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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아빠’ 딸친구 살해 미스터리…빈조각 투성이

"치밀한 범행"…수사기관 설명에도 풀리지 않은 의혹들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2017-10-09 05:30 송고
딸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이모씨(35)씨가 8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17.10.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딸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이모씨(35)씨가 8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17.10.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여중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강원도 영월 소재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어금니 아빠' 이모씨(35)가 8일 구속된 가운데, 이번 사건의 전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씨에 대한 경찰조사는 아직 초기단계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관계를 종합해보면 '범행동기'는 갈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9일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중랑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이씨의 살인 혐의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전날 오전 진행된 1차 조사에서 이씨는 개인신상 같이 사건과 관련되지 않은 내용에는 고개를 끄덕이는 반응이 있었지만, 범행 관련 진술은 일절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숨진 A양(14)에 대한 부검을 실시한 결과 끈에 목이 졸려 살해된 것으로 파악했고, 약에 의한 우발적 사고임을 주장하는 이씨의 주장이 신빙성이 떨어지는 점 등을 토대로 살인 혐의를 추궁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씨의 범행과정에 함께한 딸 이모양(14)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지인 박모씨(36)를 범인도피 혐의로 구속하는 등 주변인물을 향해 수사대상을 넓힌 상태다.

다만 이씨가 경찰에 검거된 뒤 밝혀진 지난 나흘간의 기록을 들춰봤을 때 이씨의 호화로운 생활부터 성폭행 피해를 호소한 아내의 자살까지 석연치 않은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특히 아직 뚜렷히 드러나지 않은 범행동기 등 퍼즐의 빈조각을 채워나가는 것이 경찰에 남겨진 과제다.
◇'알리바이·증거인멸' 치밀한 계획…'어금니 아빠' 범죄의 재구성

경찰은 이씨가 A양을 목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가방에 옮겨담아 야산에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범행을 저지른 이씨가 도피생활 동안 알리바이를 만들고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등 치밀하게 움직였다는 판단이다.

경찰에 따르면 A양은 지난달 30일 낮 12시20분쯤 이양을 따라 이씨의 집으로 들어간 뒤 돌연 행적이 사라졌다. 서울 망우동 자택 앞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집을 나오는 A양의 모습이 촬영되지 않았다. A양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6일 오전 강원 영월의 한 야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씨는 1일 오후 5시18분쯤 딸과 함께 집을 나와 BMW 차량에 탑승했다. 손에는 검은색 가방이 들려 있었다. 이씨는 곧장 도로를 달려 시신을 유기했고, 동해안과 정선군의 모텔을 훑은 뒤 3일 서울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이씨가 차에 설치된 블랙박스를 제거하고, '죽어서 수술비 마련하겠다. 먼저 간 엄마를 따라간다'는 내용의 유서를 형을 통해 홈페이지에 뒤늦게 게시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행동을 했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또한 이씨는 서울로 돌아온 뒤 조력자 박씨의 차량으로 바꿔 타 도피생활을 시작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아울러 도피생활 중 이씨는 딸과 함께 촬영한 영상을 통해 "자살하려고 영양제 안에 약을 넣었는데 아이가 모르고 먹었다"며 A양의 죽음이 '우발적 죽음'이었음을 주장했다. 경찰조사에서도 이씨는 이같은 진술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7.10.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2017.10.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부인의 자살'과 '살해 동기'간 연관성은?…호화생활까지 의혹 확장

여기까지가 경찰이 밝힌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이지만, 주변인물을 둘러싼 사건사고와 범행동기 사이에 연관성이 제기되면서 궁금증은 커져만가고 있다. 이에 따라 딸의 난치병 모금액으로 이씨가 호화생활을 즐겼다는 의혹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의 부인 B씨(32)는 지난달 5일 자택 건물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를 둘러싸고 의붓시아버지의 성폭행 의혹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증폭됐다.

특히 이씨는 도피생활 중 남긴 '동영상 유서'와 홈페이지에 게시한 글을 통해 '아내의 자살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 '영양제 안에 넣은 약을 아이들이 모르고 먹었다'고 말하는 등 자살한 아내와 딸 친구 살해와의 연관성을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이씨는 아내가 죽은 뒤 틈틈이 동영상을 촬영해 그를 추모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에 중랑경찰서는 이씨가 B씨의 죽음을 방관했는지 여부를 놓고 내사를 진행해 왔지만, 아직까지 두 사건을 별개로 분류하고 있는 모양새다. 경찰은 "(아내 자살과 여중생 살인은) 별개의 사건"이라며 "(자살방조)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 진행사항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A양 살해의 명확한 동기가 밝혀지지 않은 만큼 이씨의 주장대로 우발적 사고인 것인지, 부인의 자살과 연관성이 있는지, 아니면 또다른 이유가 있는지 등은 경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부분이다.

이씨의 주변인물이 보인 행동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우선 딸 이양은 자신과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친구 A양을 집으로 초대하고, 이씨가 강원도 영월 야산에 시신을 유기할 때 동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씨의 형 역시 동생을 대신해 홈페이지에 유서글을 게시하는 등 이번 사건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여러가지 공범 여부에 대해서 수사 중"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사건을 둘러싼 안개가 짙어지면서 차량을 튜닝하거나 혈통견을 사고 팔았다는 이씨의 호화생활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경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씨가 딸의 희귀병 모금액으로 여러 대의 고가 외제차량을 끌고다니고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는 튜닝을 즐기는 등 기부금을 사적 유흥에 사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씨의 이같은 행적이 이번 살인 사건과 관련돼 있을 추측도 나온다. 

결국 사람들의 시선은 아직 열지않은 이씨의 입을 향해 모이고 있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을 풀 단초는 당사자인 이씨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발부로 이씨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차분하게 수사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중랑경찰서. 2017.10.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 중랑경찰서. 2017.10.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wonjun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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