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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뺑소니 위장해 남편 청부살해한 비정한 아내

공범 2명과 모의·범행 장소 사전 답사…CCTV로 들통
‘보험금 욕심이 부른 비극’…11개 보험 보험금 17억

(시흥=뉴스1) 조정훈 기자 | 2017-10-09 07:00 송고
2016년 1월27일 오후 경기 시흥시 금이동의 한 도로에서 ‘교통사고 위장 남편 청부살해 사건’ 피의자 강씨(여)와 손씨가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 News1 이재명 기자

자정을 앞둔 시각 40대 부부는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드라이브나 가자”는 부인의 권유에 남편이 따라 나선 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부가 탄 승용차는 인적이 드문 비포장 도로위에 멈춰 섰다.

“담배 한 대 피우고 오라”는 부인의 말에 차에서 내린 남편은 주머니에서 담배 한대를 꺼내 입에 물고 길을 걸었다.
담배를 다 태운 남편은 타고온 승용차와 3미터 가량 떨어진 길위에서 난데없이 달려든 1톤 트럭에 치여 숨졌다. 바로 뺑소니 사건으로 위장 된 경기 시흥 남편 청부 살해 사건이다.      

◇뺑소니 위장 남편 청부 살해...보험금 타낼 욕심에 저지른 ‘비극’

뺑소니 교통사고로 위장해 남편을 청부살해한 아내 강모씨(45·여)의 진짜 범행 목적은 빚 걱정이 아닌 보험금을 타낼 욕심이었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 몰래 진 빚을 들킬까봐 겁이 나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남편의) 보험 가입 사실이 밝혀졌고 강씨의 진술은 거짓임이 들통 났다.

강씨는 2003~2004년 남편 박모씨(49)의 명의로 생명보험 5개와 상해보험 1개 등 총 6개 보험에 가입했다. 또 2014~2015년에는 상해보험 5개를 추가로 가입했다.

남편 박씨가 사망할 경우 지급받게 되는 보험금은 총 17억2255만원. 수급자명은 부인 강씨 앞으로 돼 있었다. 남편이 든 국민연금 4800만원도 강씨는 노렸다.

강씨는 10여년 전 안산에서 운영하던 노래방의 단골손님으로 알게 된 손모씨(49)를 2015년 11월에 만났다.  

당시 강씨는 손씨에게 “남편이 평소 밖에서는 호인이고 집에서는 독재자같이 행동해 힘들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 몰래 카드를 많이 사용했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돈을 많이 빌려 남편이 이를 알게 될 경우 더 힘들어 질 것 같다. 교통사고로 위장해 남편을 죽여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수고비 명목으로 500만원을 건넸다.

강씨는 범행 이틀 전인 2016년 1월20일 저녁 7시께 손씨를 다시 만났다. 강씨는 손씨에게 “교통사고로 위장해 남편을 살해할 적당한 장소가 있다”고 말한 뒤 손씨와 함께 범행 장소로 함께 이동해 미리 답사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강씨는 사건 당일인 1월22일 저녁 11시께부터 손씨와 3차례에 걸쳐 전화 통화를 하며 범행을 모의했다. 손씨는 오후 11시20분께부터 범행현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부인 강씨는 범행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퇴근 후 집에 돌아온 남편 박씨에게 “드라이브나 하자”며 시흥시 금화로 비닐하우스촌 인근 비포장도로로 유인했다. 범행 장소에 도착한 시각이 집에서 떠난 지 20여분 흐른 저녁 11시50여분께 였다.  

강씨는 당시 남편에게 “(나는) 차안에서 있을 테니 담배 한 대나 피우고 오라”고 말했다. 근처에서 1톤 트럭을 타고 범행을 준비하고 있던 손씨는 담배를 피운 후 걸어가던 박씨를 차로 친 뒤 달아났다.

박씨는 사고 직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과다 출혈로 끝내 숨졌다.
2016년 1월27일 오후 경기 시흥시 금이동의 한 도로에서 ‘교통사고 위장 남편 청부살해 사건’ 피의자 강씨(여)가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 News1 이재명 기자


◇공범 2명 사주 후 사전모의까지...엽기 범행 자행

사건 발생 하루 뒤인 1월23일 낮 12시43분께 남편 박씨에 대한 뺑소니 사고 건으로 조사를 받던 부인 강씨가 긴급 체포됐다. 손씨는 사고를 내고 그대로 달아났다가 이날 오후 5시36분께 자신이 일하는 안산의 한 공장 숙소에서 검거됐다. 사고 트럭은 손씨가 일하는 공장에서 앞 유리가 심하게 파손된 채 발견됐다.  

당시 범행 장소와 30미터 떨어진 화원에 설치 된 CC(폐쇄회로)TV를 영상 분석한 결과 사고 차량인 1톤 트럭이 박씨 앞에서 급가속한 사실이 확인됐다. CCTV 영상에는 손씨가 운전한 1톤 트럭이 헤드라이트를 끄고 박씨 쪽으로 움직이는 장면도 찍혔다.  

단순 뺑소니 사고가 될 뻔 했던 이 사건은 CCTV 분석을 통해 의도적으로 낸 사건임이 밝혀졌다. 사건 발생 6일 뒤인 2월28일 공범인 이모씨(51)가 시흥 월곶동에서 추가 검거됐다.

이씨는 2015년 11월부터 2016년 1월22일까지 손씨와 범행을 모의했다.  

이씨는 강씨가 손씨에게 전달한 청탁금 500만원을 건네받은 후 외국인 청부 살해업자를 물색하고 다녔다. 하지만 마땅히 구할 수가 없자 본인이 직접 1톤 트럭을 운전해 박씨를 살해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씨는 사건 당일 저녁 7시께 손씨와 만나기로 한 범행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았다. 결국 손씨가 같은 날 오후 11시57분께 1톤 트럭을 운전해 박씨를 들이받아 살해했다.  

당초 손씨는 약속 된 범행현장에서 남편 박씨와 부인 강씨가 탄 승용차에 돌을 던져 박씨를 밖으로 유인한 뒤 이씨가 1톤 트럭을 몰아 박씨를 치는 것으로 모의했다. 그러나 이씨가 범행 약속 현장에 나타나지 않자 계획을 바꿨다.  

강씨는 범행 성공을 위해 사전에 손씨와 이씨에게 보험금의 일부를 지급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25년을 함께 살며 슬하에 아들과 딸을 두었던 남편 박씨와 부인 강씨 부부. 남편은 인쇄 공장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직원이었고 아내는 10여년 동안 노래방을 운영했다. 손씨는 이 노래방의 단골 손님이었고 숨진 박씨와도 친하게 지낸 사이였다.

이 사건은 배우자를 상대로 거액의 보험을 가입한 후 청부살인 실행자를 물색해 엽기 범행을 저지른 극악무도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아내 강씨 징역 27년...“보험금 편취 목적 생명 빼앗아, 장기 격리 필요”

사건을 심리한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2016년 7월 남편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을 적용해 부인 강씨에게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또 강씨의 사주를 받고 교통사고로 위장해 친구 박씨를 살해한 손씨에게 징역 22년, 살인을 음모한 이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씨에 대해 “피고가 주장하고 있는 가정폭력 등 문제는 직접적인 살해원인으로 부족하다”며 “보험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를 저지른 것은 장기간 동안 사회에서 격리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손씨에 대해 “차량으로 들이받는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한 것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이씨에 대해선 “손씨와 범행 실행을 위한 합의가 있었다고 보여 진다”고 판시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jjhj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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