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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4사 '고용세습' 폐지...대기업 강성노조는 요지부동(종합)

SK이노베이션, 정유사중 마지막으로 퇴직자 자녀 우선채용 조항 삭제
다른 강성노조 득세 업종으로 확산될지는 미지수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2017-09-14 18:43 송고 | 2017-09-14 19:01 최종수정
SK이노베이션 울산CLX© News1
SK이노베이션 울산CLX© News1

SK이노베이션이 단협상 존재하는 '조합원 자녀 우선채용' 조항을 삭제했다. 2015년부터 관련 조항을 손질해 온 국내 정유4사는 '고용세습' 논란에서 자유로워지게 됐다.

특히 최근 SK이노베이션은 임금상승률을 물가지수에 연동하며 '노사관계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도 임단협 고용세습 조항 폐지

14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지난 12일 타결된 임금 및 단체협상 합의안에서 기존 단체협약 제24조2항에 있던 '회사는 정년 퇴직자, 상병으로 인한 퇴직자의 직계가족의 채용에 있어서 자격이 구비되었을 시 우선 채용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사실상 시행한 적 없는 사문화된 조항이기 때문에 노사 합의하에 삭제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 맏형으로서 마지막까지 임단협에 '고용세습' 조항을 가지고 있던 SK이노베이션이 이를 삭제하면서 국내 정유4사는 이를 둔 사회적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됐다.

2016년 고용노동부가 2769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단체협약 실태조사' 결과 전체 사업장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사업장(694개)에서 전·현직 직원 가족의 직계자녀 등에게 특별채용, 전형채용 또는 채용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이른바 '고용세습' 조항을 두고 있다.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는 대기업의 이런 구태는 꾸준히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돼 왔다. 특히 관련 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공정한 기회를 박탈당하고 좌절감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됐다.

정유사들은 이런 여론을 의식해 몇년 전부터 꾸준히 '고용세습' 조항을 도려냈다. 2015년 GS칼텍스를 시작으로 작년에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가 관련 조항을 손질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업계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 직원의 자녀를 우선채용하는 단협 문구를 경쟁적으로 넣긴 했지만 실제로 적용사례는 없다"면서 "사회가 변한만큼 이런 문구가 오해를 낳지 않게 하기 위해 삭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강성노조 득세 업종은 요지부동

다만 고용세습 조항 폐지가 강성노조가 득세하는 다른 업종에도 확산될지 미지수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최근 파업을 결의하면서도 고용세습과 관련된 조항을 삭제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고용세습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라는 평가는 많다. 그러나 문구가 갖는 협상력 때문에 노사 모두 폐지에 소극적인 면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측역시 임단협에서 '고용세습' 조항을 폐지하면 노조의 다른 요구에 봉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노조도 요지부동이다. 고용노동부가 자율시정을 권고하고 있지만 잘 통하지 않고 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일부 대기업 노조들의 고용세습 행태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도 '고용세습' 폐지를 위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논의는 진전되지 않고 있다.

정유사가 이들과 다른 행보를 걸을 수 있던 이유는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구조' 때문이기도 하다. 정유업계는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신 최근 시황 고공행진 속에 연봉은 1억원대를 넘어서고 있다. 실제로 500대 기업중 지난해 억대 연봉을 지급한 12개 업체 가운데 절반은 정유·화학업계에서 나왔다. GS칼텍스(1억1310만원), 에쓰오일(1억1080만원), 11위 SK이노베이션(1억100만원)도 억대연봉 대열에 포함됐다. 현대오일뱅크도 9100만원에 달했다. 이 같은 고연봉 구조 속에 더 이상 시대에 뒤처진 조항을 유지할 수 없다는데 노사가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임단협에서 국내 대기업 최초로 전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임금 인상률을 자동 결정하는 데 합의했다. 이로써 해마다 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모적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노사 관계의 새 패러다임'을 도입한 SK이노베이션에서 '고용세습'은 원천적으로 어울릴 수 없었다.

한편 SK그룹 주요계열사에서도 이 문구는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2015년 SK하이닉스도 고용세습 조항을 없앴다.


song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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