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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가슴이 답답...정부에 잘 설명하겠다"

"중국 공장 증설 외에 플랜B 없다" 어려움 호소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7-09-26 21:09 송고 | 2017-09-26 21:20 최종수정
한상범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 © News1 안은나 기자
한상범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 © News1 안은나 기자


디스플레이업계가 정부의 경솔한 발언으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한상범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이 진화에 나섰다.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이자 협회장을 맡고 있는 한 부회장은 "정부가 걱정하시는 중국으로의 기술유출 우려는 (정부에) 잘 설명을 하겠다"며 "중국 공장 증설 외 대안으로 플랜B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중국 내 투자 자제를 요청하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관련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업계가 당황해하고 있는 가운데, 장관 발언 이후 중국 신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LG디스플레이의 주가가 직후 이틀간 7.2% 하락하는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뜬금없는 기술 유출 우려..."가슴이 답답"

한 부회장은 26일 오후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8회 디스플레이의 날'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에서 걱정하는 사항에 대해 잘 설명드리고 정부 판단에 맡기겠다"면서도 "가슴이 답답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지난 18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 최고경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 투자를 재검토하라는 투로 압박한 것이 일파만파 논란이 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연일 이와 관련된 우려를 리포트로 작성해 발표하고 있고 LG디스플레이 주가가 하락하는 등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LG디스플레이나 삼성전자는 중국 투자계획에 변경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정부 눈치를 보느라 말을 아끼고 있다.
한 부회장은 중국 투자를 재고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적기 투자가 이뤄져야 중국 시장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심기를 건드릴까 조심스러워하며 "현행 관세가 5%인데다 중국이 나중에 15%로 올릴수도 있고 광저우 공장 옆에 부지도 마련돼있다"며 "중국 금융기관에서 좋은 조건으로 차입도 하고, 광저우 정부에서 투자금의 30%를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시장이 있기 때문에 가야할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부회장은 "정부가 승인하지 않으면 타이밍이 안맞는다"며 "(정부가)기술 유출 이런 우려로 방정식을 푸는 것은 아닌것 같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 정부 눈치를 봐야하는 샌드위치 신세에 대한 답답함도 호소했다. 한 부회장은 "중국 정부가 보고 있어서 말을 하기가 조심스럽다"며 "실제 설계는 한국에서 다 하는거고 기술 레시피는 (중국 현지에서)시스템상 접근이 안되며 중국은 실제 생산을 맡는 것"이라고 기술유출 우려를 일축했다.

한 부회장은 이날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과 만났지만 중국 공장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7월25일 중국 공장 증설 승인신청을 냈으며, 이달 내 승인이 이뤄지리라 기대하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산업부의 허가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백 장관이 18일 간담회에서 중국에 대한 투자를 재고할 것을 주문한 것은 중국 시안에 반도체공장 증설을 결정한 삼성전자와 중국 광저우 공장에 5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LG디스플레이를 겨냥한 것으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 패널의 중국 매출 비중은 25%로 중국 고객사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투자적기 놓칠라..업계 좌불안석

산업부의 태도는 애타는 업계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공장 증설계획 발표 직후 산업부에 승인을 신청했지만 해당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원래 승인심사를 담당하던 업부 소속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아래의 '전기전자 전문위원회'외에 별도조직인 소위원회가 꾸려지며 중국으로의 기술유출 가능성을 더 철저히 들여다보겠다는 정부 방침이 나왔다. 신청서를 제출한 지 약 두 달 여 만인 지난 20일 오전에서야 첫 번째 소위원회가 열렸고 중국 진출의 사유, 기술유출의 가능성은 없는지 등 질문과 LG디스플레이 측 답변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적인 만남은 잡힌 바 없고 소위원회 측에서 질문하면 LG 측이 답변하는 식이다.

중국의 추격이 거센 상황에서 세계 최초로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개발한 LG디스플레이는 선제적 투자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뜻밖의 난관으로 투자 시점을 놓칠까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 OLED의 경우 적기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국의 추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 이미 LCD(액정표시장치) 분야는 중국에 주도권이 넘어간 상태다. '산업 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 11조에 따르면 국가로부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대상기관이 해당국가핵심기술을 수출하고자 하는 경우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 전에 전문위원회 등을 통한 사전 심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 OLED는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

그러나 업계는 현지에 공장을 짓는다고 해서 기술이 유출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한지 수년째지만 아직도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기술은 국내 업체에 크게 못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공장을 짓는다고 해서 기술이 유출될 것이라 단정하는 것은 선입견"이라며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가 중국 현지공장에서 생산을 해왔어도 중국은 아직 따라잡지 못하고 있고 핵심기술은 해당 기업이 철저한 보안으로 지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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