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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다리 건너가 돌이 되어 온 '터줏대감 고양이'

[나비에게 행복을] <15> 나비야사랑해와 12년, 별이 된 '아끼'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2017-08-29 09:00 송고
12년전 용산의 한 동물병원에서 안락사 5일전 구조된 '아끼'.(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News1
12년전 용산의 한 동물병원에서 안락사 5일전 구조된 '아끼'.(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News1

고양이보호단체인 사단법인 '나비야사랑해' 유주연 이사장은 지난 2005년 11월 서울 용산의 한 작은 동물병원에서 카오스종 새끼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그가 '나비야사랑해'를 만들어 본격적인 동물보호 활동을 시작하기 전이다. 당시 집 주변에서 파지를 주워 생활하던 노인에게서 구조한 작은 삼색이 고양이의 사료와 용품을 사러간 길이었다.

동물병원에서 마주한 새끼고양이는 너무 작아보였다. 병원에 있던 개들의 짖음 속에 몸을 웅크린 고양이는 얼마전 병원 앞에 버려져 안락사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유 이사장은 잔뜩 겁에 질려 있던 새끼고양이를 데려와 두 마리의 삼색이 고양이와의 동거를 시작했다.

집에 온 날 새벽, 작은 고양이는 "아끼"라고 첫 소리를 냈다. 그렇게 새끼고양이는 '아끼'라는 이름을 얻었다.
열 두살 노령묘가 된 아끼는 구내염과 신장질환 등으로 동물병원을 찾는 일이 잦았다.(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News1
열 두살 노령묘가 된 아끼는 구내염과 신장질환 등으로 동물병원을 찾는 일이 잦았다.(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News1

검은색과 회색, 갈색 줄무늬를 가진 카오스 고양이는 어두운 털색과 강한 인상 때문에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새로운 가족을 만나기 쉽지 않다. 나비야사랑해 보호소에 있는 고양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작고 못생긴 카오스종의 새끼고양이는 나비야사랑해 쉼터가 그동안 이태원에서 서빙고로, 다시 원효로로 옮겨 둥지를 틀 때마다 한결같이 그곳을 지켰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고양이들이 새로운 가족을 만나 쉼터를 떠날 때도 그곳에서 입양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나비야사랑해에서의 생활이 어느새 10년을 훌쩍 넘겨 아끼는 열 두살 노령묘가 됐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몸도 쇠약해졌다. 늙은 몸에는 구내염과 신장질환이 찾아왔고, 장면역체 이상증후군을 앓게 됐다.

사료를 먹으면 소화를 하지 못해 설사가 끊이질 않았고, 이로 인해 빈혈이 잦은 몸은 점점 더 말라갔다. 그럴수록 아끼는 먹는 것에 집착을 보여 설사와 구토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이로 인해 병원을 찾는 일도 잦아져 한 달에 한번 정도였던 병원 방문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며칠씩 입원하기도 했다.

유 이사장은 앙상하게 마른 몸으로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고양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기 일쑤였다. 이달 초에는 상태가 부쩍 나빠져 아끼는 결국 다시 입원을 해야만 했다.

입원 3일째. 아끼의 혈압이 급격히 떨어졌다. 그 후로 4일간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힘겨운 사투를 벌였다.

아끼의 모습을 그린 작품.(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News1
아끼의 모습을 그린 작품.(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News1

입원 일주일째인 지난 22일 새벽, 유 이사장은 동물병원 수의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서둘러 찾아간 동물병원에서 유 이사장은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아끼와 마주했다.

'더 이상 손 쓸게 없다'는 의료진의 말에 유 이사장은 아끼를 집으로 데려왔다. 일주일만에 집으로 돌아온 아끼는 아주 조용히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며칠 뒤 유 이사장은 떠나보낸 아끼를 다시 만났다. 아끼는 더이상 설사와 구토를 하지 않고, 울지도 않았다. 아끼를 화장한 뒤 유골로 스톤을 만들었던 것. 돌이 되어 다시 만난 아끼에게 유 이사장은 조용히 말을 했다.

"우리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하자. 지금보다 살이 쪄 꼭 다시 만나자."

돌이 되어 돌아온 '아끼'.(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News1
돌이 되어 돌아온 '아끼'.(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News1



woo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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