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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로 날아간 北 탄도미사일…'얼어붙은 日'

북 동향 감시하는 주일 공군기지 통과 '불안'
경보 오작동 등으로 우왕좌왕하기도

(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2017-08-29 16:28 송고 | 2017-08-29 18:20 최종수정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29일 도쿄 행인들이 뉴스 전광판에 시선을 두고 있다.© AFP=뉴스1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29일 도쿄 행인들이 뉴스 전광판에 시선을 두고 있다.© AFP=뉴스1

북한이 29일 일본인들의 머리 위로 탄도미사일을 쏘는 극단적 도발을 감행했다. 일본의 불안감은 크게 고조됐다. 'J얼러트'(전국순간경보시스템)가 즉각 발동하고 이례적 대피 지시까지 내려지자 일본 열도는 공포로 얼어붙었다. 
일본인 수백만명은 이날 오전 "미사일 통과"를 알리는 문자 메시지로 아침을 맞았다. 오전 6시 2분께 J얼러트와 엠넷(긴급정보네트워크시스템)이 거의 동시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알리는 메시지를 발신했기 때문이다.

해당 경보 메시지에는 "오전 5시 58분쯤 북한 서해안에서 미사일이 동북 방향으로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 튼튼한 건물이나 지하로 대피하라"고 적혀 있었다. 또 미사일이 홋카이도(北海道)를 지나 동쪽 태평양에 낙하한 지 2분이 지난 6시 14분께에는 "조금 전 이 지역 상공을 미사일이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는 J얼러트가 나왔다. 

◇지하철 등서 경고 메시지 받고 일본인들 '혼돈'

지하도, 열차 등 수많은 지역은 혼비백산이 됐다. 고속철도 JR 삿포로 역에 있던 한 여성은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몰라 호텔 방 안에 있었다"고 했다. 홋카이도로 출장을 온 한 남성도 "긴급 속보 메일 소리가 울려 놀랐다"고 했다.
삿포로 역장은 "일부 승객들이 대피하기 위해 역사 안으로 내려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홋카이도에서 수산물을 판매하는 여성은 AFP통신에 "우리 지역 위를 미사일이 날아갔다. 이것은 과거에 없던 일"이라면서 "도대체 어디에 숨으란 말이냐"며 탄식했다.

휴교령이나 수업 시간을 연기한 학교도 잇따랐다. 홋카이도에서 최소 8개 학교가 휴교, 32개 학교는 수업 시간을 늦췄다. 이날 일본 JR동일본여객철도회사는 고속철도 신칸센 운행을 미사일 통과 지역인 도호쿠·조에쓰·호쿠신에쓰에서 임시 중단했다. 신칸센은 오전 6시 15분이 돼서야 운행이 재개됐다.

일본 정부는 J얼러트 경보를 통해 북한 미사일 발사 위험을 주민들에 알렸다.[출처=NHK]© News1
일본 정부는 J얼러트 경보를 통해 북한 미사일 발사 위험을 주민들에 알렸다.[출처=NHK]© News1

◇일본, 파괴조치명령 발동했으나 격추는 안 해

일본은 지난해 8월부터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할 우려가 있을 때 중간에 이를 요격하는 '파괴조치명령' 상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파괴조치 명령'이란 북한이 쏴 올린 미사일 등의 발사체가 일본 영공·영해에 진입할 경우 자위대의 지대공 패트리엇(PAC3) 미사일 등을 이용해 요격·격추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날 일본 상공을 통과한 북한 미사일에 일본 자위대는 대응하지 않았다. '파괴조치명령'에 기대감을 갖고 있던 시민들에게는 혼란이 생겼을 수 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은 자위대가 미사일 탄두를 타격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일본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탄두는 홋카이도 에리모 미사키 정(町)을 지나 이곳에서 동쪽으로 1180㎞ 떨어진 태평양에 떨어졌다. 

하지만 홋카이도와 아오모리현 쪽에는 북한의 이상징후를 감시하는 미사와(三澤) 주일 미군공군기지가 밀집해 있기 때문에 불안감은 더 커졌다. 

혼슈 교탄고 교가미사키에는 사드 X-밴드 레이더가 배치돼 있다. 이 레이더가 과연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 때 효력을 발휘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추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긴급' 메시지는 신속했지만 실수 잇따라

일본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오전 5시 57분부터 한시간가량 매우 신속한 후속 조치를 밟았으나 각지에서 여러 문제도 잇따랐다.

NHK에 따르면 이날 북한 미사일이 상공을 통과한 홋카이도 에리모 미사키 정에서는 J얼러트와 연동한 사이렌이 전혀 울리지 않았다. 아키타현 오가시, 야마가타현 신조시, 후쿠시마현 기타카타시, 나가노현 아게마쓰정, 니가타현 이토이가와시 등에서도 오작동 신고가 나왔다.

나가타현 오지야시에서는 긴급 정보 메일 서비스가 잘못 표기돼 전달되는 일이 발생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 사태를 '훈련'이라고 2회나 잘못 표기해 이메일 서비스에 가입된 4100여명에 전달한 것이다. 이 지역은 30분이 지나서야 정정 메일을 보냈다. 아오모리현 쓰루타시에서도 '훈련'이라고 표기된 메일이 전송됐다.

◇지하가 없는데 지하로 대피하라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는 거짓 유언비어마저 확산됐다. 트위터에서 일부 사용자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봤다"는 메시지를 미사일 사진과 함께 게재해 논란이 됐다. 이 게시글은 리트윗되며 확산됐으나 '루머'란 지적이 잇따르면서 삭제됐다.

"지하로 대피하라"는 메시지를 받고 혼란을 겪은 지역도 있었다. 도호쿠 지방 북단 아오모리현의 택시운전사 카와고 요시미(67)는 아사히신문에 "아오모리는 지하가 거의 없다. 어디로 도망해야 되나"고 탄식했다.   

NHK에 따르면 일본 누리꾼들은 '튼튼한 건물로 대피하라'는 지시에 대해 "(인근에)튼튼한 건물이나 지하는 없다"며 도망칠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y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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