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성매수자에 쫓긴 여성 '공포의 주말'…처벌규정 없다?

성매매 오인 위협에 신고했더니 "죄 물을 수 없어"
피해자, 여성단체와 '성매매 앱 피해' 공론화 나서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2017-09-30 10:00 송고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지방 광역시에 거주하고 있는 20대 여성 A씨는 즐겨 찾던 동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공포스러운 경험을 했다. 일면식도 없는 남성들로부터 성매매 여성으로 오인받아 쫓기기까지 했지만 경찰이 '성폭력 사건으로 처리할 수 없다'며 그대로 돌려보낸 것이다.
지난 23일 오후 10시40분쯤 5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A씨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다짜고짜 "○○○님이 아니냐"고 묻는 남성에게 A씨는 신분증까지 보이며 "찾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했지만, 남성은 "왜 인정하지 않느냐, 앙톡에서 채팅했는데 채팅창을 보여줘야 하느냐"며 A씨를 윽박질렀다.

남성이 랜덤채팅 어플을 통해 조건만남 여성을 찾고 있다고 직감한 A씨는 "앙톡이 뭔지도 모르고 하지도 않는다.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답하며 자리를 피하기 위해 일어섰다. 그때 또다른 20대 남성이 A씨에게 다가와 "앙톡에서…"라고 운을 띄웠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A씨는 카페 입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두 남성을 피해 밖으로 나섰지만, 두 남성은 이야기를 나누다 말고 A씨를 끈질기게 뒤쫓았다. 쫓기던 A씨가 우연히 만난 남성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둘은 자리를 피해 사라졌다.

경찰에 신고한 A씨는 관할 지구대에서 사정을 설명했지만 도움을 얻지는 못했다. 성적인 접촉이 없었던데다 모욕적인 발언을 타인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말하지 않았고, 언어를 통한 성희롱을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28일 오후 A씨는 지역 여성단체의 도움을 얻어 관할 경찰서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하지만 A씨가 당한 일을 처벌할 수 있는 법 규정이 없어 결국 사건 접수는 하지 못했다.

상담을 맡은 경찰 관계자는 "요즘 발생하는 성매매나 성범죄 사건이 '앙톡'이나 '즐톡' 때문에 일어난다. 이 문제를 공론화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A씨를 다독였지만, A씨는 자신을 뒤쫓은 남성들에 대한 처벌은커녕 추적조차도 하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문제의 채팅앱 '앙톡'은 최근 몇년 사이 성매매 수요자들이 새롭게 이용하는 수단으로 지목돼왔다. 가입시 성인인증 등이 필요없어 접근성이 높은데다, 주고받은 쪽지를 삭제하면 외부에서 이를 추적할 수 있는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2월부터 약 한달간 경찰청이 집중단속해 적발한 채팅앱 성매매 150건 중 '앙톡'을 이용한 성매매는 72건(48%), '즐톡'을 이용한 성매매는 67건(45%)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A씨는 자신이 당한 일을 다른 여성들이 겪지 않도록 '성매매 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에 케이스를 수집해 제공하는 등 '성매매 앱'의 문제점을 공론화하는 데 힘을 보태기로 했다. 우선 이번 사건을 공개하고 도움을 요청한 A씨에게 쏟아진 또다른 피해 사례를 모아 정리할 예정이다.

이같은 결심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A씨는 "여성들의 노력을 통해 소라넷을 폐지하고 불법촬영도 규제할 수 있었다"며 "저부터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하면 법을 개정하는 등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채팅앱 캡처/뉴스1 DB © News1
채팅앱 캡처/뉴스1 DB © News1



maum@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