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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무비] '아이캔스피크', 평범한 할매 나문희에 속았다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17-09-13 16:53 송고
'아이 캔 스피크' 스틸 컷 © News1
'아이 캔 스피크' 스틸 컷 © News1

그저 그런 영화처럼 보이는 겉모습 뒤에 숨은 반전.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힘이다. 

지난 6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아이 캔 스피크'(김현석 감독)는 웃음과 눈물이 적절하게 뒤섞인 한국형 휴먼 코미디 영화였다. '위안부 후일담'이라는 특정 소재를 전형적인 휴먼 코미디 장르에 녹여내 관객들의 공감도와 몰입도를 높인 것이 영화의 강점이다. 

일견 별 것 없어 보이는 '아이 캔 스피크'의 특별한 면은 역시 소재에 있다. 그저 불통의 참견쟁이 '꼰대' 노인인 줄만 알았던 주인공의 숨겨진 사연이 후반부에 서서히 드러나면서 평범해 보였던 영화에 남다른 생동감이 부여된다.

시장통에서 수선집을 하는 옥분(나문희 분)은 온 동네를 휘저으며 무려 8천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어 온 참견쟁이 노인이다. 끝이 없는 민원 신청에 구청 직원들은 그를 '도깨비 할매'라고 부르며 슬슬 피해다닐 정도.

그런 '도깨비 할매'의 레이더망에 새로 발령을 받아 온 민재(이제훈 분)가 걸려든다. 민재는 '도깨비 할매'의 요구에 원칙을 무기로 이리저리 방어하는 데 능한, 전형적인 공무원이지만 옥분은 그런 민재가 갖고 있는 영어 능력에 비상한 관심을 보인다. 좀처럼 늘지 않는 영어 실력을 높여줄 과외 선생으로 민재를 찍은 것.

옥분의 막무가내 요구 끝에 민재는 영어를 가르쳐주기로 하고, 두 사람 사이에 따뜻한 정이 피어난다. 전반부 민재와 옥분이 민원과 영어 교습을 놓고 티격태격 과정이 코미디 영화 특유의 미덕을 보여준다면, 후반부 옥분이 영어를 배우는 복합적인 이유가 밝혀지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옥분의 사연과 변화는 사실상 예상할 수 있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들에게 묵직한 '한방'을 선사한다.  

'스카우트', '시라노: 연애조작단', '쎄시봉' 등을 연출한 김현석 감독은 자칫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소재를 휴먼 코미디라는 장르 속에 담백하게 담아냈다. 어려운 소재를 접근성 좋은 장르에 균형있게 풀어낸 점이 올해 여름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택시운전사'를 떠올리게 한다. 

배우들의 호흡이 훌륭하다. 나문희는 진정성 있는 연기와 코미디를 동시에 소화해내는 연기 내공으로 시종일관 울렸다 웃긴다. 이제훈 역시 꽉 막힌 원칙주의자 공무원 역할을 안정적으로 소화해냈고, 나문희와의 캐릭터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킹스맨: 골든 서클'과 '남한산성' 등 기대작들이 포진한 추석 시즌 '복병'으로 손색없는 작품이다. 오는 21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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