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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귀신 쫓으려"…3살 딸 때려 숨지게 한 친모·외할머니

복숭아 나뭇가지와 훌라후프로 마구 때려
무당의 말 맹신 3일간 밥 안주고 물만 먹이기도

(수원=뉴스1) 권혁민 기자 | 2017-10-03 07:00 송고
회초리, 훌라우프 등으로 딸 A양(3)을 학대해 숨지게한 친모 B씨(26)가 경기도 여주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친모 B씨와 외조모 C씨가 A양이 잠을 안자고 보채는 등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초리, 훌라우프 등으로 폭행한 사실을 자백했다고 밝혔다. 2017.2.23/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회초리, 훌라우프 등으로 딸 A양(3)을 학대해 숨지게한 친모 B씨(26)가 경기도 여주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친모 B씨와 외조모 C씨가 A양이 잠을 안자고 보채는 등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초리, 훌라우프 등으로 폭행한 사실을 자백했다고 밝혔다. 2017.2.23/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딸의 몸에서 귀신을 쫓아내려했다."

올 2월 세 살배기 딸이자 외손녀에게 무차별적인 매질을 가해 숨지게 한 친모와 범행에 가담한 외조모가 법정에서 한 얘기다.

세 살배기 딸은 꽃다운 청춘을 채 펴보기도 전에 생을 마감했다.

우울증에 산후우울증까지 앓게 된 친모

친모인 최모씨(26)는 2013년 7월 결혼해 2014년 12월 딸을 출산했다.

그러나 출산의 기쁨도 잠시, 최씨는 결혼 전부터 앓던 우울증에 산후우울증까지 앓게 됐다. 양육을 소홀히 하는 남편은 최씨의 육아스트레스를 고조시켰다.

결국 남편과의 갈등으로 2016년 7월 최씨는 자신이 딸을 양육하기로 하고 남편과의 별거를 시작했다.

최씨는 딸을 데리고 경기 이천시 친모(50)의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당시 최씨에게는 딸보다 한 살 많은 아들이 있었는데 아들은 남편이 키우기로 서로 합의했다. 그리고 최씨와 남편은 별거 한 달 만인 8월 합의이혼을 했다.

친모의 집에서 지내면서부터 최씨의 스트레스는 더욱 심해졌다.

부모집에 얹혀 살게된 최씨는 가사와 육아의 부담이 가중됐고, 이로 인해 앓고 있던 우울증에 불면증까지 더해져 신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지쳤다.

이러던 중 딸은 쓰레기통을 뒤지며 집안을 어지럽히고 숟가락과 장난감을 입 안에 넣었다. 최씨는 딸에게 체벌을 시작했다.

최씨의 친모인 외조모도 손녀는 눈에 가시같은 존재였다. 손녀로 인해 자신의 딸이 힘들어졌다는 이유에서다.

무당에게서 "딸 몸 안에 귀신 들어갔다" 듣게 돼

2016년 12월께 최씨와 친모는 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눈동자를 돌리며 음식을 많이 먹으려는 딸의 행동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우연히 알게 된 무속인으로부터 "딸의 몸 안에 귀신이 들어갔다. 굿을 하거나 신내림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이를 맹신하기 시작했다.

(여주=뉴스1) 오장환 기자 - 회초리, 훌라우프 등으로 손녀 A양(3)을 학대해 숨지게한 외조모 C씨(50)가 경기도 여주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친모 B씨와 외조모 C씨가 A양이 잠을 안자고 보채는 등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초리, 훌라우프 등으로 폭행한 사실을 자백했다고 밝혔다. 2017.2.23/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여주=뉴스1) 오장환 기자 - 회초리, 훌라우프 등으로 손녀 A양(3)을 학대해 숨지게한 외조모 C씨(50)가 경기도 여주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친모 B씨와 외조모 C씨가 A양이 잠을 안자고 보채는 등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초리, 훌라우프 등으로 폭행한 사실을 자백했다고 밝혔다. 2017.2.23/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이후 두 사람은 딸의 모든 행동을 몸 안에 귀신이 들어갔기 때문으로 여겼다.

올 1월12일 최씨는 딸이 잘못되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을 막으려 했고 그 때마다 아이는 씩씩거리는 소리를 냈다. 이는 딸의 몸에 귀신이 들어있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생각하고 딸의 얼굴과 등, 팔, 다리 등을 손바닥으로 수회 때렸다.

이후 2월 중순까지 최씨는 일주일에 약 2~3회에 걸쳐 양육 스트레스를 받거나 딸의 몸에 귀신이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손바닥으로 딸의 얼굴과 등, 팔, 다리를 때렸다.

복숭아 나뭇가지와 훌라후프로 마구 때려 숨지게 해

두 사람의 학대는 시간이 갈수록 더해졌다.

2월18일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최씨는 손바닥으로 딸의 등과 팔, 다리를 마구 때렸다. 친모는 복숭아나무가 귀신을 쫓아내는데 효험이 있다고 믿어 집 마당에 있던 복숭아 나뭇가지(길이 30~50cm)로 손녀의 얼굴과 팔, 다리를 때리거나 찔렀다.

괴로워 울부 짖는 딸의 모습이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친모는 복숭아 나뭇가지가 부러지자 훌라후프로 또 다시 손녀의 얼굴과 팔, 다리를 수십회 때렸다.

두 사람의 상상할 수 없는 학대는 다음날에도 계속됐다.

2월19일 오후 2~5시 이들은 "귀신이 빠져나가지 않았다"고 여겨 전날과 같이 복숭아 나뭇가지로 세 살배기 딸의 팔과 다리를 마구 때렸다.

이들은 특히 2월18일 점심부터 21일 새벽까지 약 3일 동안 딸이 음식을 먹는 것은 몸안에 있는 귀신이 먹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음식을 주지 않고 물만 먹였다.

세 살배기 딸은 결국 21일 새벽 숨졌다. 사인은 전신 피하출혈 등에 의한 속발성 쇼크.

재판부 "귀신에 빙의됐다는 망상에 빠져 사망 이르게 해"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는 "피해자(딸)가 귀신에 빙의(憑依)됐다는 망상에 빠져 약 3일간 물만 마시게 한 상태에서 복숭아 나뭇가지와 훌라후프로 때려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만 2세에 불과했던 피해자는 심한 매질과 굶주림 속에서 성인조차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으며 짧은 생을 마감했다"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은)피해자가 사망하기 전날 밤 몸에서 열이 나고 신음소리를 내는 등 이상증세를 확인했음에도 자신들의 구타가 발각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피해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등의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피고인들은 평생 딸, 손녀인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죄책감과 비난을 안고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최씨에게 징역 8년을, 이를 방조한 최씨의 친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hm07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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