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무보정리뷰]"17년 살며 아들까지 낳은 아내가 원래 남자였다"

실화 바탕…2% 아쉬운 연극 '엠.버터플라이'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2017-09-14 16:17 송고 | 2018-06-24 11:45 최종수정
연극 '엠.버터플라이' 시연 장면© News1
연극 '엠.버터플라이' 시연 장면© News1

연극 '엠.버터플라이'(M.Butterfly)는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과 1986년 프랑스 외교관 기밀누설 사건을 엮어낸 작품이다. 중국계 미국인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이 쓰고 1988년 초연해 토니상 최고 작품상을 받았다. 국내엔 2012년 초연, 2014년 재연에 이어 지난 9일부터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1관에서 개막해 오는 12월3일까지 삼연에 들어간다.

오페라 '나비 부인'은 이 작품에서 비판의 대상인 동시에 욕망의 대상이다. 중국 경극 배우인 송릴링은 이 오페라가 남성우월주의와 서양인이 동양에게 품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송은 오페라 속 성별과 동서양을 바꿔 금발 미녀가 왜소한 동양 남자를 사랑하다가 버림받자 다른 금발 미남의 구애를 마다하고 자결을 택한다면 어떻겠냐고 묻는다. 그의 주장에는 철학자 에드워드 사이다가 저서 '오리엔탈리즘'에서 "동양은 스스로 존재하지 못하고 서양의 동양주의자 담론 속에서만 존재할 뿐'이라고 밝힌 통찰이 깔렸다.

송릴링은 동양 여자에 대한 서양 남자의 환상을 자극해 프랑스 외교관 르네 갈리마르를 유혹한다. 이들은 1960년 중국 북경 독일대사관저 파티에서 처음 만나 20년 가까이 연인 관계를 지속한다. 프랑스의 국가기밀은 갈리마르에서 송에게 전달돼 중국에 넘겨진다. 이 사실이 발각되고 재판 과정에서 송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다는 충격적 사실이 드러난다. 이런 이야기의 전개는 국가의 기밀을 누설한 외교관 출신 우편배달부 버나드 브루시코와 그를 조종한 중국 여인 쉬 페이푸의 실화가 바탕이다. 쉬는 브루시코와 17년을 함께 살며 아들까지 뒀지만 남자였다.

작품은 '007 제임스 본드'를 연상케하는 첩보물이 아니다. 동양의 달콤한 덫에 빠져 스스로 환상 속의 세계를 향해 가버린 한 남자, 르네 갈리마르의 비극에 초점을 맞춘다. 갈리마르는 자신의 욕망에 취해 송이 남자옷을 입고 나타나도 진실을 끝까지 외면한다. 무너진 환상을 끝까지 붙잡는 것이 갈리마르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의 욕망이 나를 속인다'는 이 매력적 화두는 작품을 떠나 모든 관객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삼연을 맞은 이번 공연은 '미세한 어긋남이 작품을 망친다'는 화두도 관객에게 함께 던진다. 14일 열린 전막시연회에선 송릴링이 연기하는 경극 일부와 오페라 '나비부인' 마지막 장면은 무대 효과나 소품, 의상 등 모든 면에서 관극의 몰입도를 급격하게 떨어트린다. 빠듯한 제작비 안에서 해결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한계일 수 있다. 또, 신체 건장한 남자 배우들이 맡은 여장남자 역할도 몰입을 방해한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여장남자 역할을 찾아 헤매던 이준익 감독의 고통과 이준기의 캐스팅이야말로 '신의 한수'였음을 실감할 수도 있다. 이런 일부분만 잘 참고 넘긴다면 중국계 미국인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이 던진 화두를 만끽할 수 있다.

관람료 4만~5만5000원. 문의 (02)766-6007.






art@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