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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성우울증①]"내가 우울증?"…무기력하고 잠·식탐 늘어

야식 찾고 수면리듬 깨져…환자 10명중 9명 여성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2017-10-08 07:00 송고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하태현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쌀쌀한 가을만 되면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많이 만난다. 진료실을 찾아온 환자들은 입버릇처럼 "난 우울하지 않고 단지 기운이 없거나 멍한 증상상태"라고 말했다.

하 교수가 계절성 우울증 진단을 내리자 "그럴 리가 없다"며 부정하는 환자들도 많았다. 평온한 가정을 꾸리는 환자들일수록 계절성 우울증 진단을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실제 계절성 우울증 진단을 받은 환자 가운데 사회·경제적인 지위가 남부럽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아이들이 큰탈 없이 자라고 있고 가계사정도 나쁘지 않아 겉보기엔 우울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하 교수는 "계절이 바뀌면 우울증이 갑자기 생겨 직장생활이나 가사를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를 계절성 우울증으로 진단한다"고 설명했다. 계절성 우울증 환자들은 이유를 알기 어려운 불안감과 걱정에 시달리고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져 하루 종일 피곤함을 받는다.

병원을 찾는 계절성 우울증 환자는 여성이 10명중 9명일 정도로 남성보다 훨씬 많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뇌하수체를 자극하는 호르몬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남성들이 여성보다 우울증 치료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병원을 찾지 않은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세주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계절성 우울증은 소심하거나 평소 우울한 성격 때문에 생기지 않는다"며 "날씨와 계절에 영향을 받고 환자들 스스로 왜 자신이 정신과 상담을 받는지 자문하는 특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게 우울증에 걸리면 매사에 의욕이 없고, 시도 때도 없이 피곤하며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아 낮에 꾸벅꾸벅 조는 증상을 떠올린다. 기분이 우울하고 무기력감을 느끼는 점은 일반 우울증이나 계절성 우울증 환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계절성 우울증 환자들은 식탐이 생기는 특이한 현상을 경험한다. 특히 탄수화물이 많은 밥과 라면, 빵, 단 음식을 많이 찾는다. 잠들기 전에 이런 증상이 더 심해진다. 결국 야식을 먹고 체중이 늘어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계절성 환자들은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하루종을 졸음에 시달린다. 수면 리듬이 깨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사가 귀찮고 가족을 향해 짜증이 늘어난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조량이 적은 가을과 겨울에 증상이 심해진다"고 말했다. 서호석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사람 뇌의 생물학적 시계는 외부환경에 잘 적응하지만 계절성 우울증 환자는 이런 능력이 떨어진다"며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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