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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경마장 폐쇄 협약식…박원순 "기념비 만들겠다"

1314일 노숙농성한 주민들 "우리가 승리했다"
"새 정부 추구해야 할 사회적 갈등해결 모범사례"

(서울=뉴스1) 김다혜 기자 | 2017-08-27 13:21 송고
27일 서울 용산구 화상경마장 추방농성장 앞에서 열린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를 위한 협약식'과 승리대회에 박원순(왼쪽 첫번째) 서울시장이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7.8.2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27일 서울 용산구 화상경마장 추방농성장 앞에서 열린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를 위한 협약식'과 승리대회에 박원순(왼쪽 첫번째) 서울시장이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7.8.2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성심여중·고교 학생과 학부모를 비롯한 용산구 주민들이 4년 넘게 이어진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 투쟁을 승리로 끝맺게 된 것을 기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 기념비를 세울 것을 약속했다.

한국마사회와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대책위),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는 27일 오전 11시쯤 서울 용산구 청파로 화상경마장 앞 대책위 농성장 앞에서 협약식을 열고 올해 말까지 용산 화상경마장을 폐쇄·이전하기로 합의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축사에서 "주민 여러분들이, 우리 모두가 승리했다"며 "다시는 지역주민이 경마장 등 사행산업으로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에서 이 장소에 기념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성심여중·고교 교사와 학부모를 비롯한 용산구 주민들은 한국마사회가 용산역에 있던 화상경마장을 현 위치(용산구 청파로 52)로 이전하기로 한 2013년부터 대책위를 구성해 반대활동을 시작, 2014년 1월부터 지금까지 1314일째 노숙농성을 벌였다.

한국마사회는 생활권과 교육권이 침해된다는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 2014년 6~10월 경마장을 시범운영한 뒤 2015년 5월 정식 개장했지만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관계자 간담회에서 폐쇄·이전에 합의했다.

27일 서울 용산구 화상경마장 추방농성장 앞에서 열린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를 위한 협약식'과 승리대회에서 시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화상경마장 폐쇄를 자축하고 있다. 2017.8.2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27일 서울 용산구 화상경마장 추방농성장 앞에서 열린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를 위한 협약식'과 승리대회에서 시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화상경마장 폐쇄를 자축하고 있다. 2017.8.2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이날 협약식에는 성심여중·고교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비롯한 용산구 주민과 대책위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해 "우리가 승리했다" 등 구호를 외치며 기쁨을 나눴다.

참석한 주민들은 협약식 및 환영대회가 진행되는 내내 끈질긴 투쟁과 연대의 힘으로 이룬 이번 성과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동안의 노고가 떠오르는 듯 울음을 터뜨리는 주민들도 있었다.

이은정 성심여고 학부모회장은 "누군가는 학교 코앞에 있는 것도 아닌데 뭘 그리 유난 떠느냐고 했고 누군가는 이미 들어왔는데 나가지 않는다며 포기하라고 했다"며 "하지만 부모이기에 포기할 수 없었고 포기하지 않으니 정말 이뤄졌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성심여고 3학년 학생인 조선영양(18)도 "답답하고 긴 시간 도저히 해답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제가 대학에 졸업하고 한국마사회에 취직해 내부로부터 개혁하는 게 훨씬 빠르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다"며 "이 역사적인 자리에 함께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27일 서울 용산구 화상경마장 추방농성장 앞에서 열린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를 위한 협약식'과 승리대회에서 한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7.8.2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27일 서울 용산구 화상경마장 추방농성장 앞에서 열린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를 위한 협약식'과 승리대회에서 한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7.8.2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이날 협약식에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정미 정의당 당대표, 이학영·진영·유은혜·진선미·제윤경·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성장현 용산구청장, 정현찬 농림축산식품부 농정개혁위원장 등도 참석해 폐쇄 결정을 축하했다. 민주당 을지로위는 근 5년 간의 주민 투쟁에 힘을 보태왔다.

이학영 민주당 을지로위 위원장은 "애시당초 이런 일이 없었어야 했는데 시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장외도박장이 아무리 정부 산업이라지만 사행성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국회에서도 사행산업과 공공성의 조화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아이들의 학습권·시민들이 편하게 살 권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아이들이 교육받는 것이 돈벌이 다음이 아니냐고 얘기했던 정부와의 싸움에서 이겼다"고 치켜세웠다.

정현찬 농정개혁위원장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용산 장외발매소 문제 해결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로 나아가기 위한 한걸음"이라며 "새 정부가 추구해야 할 사회적 갈등해결의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27일 서울 용산구 화상경마장 추방농성장 앞에서 열린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를 위한 협약식'과 승리대회에 참석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7.8.2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27일 서울 용산구 화상경마장 추방농성장 앞에서 열린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를 위한 협약식'과 승리대회에 참석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7.8.2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한국마사회는 오는 12월 말까지 용산 화상경마장을 폐쇄하고 향후 경마장 건물을 매각할 계획이다. 한국마사회는 이날 △장외발매소 신설 시 도심 외곽에 교육 환경권 보호 △지역사회 동의 및 의견수렴 절차 강화 등 장외발매소 혁신방안 등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이양호 한국마사회 회장은 협약식에서 "공기업의 장으로서 1200억원 정도가 투자된 사업장을 폐쇄하는 결정을 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며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고 소통과 화합을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대승적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교육환경보호구역은 학교경계로부터 직선거리 200m 범위 안의 지역이다. 용산 화상경마장은 성심여중·고교와 직선거리로 약 235m 떨어져 있다.


d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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