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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박광현 "악역 아닌 치아로 화제…동키 별명도 생겼죠"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17-09-30 12:37 송고
2017.9.15. 삼청동 카페. 드라마 '언니가 살아있다' 배우 박광현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2017.9.15. 삼청동 카페. 드라마 '언니가 살아있다' 배우 박광현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배우 박광현에게 SBS 토요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극본 김순옥 / 연출 최영훈)는 도전이었다.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악역을 맡게 되면서 연기에 대한 고민도 커졌기 때문이었다. 박광현은 지난 2000년 방송된 KBS2 드라마 '학교3'의 주연을 맡으며 청춘스타가 됐고 이후 드라마 'RNA'와 '메디컬 센터' '그 햇살이 나에게' '내 인생의 콩깍지' '단팥빵' 주연으로 활약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 그가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역대급 찌질남' 추태수 역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연기 변신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박광현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언니는 살아있다'(극본 김순옥 / 연출 최영훈)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언니는 살아있다'는 한날한시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세 여자의 자립갱생기로, 여성들의 우정과 성공을 그린 드라마로 최근 시청률 20%를 돌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광현은 극 중 김은향(오윤아 분)의 전 남편 추태수 역을 맡았다. 추태수는 야욕에 눈이 멀어 재벌녀 구세경(손여은 분)과 불륜을 저지르다 잠자는 딸을 혼자 집에 두고 나간 실수로 아이를 잃게 되지만, 모든 잘못을 아내 탓으로 돌리고 뻔뻔하게 불륜을 이어나가는 인물. 

2017.9.16.삼청동 카페.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 배우 박광현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2017.9.16.삼청동 카페.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 배우 박광현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박광현은 지난 1997년 데뷔 후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먼저 소속사에서 제작하는 드라마였다.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 회사에서도, 저도 반신반의 했었다. 그동안 본부장님, 실장님 이런 역할을 많이 해왔다. 주로 30대 때는 그런 역할을 해왔다. 40대가 되고 나서 해보자 해서 해봤는데 반응이 좋은 것 같다"며 "악역이 매력 있는 것 같다. 열 신이 나와도 안 보이면 힘든데 한 신이 나와도 각인이 되기 때문에 계속 하고 싶다. 악역은 아니고 깐족 악역을 해보고 싶다"고 털어놨다. 

처음에는 박광현의 연기 변신을 낯설어 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박광현이 연기하는 추태수의 모습에 시청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박광현은 "처음에 악역이 되게 힘들었다. 제 나름대로는 원래 나쁜 놈은 아닌데 상황이 나쁜 놈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초반에는 지금처럼 깐족대고 그런 느낌을 버리고 연기를 했다"면서 "중반 넘어가면서부터 진짜 사람이 돈이 걸려 있고 인생이 걸려 있고 살아야 하다 보니까 여기 저기 붙게 되나 싶었다. 믿었던 사람에게도 팽당하면서 간신배 같은 캐릭터 느낌을 입혔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광현은 치아로 극 중반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포털 사이트에 '박광현'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박광현 라미네이트'가 뜰 만큼, 치아에 화제가 집중됐다. 이에 대해 그는 "본래 제가 갖고 있는 이미지라는 게 있다. 그 이미지처럼 나와야 하는데 갑자기 이런 역할을 하니까 극이나 흐름에 집중 못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았다"며 "연기가 아닌 표정에 집중하시면서 비주얼에 대한 디스가 들어오기 시작하더라. 초반에는 추태수가 치아로 반은 먹고 들어가지 않았을까. 연기하면서도 아래 이빨을 안 보이려고 신경 썼다. 그래서 윗니만 보여줬더니 동키라는 별명이 생겼다"고 스스로 고백했다. 

하지만 박광현은 그 이후 추태수 캐릭터가 더욱 관심을 받게 됐다며 기뻐했다. 그는 "초반에는 치아 쪽으로 이슈몰이가 됐고 중반부부터는 깐족 캐릭터로 이슈가 됐다. 중반 이후부터 코믹하고 깐족 연기를 하니까 그나마 사람들이 치아에 집중을 안 하는구나 싶었다"면서 "사실 라미네이트를 한지 꽤 됐다. 그땐 아무 얘기 없다가 갑자기 표정을 우악스럽게 짓고 해서 치아가 다 드러나 보이니까 회사에서 전화왔다. '치아 좀 어떻게 해보면 안 되냐'고 하더라. 미백을 아무리 해도 라미네이트와 같은 색이 안 나오는데 미백을 촬영 중에 하루에 세 번까지 했다. 아무 것도 못 먹었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박광현은 자신의 연기 변신에 대한 주위의 반응이 달라진 것을 실감한다고도 했다. 그는 "(치아 화제) 다음부터는 현장에서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추태수가 제대로 나온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초반에는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지금은 촬영장 갈 때 신난다. 어떻게 망가지고 올까 기대가 된다"며 "그래도 아직까지는 국민 쓰레기까지는 아닌 것 같다. 내 역할이 감초 같은 악역이다. 지금 보다 더 쓰레기 같은 느낌이 많이 보여줬으면 국민까지 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추태수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동네 쓰레기'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더했다. 

2017.09.15. 삼청동 카페,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 박광현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2017.09.15. 삼청동 카페,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 박광현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추태수 캐릭터에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박광현은 "갑자기 장례식장에서 아내 뺨을 때리는 장면도 나온다. 추태수에게는 슬퍼 할 여유가 없었다고 봤다. 김은향에게 빨리 자신의 죄를 덮어 씌워야 하니까 그랬을 거라고 봤다"며 "추태수는 그때부터 대놓고 악역이었다. 물론 나도 딸을 키우고 있는 아빠로서 감정적인 부분이 힘들었다. 실제로 딸이 죽었다고 하면 정말 슬펐을 거다. 그런 (불륜이 발각되는) 일이 없었다면 추태수는 아바 가정에 제일 잘하는 최고의 아빠, 최고의 남편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에서는 유독 여성 캐릭터가 돋보인다.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에 묻힐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사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다 내려놨다. '혹시나 내가 안 보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다 내려놨다"며 "저도 처음 해보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감독과 작가가 주도하는 방향대로 따라서 가보려고 다 내려놓고 드라마를 시작했기 때문에 그래서 마음이 편했다. 다른 배우들은 자기 캐릭터에 대해 고민도 있으신 것 같고 이건 너무하지 않나라는 이야기도 들리기도 했는데 저는 아무 생각 없었다. '대본에 쓰여졌다'고만 생각했다. 추태수에 대해 생각할 게 없었다. 나쁘게 써져 있으면 좋았다"고 고백했다. 

막장 우려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박광현은 "제가 재연 드라마를 많이 봤다. 재연 드라마는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건데 실제 이야기가 더 심한 게 많다. 그렇게 따지만 '언니는 살아있다'는 막장은 아니다. 등장인물들에게 다 이유가 있다"며 "제가 생각하는 막장 드라마는 이유가 없고 극단적인 사건이 이벤트 위주로 전개되면 막장이라고 하는데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추태수가 불지른 건 너무했다고 생각했다. 손여은씨와 아들 집에 불을 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방화는 좀 너무 갔다고 생각했다. 그 장면이 그런데 최고의 1분을 기록했다. 땅에 묻히는 것도 그랬다. 내가 당했지만 너무 갔다 싶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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