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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원의 탐식 수필] 프랑스 여행자를 위한 어식(魚食)도감

이국적 식탁 위에 오른 보편적 삶의 이야기

(서울=뉴스1) 김수경 에디터 | 2017-08-31 17:44 송고
편집자주 정상원 셰프의 세계 여러 나라 미식 골목 탐방기를 연재한다. 정상원 셰프는 프랑스 가정식 레스토랑 '르꼬숑'의 오너 셰프다.
내비게이션 화면에는 이미 파란색이 가득 차올랐다. 이제 앞에 보이는 언덕만 넘으면 생애 첫 지중해가 눈앞에 펼쳐진다. 마치 영화관 앞 소녀의 마음처럼 설렌다. © News1

지중해의 낭만을 품은 니스, 몽펠리에, 앙티브, 코르시카섬. 대서양의 파도가 만든 아름다운 경관의 몽생미셸, 셰르부르, 레만 호수에 위치한 물의 도시 에비앙. 북해의 신선함을 간직한 노르망디의 포구들. 지중해와 대서양, 북해와 레만 호수를 가지고 있는 프랑스는 유럽 해산물의 보고이다.

맛에 관해서는 논증이 불가능하다(sobre los gustos, no hay disputa)라는 스페인 속담과 같이 육식과 어식의 장단에 대한 논쟁도 결코 끝날 수 없다.

오랜 시간 천천히 조리한 가자미 솔 뫼니에르의 부드러운 살코기는 형용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입속에서 금세 녹아 사라져버린다. 로즈메리 향으로 버터에 구워진 신선한 관자, 코퀼 생 자크 한 점에서 끝없이 흘러나오는 육즙은 어금니 어딘가에 미각세포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대서양의 하얀 포말을 품은 굴 요리 오이스터(oyster).

La coquille Saint-Jacques 르꼬숑의 생 자크 관자 요리. © News1

대서양의 새하얀 포말을 품은 석화에 라임 한 방울이 떨어지면 라임 향이 뒤쫓아 산뜻한 굴의 향이 올라온다. 그리고 입안에 머금은 루아르 화이트 와인 푸이퓌메가 굴과 시트러스의 잔향을 담아 식도를 내려갈 때의 벼락치는 듯한 전율은 바다에 대한 수많은 경험들의 종착점이라 할 만하다.

높은 옥타브의 검은 건반을 경쾌하게 두드리는 비바체의 선율을 담은 석화의 신선한 연주는 익힌 굴 요리에 와서는 풍미와 식감을 더해 감미롭고 부드러운 아다지오를 향해 흐른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미항 셰르부르의 부두에서 만나는 백포도주로 졸여낸 굴 스튜는 가장 잔인한 가 단조라고 하는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를 떠오르게 한다.

프랑스식 굴스튜는 화이트 와인과 버터에 볶은 양파를 넣고 작은 개서 롤에서 졸인다. 여기에 신선한 계란과 식초로 만든 마요네즈를 넣고 한소끔 더 끓여 낸다. 이외에도 지중해와 대서양 쪽에서는 지방마다 특유의 향신료인 스타 아니스, 클로브, 레몬, 매자 열매 등을 이용한다. 타이방의 요리를 계승한 로버트 메이는 1985년 세련된 요리사라는 책에서 다양한 굴 스튜를 제안하며 굴은 언제나 살짝 데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프랑스 궁정의 굴스튜. 타이방(Taillevent)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샤를 5세의 궁정 요리사 기욤 터렐(Guillaume Tirel)의 1390년의 르 비앙디에(Le Viandier) 요리책의 굴 스튜 레시피는 아직까지도 현업 셰프들에 의해 이어지고 있다. “굴은 살짝 데치고 채 썬 양파와 함께 기름에 볶는다. 굴을 데친 물은 걸러내 시나몬(계피), 진저(생강), 클로브(정향), 샤프란, 후추와 함께 걸쭉하게 끓인다. 완두콩 퓌레를 올려 낸다. “ - 르 비방디에 1390.© News1

“마침내 내 몸이 이상해졌다. 거리에서 풍겨오는 냄새에서 나는 1000가지를 구분할 수 있었는데, 레스토랑의 불빛과 거리의 가로등이 번개처럼 빛나는가 하면 전에는 알지 못한 사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곧이어 나는 메뉴판을 읽었다. ‘굴.’ 이상한 말이었다. 내 나이 여덟 살하고 3개월이나 되었지만 아직 들어보지 못한 단어다. 무슨 뜻일까? 건물 주인의 이름인가? 건물 주인의 이름을 메뉴판에 써 붙이진 않는데…” 체호프, 소설 ‘굴’ 中

안톤 체호프는 굴이라는 소설에서 소년이 처음으로 프랑스식 굴 요리를 먹는 장면을 서사한다. 입맛이라는 것에도 어떤 사춘기의 시기가 있어 생존의 식탐이 아닌 쾌감의 탐식을 나누는 경계가 있다면 그 지점에 놓이는 것이 굴 요리가 아닐까.


홍합의 국적을 놓고 벌이는 한 판의 설전, 물 프리츠

전혀 이국적이지 않은 식재료들의 이국적인 조리법을 만나는 것은 묘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화가 고흐의 별 헤는 밤으로 유명한 아를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메뉴를 주문하다간 삼시 세끼 다양한 꼴뚜기 요리 만 먹을 수도 있다. © News1

식재료에 대한 선입관. 우리는 유럽 사람들이 오징어류나 눌린 머리고기 같은 돼지 부산물, 모둠 조개찜 같은 것들을 먹지 않을 것이라고 알 수 없는 강한 믿음을 가진다. 그렇기에 그들의 시장에서 만나는 테린(terrine)이나 아귀와 같은 생선들은 매우 낯설게 느껴진다.

특히나 다양한 생선과 어패류 그리고, 그것들의 요리 레시피에서 당연히 우리만의 것이라 생각했던 재료와 조리법을 만날 때 느끼는 이질감은 상당히 독특하다.

레만 호수에서 갓 잡은 송어회 타르타르(tartare de truite)에 라임을 뿌리고 허브를 올리는 프렌치 셰프의 진지한 손끝을 보고 있으면 시쳇말로 '스끼다시'라고 하는 9900원 광어 회의 밑반찬을 젠체하려 했던 마음이 사라진다.

프랑스 셰프들 또한 한국인이 홍합을 먹는다고 하면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그들은 홍합이 프랑스 고유의 음식재료하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선술집에서 요금을 받지 않고 내줄 만큼 흔하게 먹는 것이 홍합이라 하면 결국 믿지 못하고 다시 그들의 홍합 레시피 이야기로 말을 돌린다. 홍합에 대한 그들의 애정은 그렇게 각별하다.

물프리츠는 홍합과 감자요리다. 물은 홍합, 프리츠는 프렌치프라이 감자를 의미하는 불어 단어이다. 전치사 아(à) 다음에는 소스의 종류가 붙는다. 크렘은 크림소스, 마리니에르는 오일 베이스의 해산물 맛을 의미한다. © News1

홍합은 특유의 감칠맛은 조미료로 널리 사용된다. 프랑스의 홍합요리 물 프리츠도 홍합의 향을 소스에 배게 하는 데 집중한다. 여타의 쪄내는 요리가 주 재료에 향신료를 더한 소스의 맛을 덧대는 것이라면 홍합 요리는 거꾸로 홍합의 맛을 꺼내는 작업이다.

홍합의 짭조름한 맛이 소스로 그리고 다시 감자로 전달되는 일련이 물 프리츠를 만드는 과정이 된다. 

생쟈크(Saint-Jaque)는 가리비나 키조개의 관자를 의미하는 프랑스 말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창시한 수도승 성 쟈크 의 휘장이 가리비 모양인 데서 유래하였다. 생쟈크는 프랑스인이 가장 사랑하는 해산물 중 하나이다.© News1

메뉴판에서 물고기를 선택하기.

앙티브의 생선요리. 다양한 생선의 종류만큼 다양한 조리법이 사용된다.© News1

뵈프와 포크 그리고 꼬끄는 그나마 소, 돼지, 닭으로 구별이 되지만 생선의 요리들은 사실 메뉴판으로 구별이 쉽지 않다. 여행자들은 난해한 생선의 이름에 강제로 육식주의자가 되기 마련이다.

생선요리를 좋아한다면 우선 메뉴판 poissons(생선요리) 카테고리를 살펴보자. ‘Sole’은 가자미이다. 솔 뫼니에르라는 가자미 구이는 매우 유명하다. 뫼니에르는 버터로 굽는 조리법이다. 종종 혼동되는 마리니에르는 ‘마린’의 어원을 가진 바다풍의 요리를 의미하는 다른 단어다.

이외 poissons 메뉴판의 주인공들은 rouget barbet(노랑촉수), lotte(아구), daurade(도미), bar(농어), mulet(숭어), cod(대구) 정도다. 

생선은 poisson, 생선가게는 poissonneri라고 부른다.  © News1

식탁을 압도하는 바다의 향기, 프루츠 드 메르.

프루츠 드 메르(plateau de fruits de mer)© News1

해산물은 불어로 바다(mer)의 과일(friuts)이라 부른다. 프루츠 드 메르는 파리의 몇몇 전문점은 물론 지중해와 대서양의 연안에서 맛 볼 수 있는 해산물 요리이다, 여러 단으로 된 트레이 위에 굴, 새우, 골뱅이와 홍합, 대수리, 가리비와 같은 해산물들이 올려진다. 지역에 따라 그곳의 특산물인 블루크랩, 크레이피시, 랍스터들이 한가운데 놓인다.

같은 새우나 굴이라도 어떤 바다에서 나는지에 따라 풍미가 다르다.담백한 지중해의 맛과 풍부한 대서양의 향이 주는 차이도 이채롭게 다가온다.

굴은 다진 샬롯(작은 프렌치 양파)와 고추, 식초로 만드는 미뇽 소스, 새우는 고추냉이와 토마토로 만드는 칵테일소스, 골뱅이와 소라는 아이올리 소스를 찍어 먹으면 맞춤하다.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단순히 fish를 주문하면 9할의 확률로 흰 살 생선 대구를 만나게 된다. 조금의 준비를 통해 다채로운 해산물 요리를 주문한다면 미식의 정수 그 한 귀퉁이를 경험 할 수있다.© News1

솜씨 있게 조리된 생선요리, 짙은 풍미를 주는 게 요리. 포구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굴과 조개들은 무궁무진한 미각적 쾌락의 원천이다. 땅이 끝나는 곳까지 달려온 여행자들은 더 들어갈 수 없는 미지의 영역 그 속살을 미감을 통해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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