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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개편 1년 유예 발표에 학부모들 "넋 놓고있다 뒤통수 맞았다"

중2 학부모 "강 건너 불구경인줄 알았는데…"
중3 학부모 "양자택일 한다더니…갑작스레 뒤집어"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2017-08-31 19:26 송고
31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 중학교에서 2학년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개편안은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 내년 8월까지 최종 확정하기로 했으며 이는 현 중2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2017.8.3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31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 중학교에서 2학년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개편안은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 내년 8월까지 최종 확정하기로 했으며 이는 현 중2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2017.8.3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1년 유예를 전격 결정하자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인 현재 중학교 2, 3학년 학부모들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현장교사들도 '학교수업 따로, 수능수업 따로' 부담을 염려했다.
이날 교육부 발표로 새로운 수능 개편 적용대상인 중2는 수능을 포함한 대대적 입시개편 예고에 따른 불안감에 휩싸였고, 기존 수능 개편 적용대상이었던 중3은 교육과정과 수능체제의 불일치에 따른 학습혼란 등을 크게 우려했다.

중2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이번 수능 개편 유예 결정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현재 고1, 중2 자녀를 둔 이모씨(45, 서울 서대문구)는 "고1 엄마 입장에서는 한숨을 돌렸는데 중2 엄마 입장에서는 한숨만 나온다"며 "기존 계획대로라면 중3이 첫 개편 대상이라 사실 강 건너 불구경인 줄 알고 넋 놓고 있었는데 (이번 발표로) 뒤통수를 아주 세게 맞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부가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추상적인 입장만 전했는데 앞으로 1년 동안 뭘 어떻게 해야할지 가이드라인이 없어 막막하기만 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현재 중3, 중2 자녀를 둔 정모씨(46, 서울 강남구)는 "예고도 시안에도 없던 수능 1년 유예에 할말을 잃었다"며 "첫째, 둘째 모두 교육부의 실험대상만 됐다"며 격분했다.
이어 "첫째랑 둘째가 한살 차인데 수능이나 대입제도는 극과 극이 될 판"이라며 "앞으로 동시에 입시준비를 해야할텐데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특수목적고 진학을 고려하는 중2 학부모 김모씨(46, 서울 강남구)는 "어제 대통령 업무보고 때 중2 고교입시가 시작되는 내년부터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우선선발권을 폐지한다고 하고 오늘은 또 중2에게 수능 개편 폭탄을 떠넘겼다"며 "중2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의견수렴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해도 되는 것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가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1년 유예한다고 밝힌 3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학원밀집지역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17.8.3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교육부가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1년 유예한다고 밝힌 3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학원밀집지역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17.8.3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중3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비판을 쏟아냈다. 학부모 김모씨(45, 서울 송파구)는 "수능 개편시안 발표 때에는 1, 2안 중 하나만 결정한다고 했는데 불과 며칠 만에 이를 뒤집었다"며 "그럴거면 개편안은 왜 발표해서 현장만 혼란스럽게 하나"며 목소리를 높였다.

학습부담 우려도 나타냈다. 김씨는 "학교수업은 새 교육과정으로, 수능은 옛 교육과정 체제인데 지금 고1이나 중2보다 내신·수능대비 부담이 커질 것 같아 큰 걱정이다"고 했다.

사교육 부담이 늘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또다른 중3 학부모는 김모씨(45, 서울 양천구)는 "'교육과정 따로 수능 따로'라면 결국 수능 대비는 학원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교사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방의 한 일반고 진학담당교사인 최모씨는 "교사 입장에서는 새 교육과정 취지에 맞게 학생 중심의 교육을 실현하고 싶지만 수능만 준비하는 학생의 미래나 학부모의 요구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물론 교사라면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겠지만 수업부담이나 그에 따른 심리적 스트레스는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교육부의 결정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의 한 일반고 교사인 유모씨는 "수능개편 유예를 했으면 2015개정 교육과정도 유예했어야 했다"면서 "교육부가 예정된 교육과정 개정시기에 맞추려고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학교현장의 혼란이 커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kj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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