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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없앤다고 놀란 어르신들 덕에 IMF 이후 환수율 최고

올해 1분기 175.4%·2분기 97.5% 이례적 급증
'동전 없는 사회' 홍보 효과…잔돈 충전 실적은 미미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2017-08-25 11:53 송고 | 2017-08-25 12:09 최종수정
 © News1 황기선 기자
 © News1 황기선 기자

"동전 없어진다는데 이제 못 쓰는 거 아닌가? 얼른 바꿔야겠네…."

잠들어 있던 동전이 대거 올해 상반기 은행으로 돌아왔다. IMF 외환위기 당시 한 푼이 아쉬워 돼지 저금통을 깨던 20년 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동전 환수율은 올해 1분기 175.4%, 2분기 97.5%를 각각 기록했다. 97년 외환위기 여파로 98년 1분기 1815.9%, 2분기 389.6%를 기록한 이후 찾아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급증이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환수율이 100%를 넘기는 것은 동전을 발행하는데 들어간 돈보다 은행으로 돌아온 돈이 더 많음을 의미한다.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적 충격으로 한 푼이 아쉬워 '돼지 저금통'을 깨야만 했던 시절에 어김없이 100%를 웃돌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1분기 동전 환수율은 101.6%였다.

동전 환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더 높게,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한은도 깜짝 놀랐다. 속내를 들여다보니 '동전 없는 사회' 시범 사업을 시작하며 동전이 아예 사라질 것을 우려한 시골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쌓아놓고 있던 동전을 내놨다는 얘기다.

한은 관계자는 "'동전 없는 사회' 시범 사업은 동전 사용을 줄이기 위함이지, 동전을 아예 없애겠다는 의도는 아니었는데 동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동전 환수율이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동전 없는 사회' 추진 계획을 밝히고, 올해 초부터 거스름돈을 선불카드에 충전하는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CU·세븐일레븐·위드미·이마트·롯데(백화점, 마트, 슈퍼) 등 전국 2만여 곳에서 가능하다.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은 기대와 달리 미미한 실적에 그치고 있다. 시범사업 시행 초기인 4월 20~30일 중 하루 평균 3만3000건에서 6월 1~10일 중 3만7000건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동전 없는 사회' 시범 사업은 여러 한계가 있다. 신용카드나 모바일 페이 등 전자결제수단이 보편화하면서 현금 사용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등 단기간 직원 교육 문제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대신 '동전 없는 사회'가 널리 홍보되면서 그동안 한은의 골칫거리였던 '동전 유통' 문제에 숨통이 트였다. 지난 한 해 동전 환수율은 16.2%로 한 해 동안 동전을 발행하는데 912억7100만원이 투입됐는데 환수액은 147억4400만원에 그쳤다. 동전을 100개 만들어 시장에 내보내도 은행으로 돌아오는 것은 16개에 불과했다.

한은은 조만간 동전 없는 사회 참여 업체를 확대하는 등 시범사업 범위를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거스름돈을 고객이 사용하는 체크카드에 충전하는 방식 등도 고려 중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급 결제 방식을 바꾸는 데는 여러 이해 관계자들이 얽혀 있어 급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진 않을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junoo5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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