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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조선소]③처벌만으로 한계...조선소 사망사고 막으려면

하청 거칠수록 안전관리 의무, 의식 소홀...관리사각 해소가 숙제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2017-09-11 06:00 송고
22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선박 폭발 사고현장에 도색 작업에 쓰이는 재료가 놓여있다. 지난 20일 오전 11시 37분께 STX조선해양 석유화학제품선박 내 잔유보관탱크가 폭발해 4명이 숨졌다. 2017.8.22/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22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선박 폭발 사고현장에 도색 작업에 쓰이는 재료가 놓여있다. 지난 20일 오전 11시 37분께 STX조선해양 석유화학제품선박 내 잔유보관탱크가 폭발해 4명이 숨졌다. 2017.8.22/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환기만 제대로 됐더라면, 산소가 공급되는 송기마스크를 쓰고 작업하도록 했더라면....올8월 하청업체 근로자 4명의 사망자를 낸 STX조선해양 화재사고를 비켜가거나 줄였을 조치들이다.

외주비중이 높은 조선업에서 하청근로자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작업자 안전에 대한 원청과 하청의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험 작업이 많은 조선업의 특징상 어느 한쪽에서 안전불감증이 생기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특히 조선업에서 하청에 하청을 거듭하는 다단계 하청이 성행하면서  관리의 사각도 덩달아 높아졌다. 하청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할 최종책임은 원청에 있다. 그러나 업황부진으로 자사 인력부터 줄여야 하는 시점에서 한식구가 아닌 근로자의 안전에 본사가 신경을 쓰기란 더욱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11개 조선 사업장에서는 2013년 이후 올해까지 한해 평균 15.2명의 사망사고자가 발생했다. 이중 13.2명이 하청업체 근로자다. 외주비중이 늘면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사망건수도 15명 안팎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2014년 이후는 조선이 불황에 허덕이게 된 시기이기도 하다.

지난달 있었던 STX조선 폭발사고로 숨진 작업자 4명은 소위 '물량팀'으로 부르는 다단계 하청 구조의 최하층이다. 원청업체인 STX조선은 1차 하청으로 K기업에 도급을 줬지만 K기업은 다시 M기업에 재하청을 줬다. 

숨진 4명은 도장작업을 위해 송기마스크를 착용해야 하지만 그보다 가격이 싼 방독마스크를 착용하고 작업했다. 또 M기업이 숨진 4명과 근로계약서를 체결했지만 정작 이들의 4대 보험은 K기업에서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조선소 관계자는 "협력사들이 2차 협력사를 운용하거나 불법 하도급 계약을 추가로 맺는다고 해도 원청이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STX조선해양 사고에서 경찰은 원청과 하청 모두에 관리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규격에 맞지 않는 조명등을 쓰고, 작업자들이 송기마스크를 쓰지 않았는데도 경각심없이 방치됐다는게 경찰 판단이다. 

단순히 부주의로 돌리기에는 구조적 요인이 적지않음을 시사한다. 다단계 하청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안전관리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안전의식 또한 희미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정부는 지난달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어 산재예방을 위한 책임 주체와 보호대상을 확대하는 '중대 산업재해 예방대책'을 의결했다. 중대 산업재해는 사망자가 발생한 작업 현장과 그에 준하는 복수의 상해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이다.

지금까지는 22개 위험장소로 지정된 업무에 대해서만 원청에 책임이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모든 장소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된다. 수은, 제련 등 유해·위험성이 높은 작업은 원청이 직접 하도록 했다.

아울러 건설업에 적용되던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조선업에도 도입해 하도급 비용에 반영하도록 했다. 작업 안전조치 미행으로 사망자가 발생했을 경우 원청업체에 대한 처벌 수위도 크게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이전에 비해서는 조선업에 안전관리에 대한 감도는 높아질 것으로 보이인다. 하도급 대금에 안전비용이 추가된 점은 작업자 안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보완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의무 규정 자체보다 그것을 지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산업재해 관련 한 전문가는 "안전관리 규정이 없어서 산업재해를 예방 못하는 것이 아니다"며 "산업안전도 경쟁력이라는 생각에서 경각심을 갖고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한데 조선의 경우 하청에 하청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안전관리에 대한 의식과 투자를 어떻게 고무할 것인가가 숙제"라고 말했다.


i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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