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도시바 기술 접근제한…SK하이닉스 4조투자 득실은?

실익 크지 않다 vs 기술제휴 가능성↑ 장기적 관점서 봐야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7-10-06 08:00 송고 | 2017-10-07 15:10 최종수정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SK하이닉스가 일본 도시바메모리에 4조원을 투자한 것을 놓고 반도체업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도시바가 공개한 계약서에 SK하이닉스가 10년간 도시바메모리의 핵심기술 등 정보에 대해 접근할 수 없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어 논란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반도체 기술을 감안했을 때 10년간 정보 접근이 차단된다면 SK하이닉스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을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일본내 여론을 잠재우고 인수합병(M&A) 심사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전술'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단기적 실익을 기대하기 힘들겠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도체업계에 미칠 영향을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 4조원 투자…10년간 기술 접근 제한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일본 도시바메모리에 총 4조원을 투자, 지분 15%를 보유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한미일 연합은 인수를 목적으로 하는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한다. 법인명은 판게아(Pangea)다. 한미일 연합은 베인캐피털이 이끌고 SK하이닉스, 애플, 델, 시게이트, 킹스톤테크놀로지 등이 참여한다.

그러나 10년간 도시바메모리의 핵심기술 등 정보에 대한 하이닉스의 접근이 차단됐다. 이를 두고 반도체업계에서는 하이닉스가 쥐게 될 실익에 대한 평가가 분분하다. 기술협력이나 설비활용 등에서 전략적 제휴를 원했던 SK하이닉스의 바람과 달리 도시바가 하이닉스의 접근을 실제로 차단한다면 투자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2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도시바의 점유율은 삼성전자(38.3%)에 이은 2위(16.1%)였다.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10.6%로 업계 5위다. 미국 웨스턴디지털(WD) 점유율은 15.8%다. 업계 5위로 낸드플래시 시장 공략이 급선무인 SK하이닉스는 2위 도시바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에 대한 원천기술을 가진 도시바 반도체와 협업을 통해 특허 분쟁 등을 피하며 보다 쉽게 원하는 기술을 얻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정보 접근 차단으로 SK하이닉스는 도시바와 기술 제휴 등을 다시 설득해 타진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됐다.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 세계 2위의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낸드플래시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왔다. 세계 1위인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따라 잡으려면 SK하이닉스의 자체 기술력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이에 따라 도시바 반도체사업 지분이 매물로 나온 이후 하이닉스의 지분 인수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SK그룹에 인수된 뒤 낸드플래시 메모리 성능을 좌우하는 컨트롤러 전문 회사인 미국 LAMD를 2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투자를 지속해왔지만 낸드 기술은 아직 삼성전자에 못미친다. 특히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3D 낸드'를 앞세워 시장을 휩쓸면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를 발명한 원조다. 도시바는 SK하이닉스가 원하는 뛰어난 컨트롤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컨트롤러 기술은 후발주자가 확보하기 힘든 분야로 수준 높은 로직 설계기술이 필요하다. 도시바가 7000억엔(약 7조1000억원)대의 원자력사업 손실로 낸드 사업 지분을 내다 팔기로 한 결정은 SK하이닉스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던 셈이다. 최 회장이 직접 일본에 가서 관계자들을 만날 만큼 SK그룹 차원에서도 공을 많이 들인 사안이다. 최 회장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이해관계가 복잡해 공전하고 있는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 대해 강한 의지를 피력해왔다.

 
 

◇"중국에 안넘어간것만도 다행…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반면 업계는 도시바의 메모리반도체 기술이 중국에 넘어가지 않은 것만도 한국에는 큰 이익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도시바라는 우군을 얻으면서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남대종 KB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은 단기적으로는 투자자산에 대한 금융수익 정도"라며 "기술협약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단기에 바라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단기적이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일본 정부가 경쟁상대인 한국 기업이 도시바메모리의 의결권을 갖는데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무적 투자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실제로 주도권을 놓지않으려는 일본 측이 의결권 50.1%를 확보해 경영권을 행사하게 되면서 SK하이닉스의 운신의 폭은 좁아졌다.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모색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됐다는 것은 위안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15%의 의결권을 확보하면서 이사회를 설득해 기술협력을 끌어내는 등 가능성을 열어놓은 수준으로 이번 딜을 평가할 수 있다"며 "사실 이번 인수전의 진짜 승자는 삼성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한 미국 애플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가 15% 이상의 지분을 가져갔다면 각국의 반독점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울 수 있었다는 점도 의결권 제한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세계 2위 메모리반도체 회사인 SK하이닉스에 대한 글로벌 반도체업계의 견제가 심했고, 한국·중국·일본·미국·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번 인수를 문제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한국으로의 기술유출을 우려하는 일본 내 여론이 인수전에서 주효하게 작용했다. 도시바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10년간 지분 15%를 초과할 수 없다는 단서조항을 포함한 것도 반독점심사시 문제가 될 수 있는 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도시바는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 내년 3월 말까지 매각을 완료할 방침이다. 앞으로 도시바메모리는 각국 경쟁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중국 당국의 심사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메모리 매각이 무사히 완료되기 위해서는 각국 반독점 심사가 도시바가 정한 기한 내에 끝나고 WD와의 법적 분쟁이 해소되어야 한다.

로이터통신은 "연합에 참여하는 8개 기업은 너무 많은 지점에서 이익이 상충해 절차가 잘 진행될지에 대한 불안감이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일본 에이스 경제연구소의 히데키 야스다는 "너무 많은 기업이 한미일 연합에 참여하고 있어, 앞으로 '누가 주도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와 동의를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seeit@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