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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이 전한 마광수…"선술집 자주 찾던 소박한 분"

"하고 싶은 글 쓴 당당한 분이지만 힘 없어 보여"
"한 많은 분, 안타까워…좋은 곳으로 갔으면"

(서울=뉴스1) 김다혜 기자 | 2017-09-05 19:44 송고 | 2017-09-06 11:07 최종수정
故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 2014.11.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故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 2014.11.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마광수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66)가 5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동네 주민들은 마 전 교수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마 전 교수가 살던 서울 용산구 이촌동 주민들은 그의 사망 소식에 놀란 모습이었다. 주민들은 "평소에도 마 전 교수가 많이 위축돼 보였는데 그렇게 가서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에서 안경점을 하는 유모씨(67)는 "지난해 안경을 고치러 오신 적이 있는데 말수도 별로 없고 실제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 보이셨다"며 "세상 시선에 상관없이 하고 싶은 말 하고 글도 쓴 당당한 분이 어떻게 이렇게 처지셨나 싶었다"고 기억했다.

유씨는 "나이도 많지 않으신 분이고, 돌아가실 때라도 편히 계시다 돌아가셔야 할 양반인데 그렇게 갔다는 게 참"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 70대 주민도 "동네에서 오가며 보던 사람인데 오늘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워낙 많은 사람 입에 오르내려서인지 생전 마주친 마 전 교수는 힘이 없어 보였다. 너무 안됐다"고 말했다.

이어 "마 전 교수가 지나가면 동네 사람들이 다 알아보곤 했다"며 "좀 튀는 분이니까, 나이 많은 사람들은 아이들한테 나쁜 영향을 미칠까봐 좋지 않게 생각했던 면이 있다"고 전했다.

마 전 교수가 연세대에서 퇴직하기 전 출근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는 이모씨(83·여)는 "돌아가신 마 전 교수의 어머니가 참 인자한 분이었다"며 "아들이 학교에서 평이 안 좋은 것이 속상할 법한데도 좋은 얘기만 하고, 아들을 많이 아꼈다"고 회상했다.

주민들은 마 전 교수는 화려하기보단 소박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이씨는 "교수라도 차려입은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마 전 교수가 즐겨찾았다는 동네 술집도 맥주 등을 파는 소박한 곳이었다.

인근 상인은 "이 앞에 오래된 술집이 있었는데 마 전 교수가 일주일에도 여러 번 찾았다"며 "혼자 와서 동네 분들이랑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술집이 한 달 전쯤 문을 닫고 공사를 시작했는데 그 뒤론 마 전 교수를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 술집 단골이었다는 60대 주민 차모씨는 "동네 사람들이 즐겨 찾는 참새방앗간 같은 소박한 곳이었다"며 "일행이랑 있는 마 전 교수를 몇 번 목격한 적도 있는데 그런 선택을 했다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마 전 교수와 같은 아파트에 산 50대 주민은 "마 전 교수가 나이에 비해 너무 힘이 없어 보여 안타까웠다"며 "한이 많은 분이지 않느냐. 좋은 데 가셨으면 좋겠다"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마 전 교수가 살던 아파트 경비원에 따르면 마 전 교수는 우울증이 심해 약을 복용하는 와중에도 책은 손에서 놓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비원 A씨는 "택배가 자주 왔는데 주로 책이었다"고 전했다. 또 "한 달에 한두 번 찾아오는 또래 남성이 있었고 같은 건물에 사는 누나와 종종 외출도 했다"고 말했다.

故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의 대표작. © News1
故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의 대표작. © News1

마 전 교수는 이날 오전 1시35분쯤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자택에서 숨진 채 유가족에 발견됐다. 경찰은 우울증을 심하게 앓아 약을 복용해오던 마 전 교수가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소설가로도 활동했던 마 전 교수는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등을 펴내며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소설 '즐거운 사라' 등이 '외설적인 문학'이라고 평가받으며 '음란물 제작 및 배포 혐의'로 구속되는 등 풍파를 겪었다.

마 전 교수의 빈소는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 7호실에 마련됐다. 빈소를 찾은 마 전 교수의 지인들은 마 전 교수가 연세대 정년 퇴임 전부터 우울증을 겪어왔다면서 "어떻게 보면 사회가 죽였다고 볼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d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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