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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주 작가 "움직이는 빛이 두려웠죠"

에드워드 호퍼 그림·종교화 속 건축 공간 배경으로 빛이 움직이는 3D 풍경 선보여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 | 2017-09-05 15:34 송고 | 2017-09-05 15:42 최종수정
정정주, Nighthawaks 2016 24” monitor 3d애니메이션 3d animation (갤러리조선 제공) © News1
정정주, Nighthawaks 2016 24” monitor 3d애니메이션 3d animation (갤러리조선 제공) © News1


낯익은 풍경들이다. 미국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의 그림 '밤을 새는 사람들'(Nighthawaks, 1942)과 '브루클린의 방'(Room in Brooklyn, 1932)에서 봤던 익숙한 풍경들이 사람과 사물만 사라진 채 모니터 화면에 등장했다. 17~18세기 이탈리아 종교화나 삼면화(三面畵·세폭짜리 그림) 형식에서 익숙한 성당이나 궁전의 모습도 있다.

3D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한 정지된 공간에선 두 세개의 빛줄기가 계속해서 움직인다. 마치 시계를 빠르게 돌려놓은 듯한 움직임이다. 빛이 움직이면서 공간은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한다. 시간성과 공간성의 정지된 듯 불안한 교차의 순간이 한 화면에서 펼쳐진다.

정정주 작가(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교수)가 '발생하는 풍경'을 주제로 오는 7일부터 서울 종로구 소격동 갤러리조선에서 여는 개인전에 내놓은 작품 일부다. 작가는 이 작품들과 함께 건축물 모형과 그 안의 카메라를 통해 인간의 내외면을 건축물의 내외부에 비유한 설치작업들을 선보였다.
정정주, Room in Brooklyn 2017 19”43 monitor 3d애니메이션 3d animation (갤러리조선 제공) © News1
정정주, Room in Brooklyn 2017 19”43 monitor 3d애니메이션 3d animation (갤러리조선 제공) © News1


정정주, Temple,3Danimation, 77x46x8cm, 2016 (갤러리조선 제공) © News1
정정주, Temple,3Danimation, 77x46x8cm, 2016 (갤러리조선 제공) © News1

정정주 작가의 작업에서 공간과 빛의 움직임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가는 1990년대 후반부터 물리적으로 고정된 장소와 끊임없이 이동하는 광원(光源)을 접목시키는 작업을 시도했다. 광원 하나를 공간 내부에 두는 작업을 하다가 카메라를 넣는 작업으로 발전시켰고, 또 자연광에서 인공조명으로 끊임없이 옮겨가며 '빛'을 연구했다.

특히 빛이 공간을 파고 들어오는 작업은 독일 유학시절 느꼈던 빛에 대한 공포감에서 비롯됐다. "외국생활이 처음이다 보니 사는 게 팍팍하고 낯설었어요. 아주 작은 방에서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은 한 줄기 쨍한 빛이 방으로 들어오더니 점점 제 쪽을 향해 가까워지는 거예요. 무섭고 공포스러웠어요. 그 때부터 빛이라는 게 '물성'을 가진 존재처럼 느껴졌고요."

오래된 성당이나 궁전 같은 공간들을 가져오게 된 건 현실 이면의 다른 세계들을 표현하고 싶어서였다. 유럽에 머물면서 직접 사진으로 찍었던 풍경들을 작업에 가져왔다.
정정주, 응시, 두대의 프로젝터, 두대의 비디오카메라, 모터와 벨트를 이용한 직선 이동장치, 2014 (갤러리조선 제공) © News1
정정주, 응시, 두대의 프로젝터, 두대의 비디오카메라, 모터와 벨트를 이용한 직선 이동장치, 2014 (갤러리조선 제공) © News1

호퍼를 유독 좋아한다는 그는 '바다 옆의 방'(Rooms by the Sea, 1951년) 등 호퍼 그림 속 풍경들로 작업을 시도했다. 그래서인지 호퍼의 그림이 아닌 다른 풍경에서도 호퍼 그림과 유사한 '빛색'이 비친다.

작가에게 빛은 "추상적인 이데아(Idea)"와도 같다. 초월적이며 영원불멸한 실재인 빛을 좇는 것이야말로 그의 예술적 탐색이다.

"빛은 내게 '타자'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신적인 존재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든, 아니면 사회 체제이든, 나라는 내면을 슥 스치고 지나가는 타자적인 존재 말이에요. 낯선 존재가 공간을 서서히 스쳐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죠."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난 정정주 작가는 1995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한 후 2002년 독일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에서 수학했다. 2003년 광주 신세계미술상, 2010년 김종영미술상을 수상했다. 전시는 11월23일까지.

전시 전경. 2017.9.5/뉴스1© News1 김아미 기자
전시 전경. 2017.9.5/뉴스1© News1 김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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