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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 연설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2017-09-06 10:00 송고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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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의 완성, 국민이 선택한 '다당제'로 구현해야"
2017년 9월6일 국민의당 원내대표 김동철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과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지난 겨울, 전국에서 타오른 1600만 촛불민심은 박근혜 정권을 탄핵하고 정권교체를 성공시켰습니다. 국정농단으로 만신창이가 된 나라를 바로 세우고 국가대개혁을 완수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었습니다. 국가의 기본질서를 회복하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어 미래를 향해 전진하라는 국민의 열망이었습니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열망을 담아내고 실현할 무거운 책임이 있습니다. 그동안 보여준 대통령의 탈권위적이고 서민적인 모습은 신선합니다. 갈수록 커지는 사회적 경제적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려는 의지를 높이 평가합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정권 실패의 결과는 극심한 국민적 갈등과 분열을 낳고, 결국 국민 모두의 고통으로 전가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지난 4개월간 소통 없는 일방통행, 만기친람식 국정운영, 그리고 인기영합적 행보를 보였습니다. 때문에 기대보다 우려가 큽니다. 또한 그 우려가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 인사 실패는 정권 실패의 씨앗, 인사시스템 전면 교체하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인사는 만사이자, 국정의 시작입니다. 실패한 대통령 뒤에는 반드시 실패한 인사가 있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방송에 나와 놀라운 말씀을 했습니다. 현 정부의 인사는 “역대 정권을 통틀어 가장 균형적인 인사요, 탕평인사요, 통합인사”라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귀를 의심했습니다. 균형의 사전적 의미가 ‘기울어짐’을 뜻하고, 탕평은 ‘자기편을 챙긴다’는 의미로 바뀐 것입니까?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자 31명 중에서 무려 22명이 대통령 스스로 제시한 ‘5대 인사원칙’을 위반했습니다. 그 중 4명은 스스로 사퇴했습니다. 장관급 인사의 58%,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의 66%가 참여정부 출신, 운동권과 캠프출신 인사들로 채워졌습니다. 국민여론과 동떨어진 코드인사의 전형입니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반대파를 국방장관으로 중용해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정적을 국무장관으로 임명해 훗날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720만 불이라는 헐값으로 사들이는 등 미국 역사에 길이 남을 공을 세웠습니다. 링컨 대통령의 인사에서 보듯 귀에 거슬리는 독설을 퍼붓는 정적(政敵)과 치열한 경쟁자까지도 껴안는 탕평인사는, 대통령을 위하여, 나아가 조국과 민족의 미래를 위하여 언젠가는 빛을 발하게 되어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탕평․균형․통합인사라고 자찬하기 전에, 청와대 인사추천과 검증에 완벽하게 실패한 책임자들부터 즉각, 전면 교체할 것을 촉구합니다.

■ 책임총리 책임장관은 어디가고 만기친람 대통령만 있나?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인구가 5천만이 넘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입니다. 아무리 대통령이 현명하고 능력이 뛰어나다 한들 사회 곳곳의 현안을 속속들이 잘 알 수도 없고 모든 사안을 완벽히 처리할 수도 없습니다.

책임총리와 책임장관제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고 수없이 지적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국정은 시스템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대통령 한 사람의 힘으로 국정이 운영된다면 장관들은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고 청와대 지시에만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자칫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생활밀착형 현안들이 대통령의 관심사항 목록에는 정작 오르지 않아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그랬고, 살인 가습기의 습격이 그랬습니다.

지난 세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우리가 배운 교훈입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벌써부터 살충제 계란과 화학물질 생리대에 국민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서 청와대는 국정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국정조정자, 정책에 대한 사후적 평가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십시오.

청와대 집무실을 옮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청와대 조직을 축소해야 합니다. 비대한 청와대는 정부 일에 간섭하는 것을 멈추지 못합니다. 장관들이 대통령 의중을 파악하고 청와대 비서관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책임총리, 책임 장관제를 통해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는 것이 성공한 정부로 가는 길입니다.

■ 협치는 시혜가 아니라 국민의 지상명령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소통은 합의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이요, 협치는 국민 공감을 얻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20대 국회 다당제는 ‘정치를 바꿔보자’는 국민의 선택이고 판단입니다. 타협의 기술을 발휘해 국민을 편안하게 하라는 지상명령입니다. 협치는 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인 그런 사안이 아닙니다.

여소야대의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정부는 길이 뻔합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작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이 여소야대를 만든 의미를 깨닫지 못해 나락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지지율에 취한 나머지, 엄연한 국회 지형을 무시하고 밀어붙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정부여당의 앞날은 결코 밝지 않을 것입니다. 협치는 양보와 타협을 전제로 합니다. 자신들이 모든 것을 결정해 놓고 국회에 협력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협치가 아니라 협박입니다.

■ 대북․대미․대중 모두 실패한 외교안보정책, 국민은 불안하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십 수년 동안 북한 핵과 미사일을 막기 위해 숱한 제재와 대화노력이 반복되었지만, 결과는 북한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였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4개월 동안 이렇듯 복잡하게 얽힌 북핵․미사일 문제를 ‘한반도 운전대론’과 같은 근거 없는 희망과 막연한 기대감으로 풀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풀리지 않았고, 오히려 새로운 문제만을 만들어내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무능함만 드러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이후 줄곧 제재와 대화 병행이라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세웠지만 사실상 대화 일변도의 대북정책은 공허한 메아리가 됐고, 돌아온 건 미사일 도발과 핵 실험 뿐이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한미동맹 균열에 대한 우려입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숱한 오해와 불신을 자초하더니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핵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한국의 대북정책이 유화적"이라는 공개적 비난을 들어야했습니다.

반면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일주일 동안 일본 아베총리와는 4차례나 통화하는 등 취임 후 지금까지 13차례나 통화하며 굳건한 미일동맹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는 최근 2차례를 포함해서 다 합쳐야 겨우 4차례 통화했을 뿐이고, 그마저 우리가 원할 때에는 통화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지 국민들은 불안해 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중국은 북핵 저지를 위한 대북제재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면서도,
방어무기인 사드를 핑계로 우리에 대한 경제보복을 수개월째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중국을 설득해 내기는커녕 아직까지 한중정상회담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라는 한중관계의 현 주소입니다.

한반도는 이제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집권여당의 추미애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12차례나 언급했습니다. 게다가 김정은을 '신세대'라고 표현하기까지 했습니다. 여당 대표의 안이하기 짝이 없는
안보인식에 개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대화를 언급할 때가 아닙니다. 단호한 압박과 제재가 필요한 국면입니다.

안보에는 '다시'도 '만약'도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외교안보정책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다시 출발해야 합니다. 새 출발을 위해서 외교안보라인을 군사·안보전문가로 전면 교체하고, 대통령과 여야대표 간 '긴급 안보대화'를 즉각 개최할 것을 촉구합니다.

■ 혁신․성장․미래가 없는 100대과제, 국정은 실험대상 아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날로 심화되는 양극화와 소득격차 해소는 사회 정의의 문제이자 시대적 과제입니다. 하지만 주먹구구식 해법에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쏟아낸 숱한 정책들, 비정규직, 최저임금 인상, 탈원전 등 어느 것 하나 심도 있는 토론과 공론화 과정이 없었습니다. 야당과의 협치는 시늉조차 없었습니다.

차기 정부와 미래세대에 부담이 될 장기적인 과제로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한데도, 과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재정규모, 재원조달 방안까지 일방적으로 제시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공약 이행과 국정운영 방향으로 내놓은 100대 국정과제에서는  혁신도, 성장도, 미래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100대 국정과제를 위해 178조원이 소요된다고 했지만, 국민의당 분석에 따르면 실제 지출소요에 비해 30조원이나 과소 추계되었습니다. 국정과제에 누락된 청와대발 정책리스트까지 포함할 경우 과소추계 규모는 최소 83조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제시한 내용과 숫자도 검증이 불가능할 정도로 추상적이고 지나치게 포괄적입니다.

국정과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책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재정소요 규모를 정확히 추산한 후 재원조달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 과정에서 국회와의 심도있는 협치를 거쳐야 정책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성공 가능성도 커질 것입니다.

국정은 실험대상이 아닙니다. 나라 곳간은 5년간 마음대로 열어젖힐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이후의 국가 미래까지 심모원려(深謀遠慮)해야 하는 무겁고 책임 있는 자리임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 검증 안 된 소득주도성장론보다, 균형감있는 성장전략 세워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은 이론적으로나 정책적으로 검증되지도 않았고 세계적으로 성공사례조차 찾기 어렵습니다. 소득주도 성장론이, 심화되고 있는 소득격차와 미흡한 복지 수준의 현실을 보완하고, 얼마간의 수요를 창출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복지 확충을 통한 소득격차 해소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습니다.

산업과 노동시장의 구조개혁과 혁신, 기업의 신규투자가 뒤따라야만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한편으로, 공정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해야 합니다. 사회적 자본과 경제적 자본을 든든하게 만들어가는 균형감 있는 성장전략이 필요합니다.

성장전략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인기영합식 정책으로 국민들을 솔깃하게 하면서 재정소요는 과소추계하고 핀셋 증세를 말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한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남발한 정책들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합니다. 중부담 중복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위해 소요 재원마련에 대해 솔직히 얘기하고,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합니다.

■ 최저임금 점진적 인상과 선제적 제도 개선 필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최저임금은 점진적으로 인상되어야 합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액 1,060원과 인상률 16.4%는 '사실상 역대 최대치'로 너무도 광폭이고, 급속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 1만원’ 공약에만 맞추다보니, 산업현장은 철저히 무시됐습니다. 급증할 인건비 부담에 영세사업장이나 섬유 등 일손이 많이 드는 기업들은 문을 닫거나, 공장을 해외로 옮기겠다고 합니다. 대부분 호봉제를 택하고 있는 우리 기업의 특성상, 최저임금의 상승은 상위, 차상위 등 전체 근로자의 임금을 연쇄적으로 끌어 올려, 감당하기 힘들 것입니다.

정부가 부랴부랴 영세업자 지원 인건비 3조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했지만, 내년 이후에도 최저임금이 같은 속도로 인상되면 2020년까지 28조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언제까지 최저임금 인상분을 국가가 보전해 줄 것입니까! 결국 국민 혈세로 보전하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꼴 아닙니까? 최저임금이 올랐다고, 나랏돈을 보태주는 것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입니다.

내년도 급격한 인상으로 기업과 노동현장에서 겪을 혼란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합니다.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등 사회안전망을 통해 최저임금 수준을 보완하고 미국 등 주요 선진국처럼 숙식비 등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제도적 개선에 나서야 합니다.

■ 비정규직 제로시대 선언, 노노갈등만 부추긴 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일 만에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선물보따리 풀듯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습니다. 우선 공공부문 비정규직부터 풀어가자는 것이지만, 이 때문에 정규직 전환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곳곳에서 노사갈등에 노노갈등까지 일어나고 있습니다.

결국, 600만 비정규직의 5% 수준인 공공부문 비정규직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전체 비정규직을 흔들고 갈등을 부추긴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나아가 공기업이 그 부담을 전기, 수도, 가스요금 등 공공재에 전가한다면 연쇄적인 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충분한 논의도, 노사합의도 없는 선언과 불분명한 가이드라인은 국민 갈등만 키울 것입니다. 효율화해야 할 공공부문의 구조를 오히려 악화시키면서 예산 낭비와 국민 부담을 키우고 말 것입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라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는 공시촌이 아닌 민간에서 나온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문재인 대통령이 공무원 17만 4천명 채용을 약속한 이후 가뜩이나 높은 공시열풍에 더욱 불이 붙어 공시생 30만 시대를 열었습니다. 청년들은 물론 고등학교 학생들까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학벌도 토익도 필요 없고 오직 공무원 시험만 준비하라"는 대형학원의 광고는 공무원 증원정책의 부작용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투자가인 짐 로저스 회장은, "한국청년들의 공무원 열풍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활력을 잃고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경고를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공무원 17만 4천명을 채용하면 향후 30년간 327조 원의 막대한 금액이 소요된다고 분석했습니다. 퇴직 후 연금까지 고려하면, 향후 50년간 526조 원에 달한다는 한국납세자연맹의 추산도 있습니다.

공무원 채용은 일자리 창출의 대책도 아니고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시급한 일도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가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민간 일자리 구하기입니다.

이미 군산 현대조선소가 폐쇄되어 일자리 5천개가 사라졌습니다. 최근 철수설이 나오고 있는 한국GM의 경우 직원 수가 1만 6천여 명에 이릅니다.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30만 명이 넘을 것이라고 합니다.

매각절차가 진행 중인 금호타이어는 어떻습니까. 직접고용 일자리만 5천 개에, 협력업체와 대리점 종사자까지 합하면 수만 개의 일자리가 금호타이어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현재 국내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동부대우전자도 협력사를 포함해 7천 명의 소중한 일터입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산업과 고용의 관점이 아닌 금융과 채권자의 입장에서, 일자리 문제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습니다.

민간에서 지속가능한 일자리,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혁신이 일어나는 곳도, 생산성이 향상되는 곳도,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곳도 결국은 민간부문입니다. 대한민국 청년들의 아침 발길이 공시촌이 아니라 혁신적인 벤처와 중소기업으로 향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합니다.

양질의 일자리를 위해 국회가 당장 할 일이 있습니다. 전국 14개 시도별 전략산업과 혁신기술을 키우기 위해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하루 빨리 통과시켜야 합니다. 또한 서비스산업발전법도 도입해 서비스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규제프리존법이 통과되면 2020년까지 21만개, 서비스산업발전법이 통과되면 2030년까지 69만개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여당의 염려대로 독소조항이 있다면, 걷어내면 됩니다. 이렇게 법과 제도만 잘 정비해도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일 없이 민간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적극적인 협력을 촉구합니다.

■ 고통분담 선언할 용기 없이 노동개혁 없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2000년, 독일은 ‘유럽의 병자’로 불렸습니다. 실업률이 두 자릿수에 이르고, 4백만 명이 정부 실업급여에 의존하며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독일은 지금 유럽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안정된 나라가 되었습니다. 11.7%에 달했던 실업률이 4.1%까지 떨어졌고, '유럽의 맹주'로서 유로 경제를 이끌고 있습니다. 독일 변화의 중심에 슈뢰더 총리의 리더십이 있었습니다. '어젠다 2010'을 내세우며 고통분담을 호소한 탓에 지지층으로부터 비난받고 자신은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지만, 결국 오늘의 독일을 만드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이 바로 슈뢰더의 용기입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 '고통분담'이란 말이 사라졌습니다. 100대 국정과제에도 노동개혁은 보이지 않습니다. 선진국도 노동개혁을 하는데 우리는 역주행을 하고 있습니다. 2016년 OECD는 "고속성장의 아이콘이던 한국이, 최근 성장률 둔화와 낮은 물가 상승률이라는 '낯선' 경험을 하고 있다"며 "한국의 사라진 노동개혁이 성장 잠재력 확충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동개혁이야말로 스스로 진보정권이라 말하는 현 정부가 앞장서서 풀어야 할 당면과제 아닙니까? 고용 안전망을 촘촘히 갖추면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부터 개선해야 합니다.  

■ 탈원전, 문재인정부에서 공론화해 차기 정부가 결론 내려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탈원전이라는 국가 에너지 정책의 궁극적인 방향에는 동의합니다.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고 에너지원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기조에도 이견이 없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원전 전문가들로 구성된 법적기구인 원자력위원회에서의 논의는 물론이고, 국민 대표인 국회와의 협의도 없이, 일방적 독단적으로 탈원전을 선언하고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를 중단시켰습니다.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는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고작 3개월 만에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합니다. 이는 절차적 정당성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무시한 초법적 조치입니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결론이 3개월 만에 졸속으로 내려진다면 탈원전에 찬성하는 측도, 반대하는 측도 어느 한 쪽은 쉽게 납득하지 못할 것입니다. 독일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무려 30년의 공론화 과정을 거친 끝에 탈원전을 결정했습니다. 스위스는 1984년부터 다섯 차례에 걸친 투표 끝에 33년만인 금년에야 탈원전을 결정했습니다. 이처럼 선진국들의 에너지 정책 전환은 충분한 공론화 과정과 국민적 합의를 거친 결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앞으로 60년 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무리 없는 계획"이라고 했지만, 이는 탈원전 공론화 기간과 탈원전 진행기간을 혼동한 데서 비롯된 잘못된 발언입니다.

에너지 정책은 국가의 백년대계입니다. 임기 5년의 문재인 정부가, 대못질하듯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독일이나 스위스 정도까지는 못하더라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론화에 충실하고, 최종 결정은 이후 정부에서 신중하게 내리도록 해야 합니다.

■ 여당의 침묵은 정권 실패의 방조자가 되는 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지금까지 지적해 온 것처럼 국정의 출발이자 기본인 인사는 실패했고, 소통과 협치는 정치적 수사에 그쳤습니다. 생존의 기틀인 외교안보는 철저히 무능했고, 벼랑 끝 경제와 민생은 해법은커녕 갈등만 키우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는 실망과 우려를 넘어, 실패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안 됩니다. 나라가 위기의 한복판으로 가고 있는 이때, 국정의 공동책임이 있는 민주당은 어디에서 뭘 하고 있습니까.

역대 정권 초기에, 여당과 청와대간에 있어왔던 작은 마찰음도 지금의 민주당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자신들이 그토록 ‘적폐’라고 규정했던 박근혜 정부시절 여당에서도 반대의 목소리는 종종 들렸습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외쳤던 유승민 의원,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연계를 반대"했던 진영 의원과 같은 상식과 용기가 존재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에 맞서 싸웠던 그 소신과 결기의 민주당 의원들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더 이상의 침묵은 문재인 정부 실패의 방조자가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 방송법 개정, 민주당은 약속 지키고 한국당은 동참하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전파는 대표적 공공재입니다. 방송법 개정안은 정권의 입맛대로 임명된 사람으로 인해 방송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당하는 폐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나온 국민적 합의입니다.

3분의2 찬성이라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한 것은 진보와 보수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소수의견이 존중되고, 대다수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중립적인 인사로서 공정보도를 담보하도록 제도화하자는 것입니다.

방송법 개정안은 지난해 7월, 국민의당과 민주당, 정의당 의원 162명이 함께 발의한 것입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여당이 되고나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돌연 재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방송법개정안을 원안대로 조속히 통과시켜서, 공영방송이 명실공히 공정하고 중립적인 국민의 방송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 자리에 없는 자유한국당 의원님들께도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정말로 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을 우려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때 방송법 개정안부터 최우선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적극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 국회개혁, 선진화법 개정이 필수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과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국회개혁도 반드시 이뤄내야 합니다. 생산성이 높고 효율적인 국회는,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통해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야 합니다.

여야 각 정당에 거듭 제안합니다. 현재는 각 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선진화법 개정 합의가 어렵다면, 21대 국회 시행을 목표로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합니다. 다음 국회에서는 어느 당이 여당이 되고, 다수당이 될지 모릅니다. 그러므로 21대 총선을 2년 7개월여 남긴 지금이야말로 국회개혁의 골든타임입니다. 아울러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권 폐지와 예결위의 상임위 전환도 차제에 함께 처리할 것을 제안합니다.

■ 검찰개혁, 인사권 독립과 권한분산으로 해결해야

검찰개혁은 국민의 요구이자 시대적 과제입니다. 권력의 시녀가 아닌 국민의 공복으로 거듭나야 검찰이 살고, 국민도 신뢰합니다. 검찰개혁의 핵심 두 가지는 인사권자로부터의 독립과 검찰의 비대한 권한을 분산하는 것입니다. 검찰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여야 정치권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수적입니다.

항구적인 개혁을 위해, 입법권이 부여된 사법개혁특위를 조속히 구성해서 검찰개혁과 법원개혁, 경찰개혁을 비롯한 근본적인 제도개선에 나설 것을 여야 정치권에 거듭 촉구합니다.

■ 다당제는 필연이고 시대정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민은 지난 4.13총선에서 다당제의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양당체제의 극단적이고 소모적인 대결 정치를 끝내라는 명령입니다. 20대 국회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국민의당의 존재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국회 개원을 앞당긴 것도, 탄핵을 이끈 것도, 정상적인 예산국회를 만든 것도 국민의당의 역할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추경안이 ‘국민의당표 추경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조속히 처리될 수 있었던 것도 국민의당이 주도한 다당제의 위력이었습니다.

다당제는 국민의 요구이고 시대정신입니다. 다당제의 수혜자도 국민입니다. 국민의당이 기필코 다당제를 제도화하겠습니다. 현행 소선거구제에서는 정당득표율과 정당 의석수 사이에 심각한 왜곡이 발생합니다.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정당의 득표율대로, 공정하게 의석이 배분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게 됩니다. 제왕적 대통령제, 패권적 양당체제를 초래했던 ‘87년 체제를 뒤안길로 보내고 분권형 개헌, 다당제와 협치, 기본권과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개헌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야 합니다.

■ 국가대개혁의 씨앗 뿌리는 것이 문재인 정부 성공의 척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과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문재인 정부에 호소합니다. 국민에게 한 약속은 이미 차고 넘칩니다. 약속을 멈추고, 실천방안에 집중하기 바랍니다. 실현이 어렵다고 판단된 것들은 과감하게 수정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십시오.

임기 내 성과에 매달리면 실패합니다. 우리 사회 거의 모든 문제가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임기 내에 성과를 내기도 힘듭니다. 조급해 하지 말고, 긴 호흡으로 야당의 협력을 구하십시오. IMF 외환위기라는 암울한 시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위기상황을 솔직히 고백하고 국민 모두의 고통분담을 호소했습니다.

기업, 금융, 공공, 노사 4대 부문 구조조정을 추진했습니다. 일부 국민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문화를 개방했습니다. 재원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도 IT, 벤처산업을 육성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경제는 최단 시간에 IMF 외환위기를 벗어나 다시 일어섰습니다. 지금 한류 열풍이 일본, 중국은 물론 동남아, 중동, 그리고 일부 유럽에까지 불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IT강국이 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당장의 열매에 집착하지 말고 20년 후에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 대개혁의 씨앗을 뿌리겠다는 각오로 국정에 임해야 합니다.

때로는 반대세력들로부터 공격받고, 때로는 지지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지만,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고통분담을 호소하고 산업과 공공부문 구조개혁에 우선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그 길만이 문재인 정부가 진정으로 성공하는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그러한 길을 간다면, 국민의당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협력할 것은 누구보다 앞장서서 협력할 것입니다. 부디 야당의 협조를 받을 수 있는 국정을 펼치시기를 기대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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