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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그 후]캄보디아 만삭 아내 사망사건…무죄, 무기징역 엇갈린 판결

교통사고 vs 보험금 노린 고의 사고 놓고 판결 뒤집혀
대법 ‘무죄 취지’ 파기환송…고의성 여부 진실 공방

(대전·충남=뉴스1) 조선교 기자 | 2017-10-04 07:41 송고
지난 2014년 8월23일 오전 3시40분께 경부고속도로 천안삼거리 휴게소 인근에서 40대 운전자의 승합차가 갓길에 주차된 8톤 화물차를 들이받아  만삭의 캄보디아 아내와 7개월된 태아가 숨졌다. (충남지방경찰청 제공) © News1
지난 2014년 8월23일 오전 3시40분께 경부고속도로 천안삼거리 휴게소 인근에서 40대 운전자의 승합차가 갓길에 주차된 8톤 화물차를 들이받아  만삭의 캄보디아 아내와 7개월된 태아가 숨졌다. (충남지방경찰청 제공) © News1

“주문,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지난 1월 14일 대전고법은 수십억 원의 보험금을 챙기기 위해 만삭의 캄보디아 아내와 태아를 교통사고 사망 사고로 위장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A씨(47)에 대해 이 같이 선고했다. 하지만 5개월여 뒤 대법원은 이와는 정반대로 무죄 취지로 대전고법에 파기 환송했다.

무죄→무기징역→무죄 취지의 파기 환송까지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는 A씨에게는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졸음운전 vs 보험금 노린 고의 사고 놓고 공방

“졸음운전이었습니다.”

A씨는 2014년 8월 23일 오전 3시 40분께 서울의 한 시장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생활용품점의 가게 물품을 구입한 뒤 내려오다 경부고속도로 천안삼거리 휴게소 인근에서 갓길에 주차된 8톤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 보조석에 타고 있던 캄보디아 아내 B씨(당시 24)와 7개월 된 태아가 숨졌지만 그는 안전벨트를 매고 있어 가벼운 부상을 입는데 그쳤다.

사고 발생 뒤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되고 B씨의 시신은 화장돼 사건이 묻히는 듯 했다. 하지만 신원을 밝히지 않은 한 제보자가 금융감독원에 A씨를 보험사기로 제보하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찰이 수사를 벌인 결과 A씨는 B씨 명의로 11개 보험사에 모두 26개 보험을 들어 월 400여만 원의 보험료를 지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보험 수혜금만 95억 원에 달했다.

또 폐쇄회로(CC) TV 판독에서는 A씨가 고의적으로 화물차를 들이받아 보조석에만 충격이 집중된 정황이 드러났다. 숨진 B씨의 혈흔에서는 수면유도제 성분도 검출됐다.

심지어 A씨가 아내가 숨진 뒤 웃으며 만세를 하고 찍었던 휴대폰 사진이 복원되면서 사고 발생 3개월 뒤 A씨는 살인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3년째 이어진 재판에서 A씨 측은 “졸음운전”, “경제력은 충분하기 때문에 B씨를 살해할 이유가 없다”는 등의 주장을 내세운 반면 검찰은 “간접증거로 결론 내려야 한다”고 맞서 면서 이 사건은 무죄와 무기징역의 극단을 오가고 있다.

◇정황 증거 놓고 엇갈린 법원의 판단

2015년 6월 10일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A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A씨가 충분히 의심스럽지만 범행을 단정할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재판부는 “A씨의 혈액에서도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되고 B씨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여 재운 뒤 안전벨트를 풀은 시점 등이 전혀 해소되지 않은 점 등을 비춰볼 때 교통사고로 위장해 A씨가 B씨를 살해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명확한 물증이 없기 때문에 진술대로 졸음운전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결심 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은 “피해자가 사망하고 시신을 화장해 증거 파악도 불가능하며 A씨가 휴대전화까지 바꿨다”면서 “피해자가 숨져 입증이 어려운 경우 간접 증거를 종합해 결론을 도출해야한다”며 항소했다.

7개월 뒤 열린 항소심에서 대전고법 제1형사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사고 당시의 정황을 간접적인 증거로 인정,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아내가 숨지기 전 수십억 원의 보험금을 탈 수 있는 보험에 다수 가입했다"며 "사고가 난 뒤 아내의 화장을 서두른 것은 물론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휴대폰으로 '고속도로 사고' 등을 검색한 점 등을 살해 동기의 간접적인 증거로 인정했다.    

이에 A씨 측은 “사고 당시 A씨는 빚을 초과하는 정도의 자산을 유지하고 있었고 재정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정이 없었다”며 “사고로 인해 당사자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었던 만큼 사고 결과에 대한 예측이 불가피한 점을 볼 때 검찰 측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번에는 대법원의 판단이 정반대로 기울었다. 대법원 3부는 정황 증거 중 하나인 CCTV 판독 결과를 두고 “A씨가 고의로 트럭을 들이받았다는 부분이 가설일 뿐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경제적으로 궁박한 사정없이 고의로 자동차 충돌사고를 일으켜 임신 7개월인 아내를 살해하려 했다면 그 동기가 더 선명하게 드러나야 한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이에 대전고법 제1형사부로 되돌아온 A씨 사건은 당사자는 물론 검찰, A씨가 B씨 명의로 보험을 든 11개 보험사까지 재판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파기환송심은 A씨와 검찰 측이 고의성 여부를 두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고의성과 관련된 증거조사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 상태다.

검찰은 ‘범행 동기’, ‘고의성 여부’ 등에 대해 감정인·보험전문가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고 현장검증 등을 통해 입증할 계획이다.

A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은 지난 7월 7일부터 시작돼 오는 오는 25일 세번째 공판이 이어질 예정이다.


missi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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