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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고 따뜻한 음성으로 '여성 혐오·데이트 폭력' 말하다

제22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자 강화길 작가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7-08-29 15:17 송고
강화길 작가 © 이천희
강화길 작가 © 이천희


"과거에는 평등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조차도 남성은 남성 캐릭터에 부여된 어떤 것을, 여성은 여성 캐릭터에 부여된 어떤 것을 따라야 하고 어떻게든 남녀 동수를 맞춰서 평균화된 지점에서 이야기해야 했던 거 같아요. 하지만 (저를 포함해) 최근 작가들은 이에 구애받지 않고 좀 더 자유롭게 쓰고 깊어지려 하는 것 같아요."
2012년 등단한 이래 여성문제에 대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온 강화길 작가(31)가 그의 첫 장편소설 '다른 사람'으로 최근 제22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강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이전의 페미니즘 경향 작품들과 다르게 가진 독특한 지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작가는 '다른 사람'에서 최근 우리 사회의 갈등으로 떠오르고 있는 ‘데이트 폭력’ ‘여혐’ ‘성폭력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타인에 대해 분노를 폭발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칼날을 겨누는 여성 주인공을 담고 있다. 전통적인 페미니즘 소설에서 기대할 법한 강한 여성상은 아니다.

여주인공 진아는 같은 회사 상사이기도 한 남자 친구로부터 몇 차례 폭행을 당한다. 견디다 못해 고소를 했지만 재판끝에 가해자는 겨우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는다. 이후에도 협박이 계속되자 여주인공은 그 이야기를 인터넷게시판에 올려 공론화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여주인공 편을 들던 이들이 많았지만 갑자기 여론이 반전되어 주인공은 '맞아도 싼 년'이 되어 버렸다. 그후 주인공은 칩거하다시피 살며 왜 사람들이 자신을 미워하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한 인터넷 댓글을 읽는다. 그리고는 12년전 있었던 고향 친구들 사이의 일을 떠올리고, 고향으로 가서 자신의 기억과 마주한다.  
 
작가는 자신이 속한 세대의 특징을 곁들이며 주인공의 특징을 말했다. "제가 1986년생인데 남녀는 평등하다고 교육받았지만 실제로 성감별 후의 낙태도 많이 일어났고 실재하는 미묘한 (남녀)차이를 느끼고 있었다"며 "살아보니 실제로 평등한 게 아니란 것을 알게 되면서 우리 세대는 구조나 사회문제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내가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 것 같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러면서 "연애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내가 문제가 있어 이렇게 됐다는 것에 쉽게 넘어간다"며 "(작품속) 인물이 공감하기 어렵고 싫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모두를 설득하거나 모두에게 이론을 전달하기 위한 게 아니다. 내가 생각하던 지점에 좀 더 주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제목의 ‘다른 사람’은 우리 주변에 만연해 있는 남녀 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폭력을 ‘나는 그 사람들과 다르다’며 외면하는 '공감의 단절'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작품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단절을 극복하고 다른 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공감의 회복'으로 보인다. 심사평에서도 '자기 혐오'와 '피해의식' '자기 방어'를 오고가며 자신을 이해하려는 작품 속 주인공의 몸부림이 '타자 이해'로 나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설 '다른 사람'으로 제22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강화길 작가가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한겨레출판 제공)© News1
소설 '다른 사람'으로 제22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강화길 작가가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한겨레출판 제공)©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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