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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차 순경을 도와주세요" 이틀간 모인 1억4000만원

취객 폭행 혐의로 송사…내부망 사연에 동료들 응원 몰려
"잘못한 것 맞지만 가혹한 현실 안타까워"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17-08-22 06:00 송고
서울 한 지구대의 지구대장인 A경정이 경찰 내부망에 작성한 글© News1
서울 한 지구대의 지구대장인 A경정이 경찰 내부망에 작성한 글© News1

"시민을 밀친 그 손으로 이제는 강력범을 잡도록, 사람의 생명을 살리도록, 제가 그 직원을 훌륭한 경찰관으로 키워내겠습니다."
지난 16일 저녁 경찰청 내부망에 서울 시내 한 지구대의 지구대장을 맡고 있는 A경정의 글이 올라왔다. 주점에서 난동을 부리다 체포된 취객이 지구대에서 다시 소동을 피우자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폭행을 한 혐의로 송사를 겪고 있는 지구대 소속 박모 순경이 소송 비용을 댈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상사의 간절한 부탁이었다.

22일 A지구대장의 글에 대해 동료 경찰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글이 게시된 지 며칠 안 돼 '힘내라' 힘내세요' '니맘 다 알아 응원한다'라는 응원의 댓글이 2000개가 넘게 달렸다. 글을 올린 지 이틀 만에 5730명의 동료 경찰이 1억4000만원을 모아줘 모금계좌를 예정보다 일찍 닫아야 했다.

앞서 서울서부지법은 지난달 초 특가법상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박 순경에게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7월 박 순경은 주점에서 난동을 부리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B씨가 지구대에서 술에 취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을 때리려고 하자 목 부위를 밀쳐 전치 5주의 상처를 입게 했다. 의도하지 않은 우발적인 행동이었다. 

하지만 실수라고 할지라도 분명 박 순경이 잘못을 한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고 결국 B씨는 박 순경을 고소했다. 혐의가 무겁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박 순경은 무조건 B씨와 합의를 해야 했다. 독직폭행의 경우 벌금형이 없이 징역형과 자격정지형만 있는데, 경찰공무원법상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받게되면 해임·파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재판 과정에서 박 순경은 B씨에게 5300만원(합의급 5000만원 병원비 300만원)을 주고 합의를 했다. 다소 과도한 합의금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박 순경은 경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 합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경찰직은 유지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돈'이었다. 200만원 남짓하는 3년 차에 접어든 순경의 월급으로는 한도까지 대출을 다 받아도 합의금에 모자랐다. 집안이 부유한 편도 아니었다.

지구대 선배들의 도움으로 겨우 합의금을 마련해 줬지만 돈을 써야 할 곳은 계속 늘어났다. B씨는 형사소송에 이어 손해배상액 4000만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민사사건 변호사에게 440만원의 선임비도 줘야했다. 

A지구대장은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경찰 후배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빚을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꼈고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리게 됐다. 그리고 그 안타까움은 동료 경찰들은 움직이게 했다. 

뉴스1과의 통화에서 A지구대장은 "박 순경이 분명히 잘못한 것은 맞다"라면서도 "한순간 실수로 많은 빚을 지게 된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소식만 듣고 이렇게 선뜻 지원해 준 동료 경찰들에게 감사드린다"라며 "박 순경이 큰일을 겪고 형사처벌에 경찰 내부에서도 징계를 받아 마음의 상처를 받았지만 동료들의 응원에 치유를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pot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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