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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3대 시인' 이환천 "시는 '공감'…가볍게 오래 갔으면"

[인터뷰]'사장 부장 다 나가, 혼자 있고 싶으니까' 펴낸 이환천 시인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7-09-13 11:47 송고 | 2017-11-28 16:00 최종수정
이환천 SNS시인이 12일 오전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9.12/뉴스1 © News1 임준현 인턴기자

"제 시를 읽는 독자들에게 큰 울림이나 깨달음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잠깐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싶어요. 쓰는 저도 가볍지만 오래 가길 원해요. 너무 힘을 줘서 소진되지 않고 오래..."

팔로워 10만명. 재미있는 시 한 편을 올리면 몇 만 명이 '좋아요'를 누른다. 독자들에게 좀 공감이 덜 되나 싶은 시라 해도 '좋아요'는 수백에서 수천에 이른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환천 시인(31)은 하상욱, 최대호와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무대로 활동하는 시인들 중 가장 인기 있는 '3대 시인'으로 꼽힌다.
주로 한국인에게 친숙한 4.4조의 운율에 직장생활의 애환, 연애, 생활 속 소소한 발견을 담는다. 이환천 시인은 2015년 펴내 7~8쇄를 찍은 시집 '이환천의 문학살롱'에 이어 최근 두번째 시집 '사장 부장 다 나가, 혼자 있고 싶으니까'(위즈덤하우스)를 출간했다.

이환천 시인은 자신의 시를 페이스북의 '이환천의 문학살롱'에 올린다. 대학 졸업 후 제약회사 영업부에서 일하던 그가 2014년 무렵 친구들끼리 재미있게 즐겨보자는 생각에 SNS시 몇 편을 자신의 개인 계정에 올린 것이 활동의 시작이었다.

친구들도, 공유해서 읽게 된 다른 이들도 재미있다고 했다. 쌓인 글을 모아 계정 '이환천의 문학살롱'을 열었다. 직장을 그만둔 후 호주에 일 년 있었던 동안 본격적으로 썼다. 팔로워가 기하급수로 늘어났다.
"친형이 직장에 다니는데 단체 카카오톡방에 팀장님이 유행하는 글이라며 제 시를 올린 적이 있었어요. 부모님은 당신들이 다니는 등산 단톡방에 누가 '이거 재밌는 글이다'하고 제 시를 올려서 제가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을 아셨어요."

유도 3단의 대학 체육학과 출신에, 어렸을 때부터 책을 싫어했고 진득하지도 못한 그와 문학은 원래부터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어머니는 어린 이환천 시인이 자리에 차분히 앉아 책읽는 습관을 갖도록 서예도 바둑도 시켜보고, 위인전기를 쥐어 주면서 "다 읽으면 용돈 500원을 주마"고도 했다.

하지만 시인은 앞부분과 뒷부분만 읽고는 다 읽었다며 줄거리를 만들어서 어머니에게 들려줘 용돈을 타냈다. 그런 그에게 가족들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강요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찾도록 내버려 두었다.

"남들이 하는 재미있어 보이는 것들을 다 해보는 성격이에요. 친형이 미술을 전공해서 형이 그림을 그리면 따라 그렸어요. 수업시간에도 딴짓하고 친구들을 재미있게 해주고 싶어서 짧은 글들을 끄적거렸어요. 친구들 반응이 아주 좋았죠. 잠깐 아르바이트 정도만 하면서 집에서 쉴 때, 어느날 아침밥을 먹으면서 아버지가 '직장도 그만뒀는데 뭐할거냐' 물어서 '한동안 그냥 쉴거다'고 했죠. 그랬더니 아버지는 '돈도 없는거 같은데 필요한 거 없냐' 하셨어요. 그래서 필요한 것은 ‘부의 세습’이라고 대답했어요."

보통의 아버지였으면 귓방망이를 날렸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환천 시인의 아버지는 황당해하면서도 허허 웃으며 재미있다고 했다.

SNS 시를 시로 보아야 할 것인가는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너무 장난스럽고 얄팍하지 않냐는 거다. 하지만 이 시인은 "(SNS 공간에서는)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가 무너졌다고 생각한다"면서 "시로 받아들이는 이에겐 시고, 아니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시가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제 첫 번째 시집 표지에 '시가 아니라고 한다면 순순히 인정하겠다'고 크게 써놓았어요. 제 생각에 시는 누구나 다 쓸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거 같아요. 하지만 시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분들에게는 제가 쓴 글들이 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합니다."  

'시가 뭐냐'는 질문에 시인은 '공감이 담기는 게 시'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그가 가장 공들이는 부분도 공감을 얻을만한 내용을 찾는 것이라 했다. 다른 이의 책을 읽으면 모방하거나 잠재의식에 남아있을까봐 책은 일부러 딱 필요한 부분만 읽고 덮는다. 대신 자신의 경험, 가족과 친구들과의 대화와 술자리에서 공감의 소재를 찾아낸다.   
 
"저는 SNS 시 쓰기 활동을 너무 심각하게 하지 않으려고 해요. 별 생각없이 재미있기 위해 하고 싶어요. 나이가 들면 나이에 맞게 소재를 변화시키면서요. '좋아요' 수에 연연하기 보다는 제 스스로 쓰고 만족할 수 있느냐에 집중해 꾸준히 오래 시를 쓰겠습니다."

이환천 SNS시인이 12일 오전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9.12/뉴스1 © News1 임준현 인턴기자
이환천 SNS시인이 12일 오전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9.12/뉴스1 © News1 임준현 인턴기자


이환천의 문학살롱에 오른 SNS시© News1


SNS 시 '다이어트 실패자들' 의 '어차피/지금제/체중은/개돼지/입니다'에 딸린 그림.(위즈덤하우스 제공)© News1
SNS 시 '다이어트 실패자들' 의 '어차피/지금제/체중은/개돼지/입니다'에 딸린 그림.(위즈덤하우스 제공)© News1


SNS 시 '다이어트 실패자들' 의 '어차피/지금제/체중은/개돼지/입니다'에 딸린 그림.(위즈덤하우스 제공)© News1
SNS 시 '다이어트 실패자들' 의 '어차피/지금제/체중은/개돼지/입니다'에 딸린 그림.(위즈덤하우스 제공)© News1


'사장 부장 다 나가, 혼자 있고 싶으니까' 170~171쪽(위즈덤하우스 제공)© News1
'사장 부장 다 나가, 혼자 있고 싶으니까' 170~171쪽(위즈덤하우스 제공)©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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