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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빠른 인터넷은행? 비대면 인증 구멍에 대출 도용 우려

타인 휴대전화·신분증 확보하면 계좌개설·소액대출
본인 인증 강화하자니 인터넷은행 매력 반감 딜레마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 | 2017-08-20 15:58 송고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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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빠르다는 강점으로 흥행몰이를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가 날이 갈수록 본인 인증의 구멍을 드러내고 있다. 비대면 인증의 허점을 뚫고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계좌를 개설하거나 대출을 받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비슷한 일이 반복하고 액수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들이 아빠 신분증 가져다 가입·대출해도 몰라

20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최근 명의 당사자가 모르는 계좌, 소액 대출에 대한 신고가 10여 건 들어왔다. 자식이 부모의 명의를 몰려 가져다 계좌를 트거나 소액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실제로 드러났다.

카카오뱅크는 가입·계좌 개설 때 본인 명의 휴대전화 인증→신분증 촬영(자동 인식)→본인 명의 타행계좌 입금 메모 입력 등 3단계 절차를 거친다. 카카오뱅크 측에서 가입자의 타행 계좌에 1원을 보내는데, 이때 송금자명을 일종의 암호로 해서 3단계 때 적어내는 것이다.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보다는 가입·계좌 개설이 까다롭다. 휴대폰 인증 후 2단계는 사용자가 타행 계좌에서 케이뱅크로 입금하거나, 케이뱅크가 타행 계좌에 입금한 이름을 적어내거나(카카오뱅크와 동일), 신분증을 들고 영상통화를 하는 방식 중 선택하도록 한다. 상담원이 신분증 사진과 가입자의 얼굴을 비교하는 방식을 택하면 상담원이 고개를 돌려보라는 등의 요구를 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가입·계좌 개설이 완전 비대면이고 케이뱅크도 굳이 영상통화를 선택하지 않으면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이 내 휴대전화와 신분증을 갖고 있고, 타행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알고 있으면 속수무책으로 나도 모르는 내 명의의 인터넷은행 계좌가 생긴다는 얘기다.

카카오뱅크 소액대출(비상금대출)이 특히 사각지대다. 3단계 비대면 인증을 거쳐 가입·계좌개설을 해놓으면 소액대출은 사실상 '프리패스'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대출은 직장인 급여 소득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비상금 대출은 만 19세 이상이면 별도의 심사와 공인인증서 절차 없이 휴대폰 인증으로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출금은 카카오뱅크 계좌에 충전된다.

예컨대 대학생 아들이 아버지의 휴대전화와 신분증을 몰래 가져다가 아버지 명의로 카카오뱅크 계좌를 튼 뒤, 수십만원의 소액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아버지에게 걸리지 않고 그냥 편의점 ATM에 가서 돈만 찾으면 된다. 같은 방식으로 아예 자신의 정보를 대포통장 업자에게 팔아넘길 수도 있다.

◇인증 강화하자니 장점 사라지고…금융당국 예의주시

인터넷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비대면 실명확인 방식을 따르고 있다. 비대면 인증은 신분증, 기존 계좌, 영상통화, OTP 등 매체 확인, 생체 인증 중 2가지 이상을 거치도록 한다.

카카오뱅크는 이 중에서도 가장 간편하고 빠른 조합인 비대면 인증을 선택해 젊은 층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다고 분석한다. 속속 인증 구멍이 드러나고 있어 본인 인증을 강화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인증 장벽을 높이면 그만큼 인터넷은행의 매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당국도 카카오뱅크 명의도용 등 인터넷은행 보안 이슈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소액대출 명의도용 등 인터넷은행 보안 이슈를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며 "인터넷은행들이 간편한 본인 인증을 운용하면서도 명의도용 등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ri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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