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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졸다 깨니 황제가 암살당했다…연극 '줄리어스 시저'

2017 SPAF 개막작…총 7개국 17작품 10월15일까지 공연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7-09-17 11:09 송고 | 2017-09-17 11:10 최종수정
연극 '줄리어스 시저' 공연 사진 (제공 SPAF사무국)
연극 '줄리어스 시저' 공연 사진 (제공 SPAF사무국)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Gaius Iulius Caesar, B.C.100~B.C.44)는 고대 로마의 군인이자 정치인이다. 영어로 줄리어스 시저다. 그는 쿠데타를 일으켜 공화정 체제인 로마의 정권을 장악했으며 이에 만족하지 않고 '종신독재관'(황제)에 올랐다가 3월15일에 공화주의자 브루투스에게 암살당한다.

지난 15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줄리어스 시저'는 루마니아 출신의 연출가 실비우 푸카레트(58)가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2017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개막작인 이 연극은 제목과 달리 주인공은 시저에게 총애를 받았음에도 정치적 입장을 굽히지 않고 그를 암살한 브루투스다.
브루투스가 몰락하는 과정을 담은 셰익스피어의 이 비극은 연극이나 영화, TV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이 작품엔 절대 놓치지 말아야 두 장면이 있다. 바로 시저가 암살당하는 장면과 브루투스와 안토니우스의 연설 장면이다. 연출가 실비우 푸카레트는 암살자들의 흰옷이 시저의 피가 붉게 물들도록 표현했으며, 천장에서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연설 장면을 연출했다.

푸카레트는 중요 장면이 아닌 곳에도 분가루, 동물(대형견) 객석을 활용해 긴장감을 끌어냈다. 안토니우스의 연설로 인해 로마에서 쫓겨난 브루투스가 전쟁에서 패배해 자살하는 장면은 온몸에 분칠하고 일본 스모 선수를 연상케 하는 복장을 한 배우들이 좁은 탁자 위에 뒤엉켰다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표현했다. 이 장면에선 배우들이 움직일 때마다 분가루가 허공에 날리며 권력의 덧없음을 상징했다. 흰색 대형견은 시저 역할을 맡은 배우가 실제로 키우는 애완견이다. 잘 훈련된 이 개는 시저와 함께 등장할 때마다 폭력으로 완성된 그의 권위를 잘 표현했다.

연출가는 공연의 시작을 특이하게 설정했다. 배우가 무대가 아닌 객석 2층에서 등장한다. 로마 시민이 뽑은 호민관인 플라비우스가 관객들을 향해 "뭐하러 옷을 빼입고 왔느냐, 오늘이 공휴일인 줄 아느냐"고 호통을 친다. 희곡에는 시민들이 루비콘강(江)을 건너 개선한 시저를 직접 만나려고 거리에 몰려나오자 이를 제지하는 공화주의자 호민관의 불편한 심정을 표현한 대목으로 나온다.
셰익스피어 작품은 다른 희곡보다 대사량이 월등히 많다. 연출가가 현대적 감각으로 대사를 압축하고 걸러내도 공연 시간은 140분이었다. 관객이 무대 양쪽과 천장에 설치된 자막을 읽으면서 공연을 따라가야 해 목 가누기가 힘들고 중간중간 대사를 놓치기 십상이었다. 작품은 짧은 대사와 순간적 표정으로 권력의 암투를 긴장감 있게 표현했지만, 객석에선 자막을 읽다가 지친 표정을 짓는 관객들이 많았다. 졸다가 깨서 시저가 피를 흘리고 죽어 있는 장면을 발견하는 관객도 있었다.

한편, '2017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스파프)는 전석매진된 '줄리어스 시저'를 시작으로 '언틸 더 라이언즈', '위대한 조련사' 등 총 7개국 17작품을 51회 공연한다. 해외초청작 6편과 국내 선정작 9편, 창작산실 1편, 한영 합작프로젝트 1편을 구성된 SPAF는 10월15일까지 한달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작품을 선보인다. 보다 자세한 공연 정보는 SPAF 홈페이지(www.spaf.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2)2098-2985.

연극 '줄리어스 시저' 공연 사진 (제공 SPAF사무국)
연극 '줄리어스 시저' 공연 사진 (제공 SPAF사무국)


연극 '줄리어스 시저' 공연 사진 (제공 SPAF사무국)
연극 '줄리어스 시저' 공연 사진 (제공 SPAF사무국)


SPAF 공연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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