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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IT기업을 대기업 잣대로 규제?" IT업계 집단반발

"IT산업 계속 키우려면 재벌과 같은 잣대로 봐선 안돼"

(서울=뉴스1) 이수호 기자 | 2017-09-04 14:33 송고 | 2017-09-04 14:51 최종수정
기업 총수로 지정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전 의장(왼쪽)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 News1
기업 총수로 지정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전 의장(왼쪽)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 News1

네이버와 넥슨 등이 9월부터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총수 일가에 대한 모든 지분현황을 공시하게 된데 대해 IT업계가 일제히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대기업집단 규제 자체가 30년전 재벌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만들어진 만큼, IT 벤처기업에 동일한 잣대로 적용해선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자산이 5조원이 넘어 올해부터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카카오를 비롯해 네이버, 넥슨 등 IT업계는 4일 "자수성가한 창업자가 승계 의지도 없는데, 공정위가 재벌 기업을 들여다보듯 옭아매서 규제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다"며 "공시 의무는 필요하다해도, 규제 자체는 손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자로 준대기업집단에 편입되면서 이해진 창업자가 동일인(총수)로 지정된 네이버는 이날 "준대기업집단에 따른 총수지정 규제가 적법한지, 행정소송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와 넥슨도 준대기업집단 규제에 따른 총수지정을 수용하지만 총수 지정에 따른 규제에 대해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올해 인수합병(M&A) 성과에 따라 내년부터 방준혁 의장이 총수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넷마블게임즈도 이번 이슈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방 의장이 지난달 25일 보안업체 인콘의 지분을 전량매각한 것 역시, 총수 지정을 미리 대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IT업계가 준대기업집단 지정에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자수성가로 기업을 일군 창업자가 회사를 승계할 목적이 없는데도 재벌의 총수들을 감시하는 것처럼 창업자를 '총수'로 지정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T기업의 창업자를 재벌기업의 총수로 옭아매면, 유망한 벤처기업에 대한 지분투자 및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단순히 국내 자산이 5조원을 넘었다는 이유로 창업자 6촌 이내 가족부터 비상장사의 내부정보까지 공개하라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또다른 이유는 IT산업의 특성에 따른 경영상의 이유다. 준대기업집단에 지정된 기업은 총수일가에 대한 규제 외에도 비상장사의 중요사항과 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기타 기업집단 현황 등도 공시해야 한다. 아직 상장하지 않은 자회사들의 주요 의결 사안까지 공개해야 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IT사업의 특성 상,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만큼 비상장사들의 내부정보까지 공개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또 해외에서 독립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자회사들도 실제와 다르게, 특정 개인이 지배하고 있다는 낙인이 찍히면 투자유치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준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사외이사들이 보유한 회사들의 지분관계도 공개해야 한다. 유능한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 역시, 제약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네이버가 준대기업집단에 포함되면서, 직접적인 지분관계가 없는 휴맥스 등 변대규 이사회 의장 회사들도 공시의무가 생겼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ICT기업의 경우, 준대기업집단 규제가 해외사업 및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총수일가의 공시의무는 투명성 측면에선 좋은 취지지만, 네이버 내에서 지분이 4%대에 불과한 이해진 창업자가 과거 재벌과 같은 악습을 행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 역시 "벤처기업의 경우에는 능력과 전문성이 경영의 중요한 잣대로 작용해 기업의 규모가 커졌다고 해서 가족에게 승계하기 어렵다"며 "재벌기업과 태생이 다르다보니 총수 지정과 공시 의무 등에 대해 다른 잣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lsh5998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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