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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닦고잠이나자라 시바'…LG생건 '욕설마케팅' 실험

"기획단계서 의견분분…젊은층 호응 믿고 진행 결정"
소비재업계 결과주목 "대기업인데 파격적인 시도해"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2017-09-20 07:20 송고 | 2017-09-20 09:24 최종수정
LG생활건강 홍보이미지 © News1

"처음 봤을 땐 마케팅팀이 약을 먹었나 싶었는데 계속 보니 재미있네요. LG전자 마케팅을 LG생건에서 맡으면 어떨까 싶은. 제품명보다 공식마크 붙어있는 게 세상 제일 웃겨요."
LG생활건강 마케팅팀이 국내 치약 업계 1위 '페리오' 한 라인을 홍보하면서 이색적이면서도 용감한 마케팅을 펼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의 견종 시바견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 '시로&마로'와 콜라보레이션 상품을 출시하며 모든 제품명 끝에 '시바'를 붙인 것인데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어 판매 증대와 브랜드 홍보 효과를 보고 있어서다.

'치약짜지마눌러써 시바' '이닦고잠이나자라 시바' 등

소비자들은 "LG마케팅이 이번에 제대로 일낸 듯" "너무 귀여워서 사버렸다" "노린 것 같은데 아이디어 좋네요" "어떻게 이 안이 윗선을 통과했는지 미스터리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LG생건 마케팅팀은 심지어 홍보이미지 우측 상단에 '공식'이라고 써 두는 센스도 보였다. 또 '페리오X시바 취향저격 콜라보' 제목의 홍보영상을 제작하는 등 바이럴마케팅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생건 페리오 브랜드는 최근 시로앤마로 캐릭터와 협업한 구강관리 관련 상품을 출시하고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페리오X시바' 라인은 △치약 △칫솔 △가글액 △구강스프레이 △여행용세트 등 8종으로 구성됐다. 일본 견종인 '시바'를 모티브로 한 강아지 캐릭터를 제품 포장에 그렸다.

이번 협업 상품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게 된 이유는 제품명이 한 욕설을 연상하게 하며 특이해서다.

'치약짜지마 그냥 눌러써 시바' '이 닦고 잠이나 자라 시바' '가글가글 상쾌해 시바' '내 입에 향기 시바' '막차 끊겼어 시바' 등 캐릭터 이름보다 견종을 부각한 만큼 의도를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실제로 일부 소비자들은 "취향저격이긴 한데 어린이들에겐 좋지 못한 영향 줄 것 같다"라거나 "막차 끊겼어 시바나 이 닦고 잠이나 자라 시바는 욕설이 맞는데"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남겼다.

이에 대해 LG생건 측은 “시로앤마로 캐릭터의 귀여운 이미지가 젊은층으로부터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협업을 진행하게 됐다”며 "잠깐이라도 웃고 쉬어갈 수 있는 유머를 더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획 단계에서 소비자로부터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 나왔지만 캐릭터 개발 배경과 친근함 등이 페리오 브랜드와 잘 맞아 진행하기로 결정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News1
© News1

◇업계 "논란 가능성 높은데 파격시도…결과 지켜볼 것"

LG생건에 따르면 시로앤마로 캐릭터를 활용한 '시바 마케팅'은 페리오와의 콜라보 상품 출시 이전부터 있었다. 시로앤마로 캐릭터를 선보인 기업이 일본이 우리나라인 국적인 점도 눈길을 끌었다.

㈜바램은 2016년 9월 유기견인 '인절미'를 회사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키우면서 시바견을 모티브로 한 강아지 캐릭터 '시로&마로'를 고안했다. 베이지색 시바견 이름은 '시로', 검은색 시바견은 '마로'다.

바램은 지난 3월 시바견 캐릭터와 문구를 넣은 스마트폰 케이스를 제작해 판매에 나섰다. 5월엔 교보문고의 핫트랙스 매장 30개점에 입점했고 오는 10월엔 대형마트와 올리브영과 편의점 등에 입점이 예정돼 있다.

김동환 시로&마로 대표는 "LG생건과의 협업 상품 출시를 통해 시로앤마로 캐릭터를 널리 알리게 돼 기쁘다"며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 콜라보레이션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LG생건의 바이럴마케팅 실험을 주목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마케팅 과정에서 판단착오·실수 등으로 사회적 논란에 휩싸이면 큰 타격을 피하지 못해 지금까지 최대한 보수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에서 욕설처럼 보일 수 있는 문구를 넣어 마케팅에 나선 건 보기드문 시도"라며 "인터넷 여론을 주도하는 젊은소비자들이 논란보다는 유머로 받아들일 것을 예상하고 적절한 선에서 문구를 정해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호주등 해외에서는 기업이 '키티' 캐릭터가 손가락 욕을 하는 그림을 그린 티셔츠 등을 공식으로 판매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도 점점 다양성을 수용하는 분위기로 전환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한편 시장 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 치약시장 업체별 점유율은 LG생건(페리오 등) 53.8% 애경(2080 등)이 22.9% 아모레퍼시픽 9.4% 순으로 페리오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메디안·송염) 제품들에 판매중단·회수 조치가 내려지면서 LG생건 점유율이 1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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