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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朴정부는 융단폭격, MB정부는 정밀타격"

유인촌 "MB블랙리스트 문체부 관련없다" 주장에 前 공무원들 반박
"구체적 명단 본 적은 없으나, 은밀한 배제 구두지시 있었다" 주장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7-09-26 14:17 송고 | 2017-09-26 17:54 최종수정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News1 DB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News1 DB

'박근혜 정부는 융단폭격, 이명박 정부는 정밀타격.'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명박(MB) 정권 당시 문체부에는 블랙리스트 관련 명단이 내려온 것이 없고 문체부가 이 명단으로 어떤 실행을 한 것도 없다"는 요지의 주장을 한 데 대해 문체부 전직 공무원들이 반박하는 증언을 내놔 논란이 될 전망이다.

전직 공무원들의 증언 내용을 종합하면 박근혜 정부처럼 광범위한 문화예술계 인사를 대상으로 한 블랙리스트가 문체부로 내려오지 않았다는 유 장관의 주장은 맞지만, 은밀하게 구두로 일부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배제 지시'는 있었다는 것이다. 유 장관의 주장이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는 얘기다.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MB정부 시기의 문화·연예계 내 정부 비판세력 퇴출'건을 조사한 결과 원세훈 전 원장은 2009년 2월 취임 이후 수시로 여론을 주도하는 문화·예술계 내 특정인물과 단체의 퇴출, 반대 등 압박활동을 하도록 지시한 것을 확인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개혁위는 원 전 원장과 김주성 전 기조실장 등에 대해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금지 위반 등으로 검찰 수사의뢰를 권고했다.

'핵심 MB맨'으로 꼽혔던 유 전 장관은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에 발탁돼 2011년 1월까지 약 3년 동안 장관직을 수행했다. 유 전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문체부 장관으로) 있을 때 문화예술계를 겨냥한 블랙리스트는 없었다"며 "당시 지원 현황 같은 것을 보면 금방 나올 일"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그런 차별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문화예술계에선 그러나 문체부가 국정원 블랙리스트를 하달받아 후속 조치를 주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문체부 한 전직 공무원은 이와 관련해 "조사하면 다 나올 일"이라며 "유 전 장관 시절에는 소위 '제도 개선'에 중점을 두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는 또 "사실 (유 전 장관의 발언은) 소가 웃을 소리이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처럼 광범위하게 차별하지 않았다는 말로 해석된다"고도 했다.

다른 문체부 전직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가 예술계 전반에 대한 '융단폭격' 방식이었다면, MB정부는 대중 파급력이 큰 영화 장르와 문체부 산하 기관장을 비롯한 오피니언 리더를 중심으로 한 '정밀타격' 방식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현직에 있는 후배들을 위해 말을 아끼겠다"고 전제한 또다른 전직 문체부 공무원은 "MB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인 2008년 초에 언론, 출판, 관광, 영화 등 문화계 전반에 대해 정치 성향 자료를 작성하다가 언론에 노출돼 문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그 문건이 과연 그대로 폐기됐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유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12월에 한 보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좌파 정권 10년에서 다른 기조로 바꾸는 데 역할을 했다. (종북 세력을) 상당 부분 걸러줘서 현 정권에 넘겨줬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인터뷰는 그때 발언을 뒤집는 내용이 아니냐"고 했다. 또 "전직 문체부 고위 관료 중에 예술인 배제를 주도한 이가 있었다"고도 전했다.

문체부의 전 관계자도 "내가 근무하던 부서에서 블랙리스트와 같은 지원 배제 명단을 받은 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은밀하게 구두 지시 방식으로 예술계 인사를 배제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얘기를 다른 부서에서 들었다"고 증언했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도 과거 문인단체인 작가회의에서 활동하던 경험을 소개하면서 이런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유 전 장관 재임 당시에 당시 작가회의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불법 집회에 참여하면 지원금을 반납하라'는 서약서를 요구받아 논의 끝에 아예 지원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소개하면서 유 전 장관의 발언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간사인 송경동 시인도 같은 내용의 증언을 했다. 송 시인은 "MB시절인 2010년 1월20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한국작가회의를 불법폭력시위단체로 규정하고 앞으로 불법 폭력 시위에 가담한 것이 나타나면 기존 지원금 3400만원을 환수하겠다는 특별지원조건 서약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했다"며 "이에 "굴욕적인 보조금 수령을 거부하고 '저항의 글쓰기 운동'을 전개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에게 이같은 주장에 대한 재반론을 듣고자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서울연극협회·한국작가회의 등 문화예술계 단체 300여 곳과 예술인 8000여 명이 만든 '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예술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월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정부의 블랙리스트 사태 및 문화계 불공정에 대해 법률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명박 정부의 문화예술계 탄압은 이미 오래전부터 밝혀져 왔다. 당시 끝까지 작성을 부인했던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이 대표적"이라며 "이명박정부의 문화예술계 탄압은 철저하게 기획되고 준비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인촌 전 문체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완장을 차고 문화예술계 공공기관장들에 대한 불법적인 퇴출 작업을 진두지휘했다"며 "그들은 수백, 수천억원의 국가 재정을 왜곡된 이념 전쟁과 선택된 이권 사업에 투자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빌딩에 있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 조사 신청서를 전달했다.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대응을 위한 문화예술인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2017.9.2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대응을 위한 문화예술인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2017.9.2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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