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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4시간 달린 마라토너' 닮은 무용수…'추억에 살다'

2017 SPAF 총 7개국 17작품 10월15일까지 공연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7-09-24 11:19 송고
2017 SPAF 해외초청작 '추억에 살다' © News1
2017 SPAF 해외초청작 '추억에 살다' © News1

캐나다 중견 무용수 카롤린 로랭 보카주는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토너처럼 외로운 춤을 췄다. 지난 2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앞마당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해외초청작 '추억에 살다'에서다.
보카주가 혼자 출연하는 무용 '추억의 살다'는 공연시간이 4시간이다. 2시간 2분57초인 마라톤 세계 신기록을 기준으로 비교하자면 그는 마라톤 구간을 쉬지 않고 2번 완주한 셈이다. 이 작품이 평창 동계 올림픽과 함께 하는 문화축제지원작에 선정된 이유 중 하나다.

아르코예술극장 앞마당에 설치된 '추억의 살다' 무대는 단촐하다. 한 변의 길이가 12피트(feet)인 정육면체 철제 프레임 속이 보카주가 춤을 출 수 있는 공간이다. 정육면체 바깥에는 LED 모니터 2대와 관객을 위한 헤드폰 2대가 각각 달린 안내판 2대가 전부다.

위쪽 LED 모니터에는 춤추는 보카주를 위에서 실시간으로 촬영한 영상이 나오고, 아래쪽 모니터에는 이번 공연의 '남은 시간'과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매일 1회씩 총 3회 공연의 '총 공연 시간'이 기록되고 있었다.

보카주는 자연광 아래에서 배경음악이 없는 상태로 춤을 췄다. 아니, 배경음악은 일상의 소음이었다. 지난 22일 마로니에 공원에선 성매매 추방주간 서울캠페인이 개최돼 축하공연의 노랫소리가 흘러나왔고, 서울에 수학여행으로 방문한 타 지역 고등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떠드는 소리도들렸다.
공연시간 4시간 동안 그의 춤을 지켜보면 두 가지 설정이 있을 뿐 극적인 흐름을 찾을 수 없었다. 규칙은 그가 공연 도중에 철제 정육면체 바깥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과 과거에 배우고 공연했던 춤동작을 기억에서 끄집어낸다는 것이었다.

보카주의 춤은 10여 년 전 TV개그 프로그램의 인기 코너였던 '골목대장 마빡이'를 연상케 했다. 개그맨들이 3분 동안 손으로 이마를 때리는 등 특정 동작을 계속 반복하다가 힘들어하는 표정이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준 적이 있었다. 보카주도 마빡이처럼 같은 동작을 수십 차례 반복하는 동안에 떠오른 다른 동작을 다시 반복한다.

그의 춤은 무료 야외공연의 특성상 관객이 따로 없었다. 행인들은 붉은 원피스를 입은 낯선 이방인의 소리 없는 움직임을 잠시 지켜보다가 이내 싫증을 내고 사라졌다. 그럼에도 보카주는 멈춤 없이 춤을 이어갔다. 그는 가끔 철제 프레임 바깥으로 나가고 싶지만 갇힌 듯한 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무관심과 외면을 넘어서 보카주의 공연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어느 순간에 질문과 함께 애틋한 감정을 만나게 된다. 보카주의 반복된 춤은 '틀 안에 갇혀 어제를 표절한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까'라는 질문 말이다. 성매매 추방주간 서울캠페인에 참석한 수녀는 아이스 자몽에이드를 "힘들게 춤추는 모습이 애잔하니 쉴 때 꼭 드시게 하라"며 제작진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2017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스파프)는 '줄리어스 시저', '언틸 더 라이언즈', '위대한 조련사' 등 총 7개국 17작품을 51회 공연한다. 해외초청작 6편과 국내 선정작 9편, 창작산실 1편, 한영 합작프로젝트 1편을 구성된 SPAF는 10월15일까지 한달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작품을 선보인다. 보다 자세한 공연 정보는 SPAF 홈페이지(www.spaf.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2)2098-2985.

2017 SPAF 해외초청작 '추억에 살다'© News1
2017 SPAF 해외초청작 '추억에 살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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