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STX 폭발사고 결국 ‘안전 불감증’…인재(人災)

(부산·경남=뉴스1) 강대한 기자 | 2017-09-05 16:29 송고
22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선박 폭발 사고현장이 통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일 오전 11시 37분께 STX조선해양 석유화학제품선박 내 잔유보관탱크가 폭발해 4명이 숨졌다. 2017.8.22/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22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선박 폭발 사고현장이 통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일 오전 11시 37분께 STX조선해양 석유화학제품선박 내 잔유보관탱크가 폭발해 4명이 숨졌다. 2017.8.22/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물량팀 노동자 4명이 숨진 경남 창원 STX조선해양 폭발사고 역시 예견된 사고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주름관(자바라)과 방폭등 등의 기능이 미비한 것을 알고도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해경 수사본부는 5일 간담회를 열고 “사고가 난 RO(잔유보관)탱크 내 가스밀도를 전문가에게 의뢰해 확인해 보니 유기화학물이 고농도로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말했다.

해경은 원청업체에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의거해 작업 표준서를 만들고, 이 표준서에 따르면 탱크에서 가스를 배출하는 주름관이 4개, 공기를 탱크 안으로 들여보내는 주름관이 2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사결과 표준서의 절반인 배출 2개와 흡입 1개의 주름관이 설치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가 난 RO탱크 내부는 총 3개 층으로 구분돼 있다. 이 가운데 출구와 가까운 1층은 시간당 환기 효율이 있어 보이지만 지하 2층과 3층은 낮은 환기 효율을 보였다.

다시 말해 외부와 가까운 1층은 공기순환이 비교적 잘된 반면, 지하2층과 3층은 공기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수사본부는 전체적으로 순환이 원활이 이뤄지지 않아 탱크 내부에 가스가 고농도로 조성됐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탱크 내부의 환기를 돕는 주름관과 환기팬은 원청업체의 도장팀에서 관리·감독 등을 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본부는 원청업체에 주름관 설치 의무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작업 표준서를 어긴 현장을 알고도 작업을 진행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발화점 중에 한곳으로 추정되는 방폭등과 관련해서는 “RO탱크 내 4개의 방폭등은 그 기능을 갖추지 못한 작업등인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방폭등은 가연성 가스가 전구와 부딪치지 않게 패킹(공기·가스 등 차단) 등으로 방폭 접합부를 봉합해 놓은 작업등이다.

사고 현장 2층에서 깨진 채 발견된 방폭등을 비롯해 4개의 방폭등 모두 패킹 등이 없는 것으로 확인, 방폭기능을 가추지 못한 작업등으로 나타났다.

수사본부는 도장작업을 하다보면 방폭등에 페인트 등이 묻어 조도가 낮아져 전구를 감싸고 있는 글라스(유리)를 교체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교육을 받지 않은 비전문가가 임의로 교체했다고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방폭등에 교체된 글라스가 패킹이 없는 일반 글라스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정상 방폭등 글라스는 20㎏이상 압력에도 버텨야 하지만 탱크 내부에 사용된 방폭등은 20㎏의 압력에 유리조각처럼 부서졌다.

수사본부는 업체들의 원가 절감을 위해 기준에 맞지 않는 자재를 사용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반 글라스는 1만8000원이지만 패킹 등이 있는 방폭 글라스는 2~3배정도 비싼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오전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선박 폭발 사고현장을 찾은 유가족,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해양경찰, 고용노동부 등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전날 오전 11시 37분께 STX조선해양 석유화학제품선박 내 잔유보관탱크가 폭발해 4명이 숨졌다. 2017.8.21/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21일 오전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선박 폭발 사고현장을 찾은 유가족,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해양경찰, 고용노동부 등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전날 오전 11시 37분께 STX조선해양 석유화학제품선박 내 잔유보관탱크가 폭발해 4명이 숨졌다. 2017.8.21/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수사본부는 또 숨진 4명의 근로계약서가 허위로 작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근로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한 1차 하청업체 K기업의 경리업무를 맡고 있던 40대 여성 A씨와 지인 B씨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A씨 등은 지난달 20일부터 21일 사이 2차 하청업체 M기업의 도장작업자 37명의 근로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K·M기업 대표 등 9명이 입건된 바 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입건된 사람은 총 11명으로 수사본부는 국과수 결과 등을 토대로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달 20일 오전 11시37분쯤 창원 STX조선해양 4안벽에서 건조 중이던 7만4000톤급 선유화학운반선 내부의 RO탱크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도장작업하던 노동자 4명이 숨졌다.


rok1813@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