한다. 

클레르 몽페랑의 커피전문점. 프랑스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현대적 커피전문점은 다양한 사이즈를 고를 수 있는 합리성이 있다. 크기를 말하는 방법은 우리와 달라 이채롭다.© News1

커피에 의해 유발되는 불면증은 고통스럽지 않다. 못 자는 것이 아니라 자고 싶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전부이다. 불면증이 다른 모든 원인에 의해 유발되었을 때와 같이 동요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브리야 샤바 랭의 ‘미식 예찬’ 중© News1

유럽의 의사들이 아침식사에 먹는 커피에 우유를 타 먹기를 권하면서 커피는 매우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루이 16세는 값비싼 설탕을 커피에 넣기 시작했으며 디저트를 위한 커피에는 코냑이 첨가되어 향을 올리게 되는 등 식탁 위 커피는 점점 다양하게 진화하게 된다. 

어떤 원두를 선택하는가는 마치 재료를 고를 때의 신중함을 불러일으킨다. 로스팅의 과정은 그 굽기에 따라 산도와 풍미가 결정되는데, 커피를 우리는 방법은 조리법만큼이나 다양하고 미세한 손끝의 맛을 요구한다. 커피 한 잔을 우리는 과정은 식사 한 그릇을 짓는 과정과도 닮았다.

식탁 위에 오른 잘 만들어진 커피는 단순한 식사의 마침표가 아니라 자리를 기억할 수 있는 단초로 기억되고 그날 식사의 모든 음식의 향과 맛을 갈무리한다. 

커피를 식사의 일부로 처음 포함한 것은 미식의 나라 프랑스다. 디저트와 함께 마시는 커피는 식사의 만족에 대한 기쁨을 긴 여운으로 남긴다.© News1

시장이 열리기 전 이른 아침, 파리 길모퉁이의 카페테라스에서 마시는 뜨거운 카페 알롱제. 따뜻한 물로 데운 커피잔을 수많은 상념에 잠기기 적당한 온도로, 그 속의 찰랑이는 커피 한잔 속에 어제의 복잡한 기억들이 천천히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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