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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의 독일…지난 12년 눈부신 성장과 마주한 위험

'유럽의 병자'에서 경제 초강대국으로
전기차 혁신 등 산업환경 급변에는 취약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2017-09-26 07:45 송고 | 2017-09-26 09:06 최종수정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 AFP=뉴스1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 AFP=뉴스1

4연임에 성공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지난 12년 집권기 동안 독일은 '유럽의 병자'에서 경제 초강대국으로 변모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라는 악재 속에서도 독일 경제는 눈부시게 회복했다. 하지만 독일 경제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취약해, 앞으로 메르켈 총리 앞에 난관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적했다. 

메르켈 총리가 정권을 잡은 동안 독일 경제는 훌쩍 성장했다. 2005년 독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4481달러로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이웃 경쟁국과 엇비슷했다. 하지만 올해 독일의 1인당 GDP는 4만9815달러로 5만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웃 국가들과의 격차도 5000달러 이상 확대했다.

2005년 독일의 실업률은 11%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이었다. 당시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에 비해 독일의 고용 상황이 더 나빴다. 하지만 2017년 독일의 실업률은 4.16%로 크게 낮아졌고, 그사이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의 실업률은 되레 나빠졌다.

MIT 미디어랩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독일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수출액은 1조2400달러로 집계됐다. 독일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6%에 달한다.

그러나 독일 경제는 주로 미텔슈탄트(Mittelstand)라고 불리는 중소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을 인용해 미텔슈탄트는 재무적으로 보수적이고 연구·개발(R&D) 투자에 비교적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미텔슈탄트는 전통적으로 소프트웨어 대신 하드웨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미래에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더 커질 전망이다. 예를 들어 미래에는 자동차에서 하드웨어가 차지하는 가치는 4분의 1에 불과하며, 4분의 3은 소프트웨어 및 기술이 창출할 전망이다.

또한 위험 기피적인 문화로 독일 벤처캐피털이 크게 성장하지 못하면서 독일 스타트업은 자금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WSJ은 IT 혁신은 주로 벤처캐피털 투자자들의 자금을 통해 이뤄진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프리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독일의 벤처캐피털 거래액은 21억달러로, 미국(725억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게다가 독일 기업들은 관료주의 및 비교적 엄격한 노동법과 세제라는 장애물에 가로막혔다고 이코노미스트들은 밝혔다. 세계은행이 매년 발표하는 '기업 설립하기 가장 쉬운 나라' 순위에서 지난해 독일은 114위를 기록했다. 미국(51위), 영국(16위), 프랑스(27위)에 비해 기업 설립 환경이 매우 나쁘다는 뜻이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독일 경제의 의존도가 매우 크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자동차 산업은 독일 제조업 GDP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현재 전기차 혁신이 진행 중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전기차에는 동작 부품이 덜 필요하다. 이에 따라 독일의 자동차 부품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독일 뮌헨에서 디지털 기업을 운영하는 린 세바스티안 카이저는 "독일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들은 완벽한 점화 플러그를 만들어 낸다. 완전히 최적화됐다. 그러나 실리콘밸리나 중국 사람들은 산업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보고 이에 맞춰 행동하고 있다. 이런 맥락을 생각이나 하는 미텔슈탄트는 단 한 곳도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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