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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한 가정이었는데…두 자녀 살해한 40대 엄마 왜?

주민들 "금슬 좋고 여행도 많이 다녀…어떻게 이런 일이"
1~2달 전부터 건강 나빠져…'전날밤 싸우는 소리' 전언도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2017-09-14 15:49 송고 | 2017-09-14 15:54 최종수정
14일 오전 우울증 병력을 가지고 있던 여성이 아들과 딸을 살해한 후 자살을 시도한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세대 출입문이 굳게 잠겨 있다. 2017.9.1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14일 오전 우울증 병력을 가지고 있던 여성이 아들과 딸을 살해한 후 자살을 시도한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세대 출입문이 굳게 잠겨 있다. 2017.9.1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아이들 데리고 캠핑도 다니고. 화목한 가정이었는데..."

14일 40대 친모 A씨(44·여)가 초등학생 두 자녀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소재 아파트 주민들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주민들은 사건 당사자인 부부가 평소 금슬도 좋고 화목했다며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부부 관계도 좋아 보이고 주민들한테 인사도 잘 했었죠. 아이들도 참 예뻐하고 여행도 많이 다닌 걸로 알아요. 무슨 이유인지 이해를 못 하겠네"

평소 이들 부부와 안면이 있던 아파트 주민은 A씨 부부의 평소 모습을 떠올리며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못믿겠다는 표정이었다.

조용했던 아파트 단지에 사건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한 주부는 "어제 심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렸는데 이 일 때문이었나 보다"라며 입술을 떨었다. A씨와 친하게 지냈다던 주부 3명은 사건 발생 아파트 건물 앞에서 오열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A씨 부부 가족은 평범하고 가족이었다. 가정불화나 경제적 이유로 인한 사건은 아닐 것이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렇다 보니 이들 부부와 잘 알던 지인들은 소식을 전달받고도 "그럴 리가 없다"며 슬픔을 주체하지 못했다.

A씨 부부와 10여년 전부터 알고 지냈다는 B씨 부부는 "1~2달 전부터 A씨가 몸이 안 좋다고 병원 진료를 많이 받았다"면서도 "A씨가 외향적인 성격이고 표정도 다양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몸이 안 좋다길래 음식도 해서 갖다줬었다"고 말했다.

A씨 부부는 친구처럼 지내던 B씨 부부와 여행도 자주 다녔다. 올해에는 이들 가족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이웃들과 모은 회비로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B씨 부부는 "여행지에서도 A씨는 항상 밝고 재밌는 표정으로 사진도 많이 찍었다"며 "오늘도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었는데 A씨가 '기분이 별로'라면서 다음에 먹자고 했다"고 울먹거렸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지인과 주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A씨는 자녀들이 방학하기 전인 6~7월부터 건강이 안 좋아졌다. 병원 진료 결과 크게 문제가 되는 병은 아니었지만 A씨는 이때부터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 부부에 따르면 A씨는 얼마 전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나오던 중 신경외과 병원을 보고서 입원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고 한다.

B씨 부부는 "몸이 안 좋아서 건강에 대한 심각성을 자각하기는 해도 본인이 정신적인 문제를 자각하지는 않지 않느냐"며 "그때 조금 이상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평소 워낙 밝은 사람이라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A씨의 남편도 굉장히 조용하고 가정적인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천주교 신자인 A씨는 종교에도 크게 집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한 범행은 아닐 것이라는게 지인들의 주장이다.

한편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전날(13일) 오후 11시쯤 11세 딸과 7세 아들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살인)로 어머니 A씨를 조사하고 있다. A씨는 범행 후 스스로 손목을 자해했으며 귀가한 남편이 119에 신고해 현재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현장에서는 A씨가 쓴 것으로 추측되는 '미안하다'는 글씨가 쓰인 쪽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와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고 정신과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치의 의견을 고려해 일단 입원후 치료경과에 따라 추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용민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큰 병이 아니더라도 '내가 큰 병이 있는데 못 찾는게 아닌가' 하는 건강염려증이 우울증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우울증 증세가 보이기 시작하면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 가족과 지인의 미래까지도 암울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자신의 자녀나 배우자 등을 동반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hanant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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