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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블랙리스트 상징 신학철의 '모내기' 28년 만에 반환

부처 간 반환 합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1989년 작품 압수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7-10-11 10:41 송고 | 2017-10-11 17:03 최종수정
신학철 작 '모내기' 캔바스에 유채 162.2X112.1cm © News1
신학철 작 '모내기' 캔바스에 유채 162.2X112.1cm © News1

국가보안법 제7조의 '이적표현물 제작'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던 민중미술가 신학철 화백(73)의 유화 '모내기'가 빠르면 올해 안으로 작가에게 반환된다.

11일 문화예술계 등에 따르면 작품 반환에 관해 관련 부처 간의 합의를 마쳤으며 실무 절차를 거쳐 신 화백에게 인도되면 일반에게 공개하는 전시회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학철 화백은 "유엔인권위원회의 권고 사항도 있어 이번 정부에서는 제대로 돌려받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학철 화백은 현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하나로 언급된다. 그는 1960년대 미술그룹 AG(아방가르드협회)에서 활동했고, 1985년 김정헌, 임옥상, 오윤과 함께 한국민족미술협의회(민미협)를 구축했으며, 1987년 '모내기' 그림 사건으로 한국미술사에서 표현의 자유와 검열 문제 논란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이르면 올해 안으로 신 화백에게 반환될 예정인 유화 '모내기'는 1989년 8월17일 시경 대공과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한 이후 현재까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압수물 보관창고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관련 부처 간에 그림을 작가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합의가 됐다"며 "실무적 행정 절차만 남은 상태"라고 했다.

1987년 신 화백은 통일에의 염원을 농사꾼의 모내기에 빗대 100호 크기의 유화 '모내기'를 제작해 민족미술협의회(이하 민미협) 통일전에 출품했다. 인천 지역의 한 재야청년단체가 모내기를 삽입한 부채를 1989년에 제작했다. 서울시경 대공과가 이 재야단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신 화백의 집을 압수수색하고 그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연행했다.

경찰과 검찰은 신 화백의 '모내기'가 북한을 찬양한 것으로 판단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그는 1,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 상고심이 원심을 파기환송해 그는 1999년 11월 유죄 확정과 그림 몰수 판결을 받았다. 신 화백은 "대법원에서 원심 파기환송된 이후 선고유예로 결론이 났던 사건"이라고 말했다.

예술인과 시민단체가 대법원의 판결에 거세게 반발했다. 미술계에선 참여정부 시절 '모내기'를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이관시키는 방법을 강구했으나 사법부의 최종 판결이라는 이유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유엔인권이사회는 대법원 판결 다음해인 2000년 4월에 △모내기 원본을 폐기하지 말 것 △작가를 위한 구제조치 △ 피해 보상 등 3개항에 관해 입장을 밝힐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미술계에선 이번 반환을 계기로 '모내기'를 중심으로 관련 작품들을 모아 공개하는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미술작가인 배인석 민예총 사무총장은 "작품이 반환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유엔인권이사회의 결의한 사항 중에서 피해보상과 작가를 위한 구제조치가 빠져서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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