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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자감시'에 재갈…'직원의 사생활' 보호

유럽재판소 최종심서 '채팅·이메일 감시' 한도규정
"감시규정, 매우 자세해야…정부도 피해 방지하라"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017-09-06 13:59 송고
룩셈부르크 소재 유럽사법재판소(SCJ). © AFP=뉴스1
룩셈부르크 소재 유럽사법재판소(SCJ). © AFP=뉴스1

유럽재판소가 기업의 '전자 감시'에 대응해 근로자 사생활을 보호하는 판결을 내렸다.

유럽사법재판소 대재판부는 5일(현지시간) 기업이 직원의 메신저와 이메일 내역을 들여다보려면 반드시 당사자에게 자세한 관련 정책을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원심인 유럽인권재판소의 지난해 판결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지난해 1월 유럽인권재판소는 한 루마니아 남성이 회사가 자신의 가족·약혼자와 메신저 대화 내용을 허락없이 감시했다며 낸 소송에서 6 대 1로 회사의 행위는 "부당하지 않다"는 판결을 내렸다.

기업이 '일과시간 중 직원의 업무 전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말해 정당한 사유가 있고 대략적인 감시 경고를 회사 정책에 붙이기만 한다면, 당사자 허락 없이 전자 감시를 해도 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번 최종 판결에서는 11 대 6으로 정반대 판결이 나왔다.
이날 EU 내 최종심 역할을 하는 대재판부는 당초 소를 제기한 루마니아 직원이 기업에 의해 사생활을 침해당했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은 "해당 직원은 고용주 감시와 관련한 범위나 그 성질에 대해서는 사전 고지받지 못했다. 또는 고용인이 그의 실제 대화 내용에 접근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고지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인권재판소 등 원심이 과연 기업이 직원의 대화 내용 전체를 읽을 필요가 있었는지, 또는 해당 감시에 따른 결과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충분히 고려치 않았다고 꼬집었다. 재판 원고인 루마니아 남성은 기업이 채팅 내역을 감시한 결과 직장을 잃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유럽 내 기업들이 앞으로 자사 세부 정책을 직원들에게 고지한 이후에야 직원의 채팅 또는 이메일 내역을 열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유럽 정부에 '기업 감시 남용과 그 폐해를 막을 수 있는' 조치를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기업들에는 직원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을 수 있는 감시 방식을 이용하는 것을 압박했다.

스테판 레이븐스크로프트 런던 소재 '화이트 앤 케이스'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오늘 판결은 (기업이) 피고용인을 감시할 수 있는 한계선을 아주 분명하게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레이븐스크로프트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고용주가 직원 감시를 허용한 사규를 만드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취지"라면서 "(직원 감시와 관련한) 사규는 훨씬 더 자세해야 하며 왜, 어떻게, 어디에서 피고용인이 감시되는지 규정하고 이를 통해 수집된 정보가 어떻게 사용될지를 설명해야만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재판 당사자인 루마니아 남성의 변호인은 성명을 통해 대재판부 판결이 "직장에서의 사생활권은 실제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환영했다.

이번 사례는 유럽재판소가 사기업의 전자 감시 문제를 최초로 들여다본 판례로 기록됐다.


icef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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