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임금 미지급 합의서 있어도 근로기준법에 어긋나면 효력 없다"

法 "합의서 작성 경위 자유로운 의사로 볼수 없어"
대한법률구조공단, 1년6개월 소송 끝 승소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2017-10-09 13:58 송고
대한법률구조공단 본부. © News1
대한법률구조공단 본부. © News1

근로자가 임금을 받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했더라도 그 합의서가 근로기준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다면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9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민사12단독 김종신 판사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이모씨가 점주 김모씨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이씨는 지난해 3월 점주 김씨와 다툰 후 김씨에게 퇴근하겠다고 문자로 통보한 후 편의점 출입문을 닫았다. 편의점은 하루동안 영업을 못하게 됐다.

이씨의 2월 월급이 지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씨는 이씨의 책임을 물어 2월 월급을 받는 대신 3월 중 20여일의 월급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합의서 작성을 제안했고 이씨는 이에 서명했다.

김 판사는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임금채권의 채무자로 근로자에 대한 채권을 가지고 상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자가 사용자의 상계에 대해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한 동의라고 보기 위해서는 그 합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는 점이 엄격하고 신중하게 증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판사는 "이 사건의 합의서 작성 경위와 이씨와 김씨의 연령, 지위, 원고가 사건 발생 이후 보인 태도 등을 비춰 볼 때 합의서는 이씨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합의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이씨에게 3월 월급 32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다만 김 판사는 이씨가 하루동안 편의점 문을 닫아 발생한 손해액 10만원을 김씨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이씨의 소송을 대리한 공단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강력한 증명력을 가지는 처분문서(합의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근로기준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에 비추어 그 합의서의 효력을 부인한 것"이라며 "두텁게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의가 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의 대가로 임금 전액이 온전히 이행돼야 하고 외부적인 사정에 따라 임금 액수가 변경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며 "이씨가 임금을 받지 못한지 1년6개월이 지났고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정당하게 제공한 노동의 대가를 지금이라도 전부 지급받게 돼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silverpape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