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주요 해외도시와 비교해 '서울' 집값 "높을까? 낮을까?"

LA·런던보다 높고, 시드니·밴쿠버보다 낮아
PIR 보조지표로만 인용…HAI도 비교해야

(서울=뉴스1) 진희정 기자 | 2017-09-10 07:00 송고 | 2017-09-10 13:51 최종수정
세계 주요도시 PIR. 서울에서는 10년3개월을 꼬박 모아야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할 수 있다.(자료 : KB국민은행·데모그라피아 인터내셔널).©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세계 주요도시 PIR. 서울에서는 10년3개월을 꼬박 모아야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할 수 있다.(자료 : KB국민은행·데모그라피아 인터내셔널).©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매달 버는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3개월을 꼬박 모아야 서울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해외도시와 비교해 LA·런던보다는 높았고, 호주 시드니와 캐나다 밴쿠버보다는 낮았다.

일각에선 우리나라 집값이 소득 수준에 비해 다른 나라보다 높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출 상환 능력 등의 변수를 고려한다면 단순 수치 비교는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3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서울의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PIR)은 10.3배였다. PIR은 가구의 연평균 소득을 반영해 평균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PIR이 10이라는 것은 가구 구성원이 소득을 아예 쓰지 않고 10년을 꼬박 모아야 집 한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의 PIR은 LA(9.3배)나 런던(8.5배)보다 높은 수치다. KB국민은행이 실시한 주택가격동향조사와 미국 컨설팅업체인 '데모그라피아 인터내셔널(Demographia International)' 주택구매력 조사 자료를 종합한 결과다. 한은은 전 세계 주택가격을 일괄 비교하기 위해 두 자료를 종합해 분석했다.

데모그라피아 인터내셔널 자료만 따진다면 서울은 세계 평균(406개 지역) PIR보다 4.0배며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92개) PIR과 비교해 4.2배다.  

또 다른 자료를 살펴보자. 세계 통계 정보를 제공하는 '넘베오(NUMBEO)'가 올해를 기준으로 조사한 280개 도시 가운데 PIR이 가장 높은 곳은 중국 베이징으로 42.2배를 기록했다. 서울은 17.4배로 34위에 머물렀다.

베트남 하노이(35.5배), 인도 뭄바이(39.6배), 태국 방콕(21.7배), 이탈리아 로마(20.5배), 대만 타이베이(19.8배) 등이 서울보다 높았다. 반면 일본 도쿄(17.7배), 스웨덴 스톡홀롬(15.9배), 캐나다 밴쿠버(15.2배), 독일 베를린(9.4배) 등은 서울과 비교해 낮았다. 

전문가들은 PIR 지수의 경우 자료 기준에 따라서 다른 결과 나올 수 있다고 분석한다. 즉 조사기준과 방식이 국가마다 다르고 명확하지 않아 입맛대로 인용하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PIR지수는 분모인 소득을 전국 평균치를 쓸 때와 해당지역 평균치를 사용할 때 결과가 다르다. 소득이 높은 서울지역의 평균소득을 분모로 사용하면 PIR이 낮아지는 것이다.

분자인 집값 또한 아파트 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와 전체 집값을 사용할 때 PIR 수치가 달라진다. 가격이 비싼 아파트 값을 사용하면 PIR 수치가 커진다. 또 집값과 소득의 평균값을 쓸 때와 중위(중간)값을 사용할 때도 PIR은 다르게 나온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PIR 자료를 KB국민은행, 주택금융공사, 국토부에서 각기 따로 발표한 탓에 혼선을 일으켜 통계청의 승인을 얻은 KB국민은행을 공식 통계로 삼았다"며 "국가별 PIR을 비교하려고 검토한 적이 있었는데 기준이 달라 정확한 비교가 어려워 의미 있는 데이터를 생산하기 어렵다고 결론낸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PIR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된다. 지규현 한양사이버대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자산과 소득 수준의 편차가 큰 양극화 문제를 안고 있고 하위계층의 소득의 질은 갈수록 떨어질 뿐 아니라 동일한 주택가격이라도 외국에 비해 주거환경의 질이 열악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PIR은 참고자료로 활용해야 하며 이를 근거로 소득대비 집값이 높지 않다고 결론 내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PIR과 함께 거론되는 것이 주택구입능력지수(HAI)다. HAI는 가계 연평균 소득으로 주택 대출 원리금을 어느 정도 상환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가격 지표다. 국가별로 산출식에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출 상환요구 소득을 연 평균 가구소득으로 나눠 100을 곱해 산출한다.

대출 상환요구소득은 주택가격 대비 대출 한도액을 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액으로 산출한 것이다. 통상 지수가 기준치 100을 기준으로 떨어질수록 원리금 상환이 어렵다고 해석한다. 서울의 지난해 HAI는 60.2로 조사됐다. 그만큼 서울에서는 내집마련이 어렵다는 얘기다.

진미윤 한국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돈을 빌리지 않으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없을 정도로 집값이 비싸졌고, 지속적으로 주택이 공급됨에도 불구하고 자가점유율(자가 소유 및 자가 거주)이 정체된 시장 구조"라고 평가했다.

이어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공공부문의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민간부문을 활용한 임대주택의 공급 확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hj_jin@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