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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반대자 점령한 '개헌 토론회장'…국민의견 수렴 취지 무색

7일 전북 토론회선 폭행사태도 벌어져
'국회 주도, 정작 국민 관심사안은 제외' 지적도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7-09-17 09:00 송고
국회 헌법개정 국민대토론회가 12일 오후 대전시청 대강당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국민대토론회는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와 광역지방자치단체 공동 개최로 부산, 광주, 대구, 전주 등 총 11개 시도에서 열린다. 2017.9.12/뉴스1 © News1 주기철 기자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가 '국민중심' 개헌을 표방하며 개헌을 위한 여론 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국회는 지난달 29일부터 '헌법개정 국민대토론회'를 열고 있다. 오는 28일까지 전국 11개 시도에서 토론회를 열고 개헌에 대한 국민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헌법개정 대국민 토론회에 지정토론자 자격으로 참석한 헌법전문가들마저 국회가 마련한 ‘개헌 토론회’가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원래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대토론회가 평일 낮에 이뤄져 일반 국민들의 참여가 어려운데다가 ‘동성애 반대자’들이 대토론회장을 장악하고, 전문가로서 개헌안에 대한 의견을 낸 지정토론자를 폭행하는 등 개헌토론회가 사실상 동성애 반대 집회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여론 수렴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상 모든 논의를 국회가 주도하는 등 '토론회'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 토론회 참석자 대부분이 동성애 반대자 
각 지역에서 열린 ‘헌법개정 대토론회’는 외연상 모두 문전성시를 이뤘다. 문제는 대토론회에 청중으로 참석한 국민 대다수가 '동성애'라는 특정 이슈에 대한 열혈 반대자라는 사실이다.

국회는 개헌을 위한 국민 대토론회'를 표방했다. 하지만 토론회가 평일 낮에 이뤄져 생업으로 바쁜 일반국민들이 참석하기엔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동성애 반대' 입장의 시민들이 토론회장을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일 전북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토론회에서는 헌법 11조 평등권 조항에 대한 전문가 견해를 발표한 지정토론자가 동성애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청중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지정토론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토론회 쉬는 시간에 휴식처로 이동 하는 중에 어떤 분이 오셔서 너무나 뜬금없이 어깨를 손으로 거칠게 쳤다"며 "헌법 11조 평등권 조항과 관련된 의견을 발제했는데 발제 내용 가운데 성평등과 성적지향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고 이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데 물리력을 행사하고 토론회장에서도 상당히 험한 말씀들을 많이 하셨다"며 "의견 교환이라기보다 발제 중에 '성적지향' 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라는 거친 요구만 계속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국회는 국민대토론회라는 취지로 진행했지만 (토론회장) 플로어에 동성애 반대 입장인 분들이 전부인 것 같았다"며 "다른 토론회에서 이분들이 토론회장을 장악하고 소리를 지르는 등의 일들이 계속됐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실은 동영상 검색 사이트인 유투브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 국민소환제 등 국회의원 특권 제한 등은 쏙 빠져

대토론회가 국회가 제공하는 자료를 중심으로 이뤄짐에 따라 국회의원들의 기득권과 관련된 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일례로 국회의원 임기 중에 직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소환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선출직인 국회의원들이 국민 대다수의 뜻과 어긋나는 행보를 보이거나 국회의원의 특권에 기댄 비리 행태 등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묻기 위한 제도인 국민소환제는 대다수 국민들이 새 헌법에 담기를 바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개헌토론회에선 국민소환제 등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이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헌법조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다수 헌법학자들이 헌법상 정당 국고보조금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헌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국회가 제공한 ‘개헌 주요 주제’에 포함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국민들이 원하는 개헌안은 따로 있는데 국회가 자신들의 이익과 관련된 부분은 논의조차 어려운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는 거센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온라인 여론 수렴 등 다양한 방안 마련해야"  

헌법에는 국가권력을 어떻게 나눌지 또 국가가 국민들의 권리로 인정하고 보호해야 하는 ‘기본권’이 무엇인지가 담기기 때문에 국민생활에 끼치는 영향 역시 막대하다. 이에 따라 헌법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서는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문제는 국회가 마련한 개헌토론회가 ‘동성애 반대’ 집단에 장악되는 등 정상적인 개헌안 논의가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는데 있다. 국회는 각 지역별로 총 11회의 대토론회를 준비했고 지난 14일 열린 강원지역 토론회가 여섯 번째 순서였다. 이미 절반 이상이 진행된 셈이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개헌을 위한 국민대토론회가 개최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잘 알지 못한다.

신옥주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헌 대토론회가 헌법개정안에 대해 다양한 얘기를 나누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볼수 있다”며 “국회가 주도해서 만든 안을 갖고 일방적으로 설명을 하는 방식이 아닌 다양한 의견수렴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또 "대토론회가 평일 낮에 열리기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서 개헌안을 논의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덜 받는 온라인을 활용한 개헌 의견수렴을 한다든지 실질적인 여론 수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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