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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화투·카드게임 도박일까?…"금액·시간 등 유의하세요"

'일시적 오락'으로 구분되면 처벌 안 받아
시간·금액·참가자들의 관계 등으로 처벌 가능해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17-10-04 07:00 송고
고스톱 화투/뉴스1 DB
고스톱 화투/뉴스1 DB


설과 추석 등 명절이 되면 평소 볼 수 없었던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고,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는 어김없이 '오락'이 등장하게 된다. 특히 명절날 점당 100원, 200원을 걸고 화투나 카드 게임을 하는 모습은 우리 명절의 흔한 풍경이다. 

그런데 이렇게 적은 금액을 걸고 재미로 하는 오락도 '한끗' 차이로 도박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실 현행법상 도박과 오락을 구분 짓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오락으로 시작한 것이 자칫 도박에 해당돼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게 된다. 형법 제246조는 도박을 한 사람은 1000만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일시오락 정도에 그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 어떤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될까? 대법원의 판례는 도박죄 성립 여부를 '도박의 시간과 장소, 도박자의 사회적 지위 및 재산 정도, 재물의 근소성, 그밖에 도박에 이르게 된 경위' 등 모든 사정을 참조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예로 지난 8월 서울서부지법은 도박죄로 재판에 넘겨진 A씨(61)와 지인 두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 등은 지난 3월 오후 4시에서 30분가량 화투를 이용한 '섯다'를 했는데, 기본금 100원을 걸고 패를 본 뒤 추가로 돈을 더 거는 방식으로 총 판돈은 2만7500원이었다. 

당시 법원은 A씨 등이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 사이로 적발 당시 각자 만원 안팎의 적은 금액을 가지고 있었던 점을 들어 "도박을 한 행위는 일시오락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 6월 같은 법원에 도박 혐의로 기소된 B씨(70·여) 등 5명은 유죄를 인정받아 각 50만원의 벌금형에 처하게 됐다. B씨는 지난해 8월10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30분까지 점 200원의 고스톱을 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판돈은 크지 않았지만 친목이 아닌 목적으로 늦은 시간까지 도박이 이어진 것이 유죄를 입증받는 데 영향을 미쳤다.

앞서 지난 2011년 7월 서울 금천구의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트럼프 카드를 이용해 '훌라' 게임을 했던 C씨(55)는 도박 혐의로 기소돼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일시적 오락을 위해 게임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압수된 돈이 51만7000원으로 적다고 볼 수 없으며 훌라를 한 시간이 새벽 4시부터 6시까지 일뿐만 아니라 함께 도박을 한 사람들이 친목계를 위해 식당에 갔다고 진술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구체적인 기준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지위 등을 고려했을 때 금액이 많다고 판단되고 게임 목적이 오락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돈을 따기 위한 행위 자체에 있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

이런 판례들을 살펴볼 때 친척들 사이에 소액을 걸고 재미로 치는 화투나 카드게임은 금액이 커지지 않는 이상 처벌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재경 지역의 한 판사도 "화투나 카드게임이 도박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판돈뿐 만 아니라 화투를 함께한 사람들의 관계 등 다양한 요건들이 고려돼야 한다"라며 "소액으로 가족들 사이에 한 화투의 경우 혹시 신고가 있다고 하더라고 기소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밝혔다.

소액의 돈을 걸고 하는 오락으로서의 고스톱·카드게임이 법으로는 처벌받지 않겠지만 돈이 오가는 만큼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서로서로 조심하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난 2013년 울산의 한 회사의 직원 C씨는 식당에서 부서 회식을 하고 고스톱을 하던 중 돈을 잃게 됐고 부하직원 D씨에게 차비 명목으로 2만원을 빌리려 했다. 그런데 C씨가 나이가 많은 D씨에게 반말을 하면서 시비가 붙게 됐고 시비는 주먹다짐으로 번지게 됐다. 

말다툼에 도중 D씨에게 뺨을 맞게 되자 C씨는 D씨의 오른쪽 얼굴을 때렸고 이 충격으로 D씨가 넘어지면서 식탁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사망하게 됐다. 결국 그는 오락으로 시작한 고스톱 때문에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pot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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