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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젊어진 과학기술 컨트롤타워…기대속 '미완의 출발'

연구자 주도의 기초연구 전면에…'어정쩡한 동거' 매듭지어야

(서울=뉴스1) 박희진 기자 | 2017-09-01 12:25 송고 | 2017-09-01 13:50 최종수정
왼쪽부터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백경희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위원장  ©News1 
왼쪽부터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백경희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위원장  ©News1 

청와대가 차관급의 과학기술 관련 주요 보직 인사를 마무리하면서 새 정부의 과학기술 '컨트롤타워'가 점차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70대에서 50대로 수장들의 연령이 확 낮아지며 세대교체가 이뤄진 게 특징이다. 관료에서 연구자 중심으로, 응용과학에서 기초과학 중심으로 헤게모니가 바뀐 것도 주목된다. 하지만 컨트롤타워를 완성하려면 국회 법개정이라는 '난관'을 뚫어야 해 '미완의 출발'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임대식(52)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를 임명했다. 앞서 초대 과기본부장에 낙점된 박기영 순천대 교수가 '황우석 논문조작'에 연루된 문제로 자진 사퇴한 지 20일만이다.
과기혁신본부는 새 정부 조직개편으로 과기정통부 차관급으로 신설된 조직이다. 연간 20조원에 육박하는 R&D 예산 심의 및 조정 권한을 갖는 '컨트롤타워'다. 기존에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던 R&D 예비타당성(예타) 조사권한도 이양받는다. R&D 지출한도도 기재부와 공동설정하는 권한을 갖게 된다. 본부장은 장관만 참석하는 국무회의에 유일하게 참석할 수 있는 '왕차관'이다. 

과기혁신본부는 위상과 기능이 격상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와 함께 지난 6월 문재인 정부의 첫 고위당정청협의에서 밝힌 새 정부의 과기 컨트롤타워 구상의 핵심이었다.

과기자문회의는 헌법 제127조 1항과 3항에 근거한 헌법기구로 자문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새 정부에서는 과학기술기본법에 근거해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과 연구개발 예산을 심의, 조율한 '국가과학기술심의회'를 폐지하고 과기자문회의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과기자문회의는 대통령이 의장이다. 부의장으로 염한웅(51) 포항공과대학교 물리학과 교수가 내정됐다. 폐지 수순을 밝게 될 국과심 위원장에는 백경희(61) 고려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인선됐다. 백경희 위원장은 추후 통합된 과기자문회의 위원으로 재위촉될 예정이다.  

과기자문회의의 전 부의장은 이명철(69)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이다. 국과심의 경우, 전 위원장(민간)은 이장무(72) 카이스트(KAIST) 이사장이다. 신임 보직자들 연령대가 10살 이상 낮아진 셈이다. 임대식 초대 과기본부장 역시 50대 초반이다. 3인 모두 각 분야에서 실력이 입증된 과학자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공학, 의학 등 실용과학이 아닌 물리학, 생물학 등 정통 기초과학분야의 대가라는 점도 같다.

청년과학자 육성과 연구자 주도의 기초연구 확대라는 새 정부의 과기분야 핵심 국정과제와 직결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임대식 과기본부장은 전날 대전 카이스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창의적인 연구를 위해 연구자 주도의 연구지원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젊은 연구자를 포함한 모든 연구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정책마련에도 주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앞서 2018년 예산안을 수립하면서 청년과학자 육성과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확대를 위해 1조800억원의 R&D 예산을 반영한 상태다.

과기혁신본부장에 임명된 임대식(52)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가 지난 31일 오후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본관 제1회의실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News1 주기철 기자
과기혁신본부장에 임명된 임대식(52)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가 지난 31일 오후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본관 제1회의실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News1 주기철 기자

파격적인 세대교체와 전문성을 갖춘 연구자들이 전면에 등장하자 과기계는 일단 기대하고 있다. 과기계 관계자는 "임대식 교수가 평소 R&D 예산의 배분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며 "젊은 과학자들과도 평소 이 문제로 소통하며 논의해왔던 만큼, 초대 본부장으로 적임자로 본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정무 감각이 대체로 부족한 학자 출신의 과기본부장의 한계에 대한 우려다. 또다른 관계자는 "예산문제는 거의 '정치게임'인데 학자적 방식으로 접근했을 때 기재부 등 관료들에 휘둘릴 우려가 크다"며 "관료들이 주도해나갈 가능성이 있다. 행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정부의 과기 컨트롤타워 구축을 위해서는 법개정이 필요해 국회 관문을 넘어야 하는 점도 과제다. 과기혁신본부가 기재부로부터 예타 권한을 넘겨받기 위해서는 국가재정법 및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관련 법개정을 위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하지만 과방위는 '식물 상임위'로 불리는 실정이다. 20대 국회에서 과방위가 법안 소위를 연 것은 2회가 전무다. 13개 상임위 중 압도적 '꼴찌'다. 

과기자문회의로의 일원화 및 국과심 폐지도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이 필요한데 과방위가 제대로 작동조차 못한다면 과기 컨트롤타워 구축은 요원하다. 과기혁신본부와 기재부, 과기자문회의와 국과심의 '어정쩡한 동거'가 길어질수록 새 정부의 과기 혁신정책 동력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장재 한국기술혁신학회 회장은 "연구비는 오르는데, 정작 연구자에게 돌아가는 예산은 줄고 있고 선택과 집중도 황금비율이 필요한데 지금은 효율성 강조에 몰아주기식"이라며 "R&D의 '원가' 부분이 제대로 구성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연내 가시적인 정책 방향을 내놓아야 힘을 받게 될 것"이라며 "많은 전문가 그룹들이 형성돼서 활발하게 협의하는 거버너스 체계를 구축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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