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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전기차시대’의 도전, 준비 잘하고 있을까

| 2017-08-17 14:09 송고 | 2017-08-17 14:24 최종수정
© News1
미세먼지에 민감한 문재인 정부에서 기꺼이 들고 나올 만한 정책이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일 듯싶다. 그런데 정부의 전기자동차 보급 로드맵이 그려지지 않았는지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다. 탈원전 정책을 가동시키는데 모든 힘이 다 쏟아져 들어가는 모양이다.

최근 자동차와 관련하여 두 가지 소식이 이목을 끌었다. 첫째가 미국의 테슬라가 ‘모델3’ 전기자동차를 소비자들에게 인도하기 시작했다는 뉴스이고, 둘째는 현대자동차가 17일 여의도에서 수소차를 공개하고 대량생산체제에 들어간다는 소식이었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모두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 배출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21세기 자동차 문화의 관심사다.    
현대차의 수소차 사랑이 대단하지만, 지금 세계 자동차의 추세는 테슬라의 ‘모델3’이 기선을 제압하면서 ‘전기차시대’를 서둘러 예고하는 형국이다. 테슬라가 작년 3만5000달러(약 4000만원)의 가격을 붙여 ‘모델3’을 선(先)주문 받았을 때, 40만 명이 1000달러의 계약금을 내고 몰려들었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 폭등했으며 주가 총액이 100년 전통의 포드와 GM을 뛰어넘었다. 아직 연간 생산능력이 50만 대도 못 되는 테슬라의 가치가 1000만대 생산에 육박하는 GM을 제친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전기차의 미래를 말하는 게 아닐까.

사실 미국인들은 휘발유차를 좋아하는 백성이다. 넓은 국토와 풍부한 석유자원이 결합하여, 미국은 20세기에 ‘석유문명’과 ‘자동차문명’을 꽃피웠다. 포드가 ‘모델T’로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를 열어놓은 지 약 110년이 되었다. 그 후 세계 자동차 문명은 미국이 닦아놓은 길로 달려왔다.

그러나 휘발유와 디젤로 가는 내연기관차가 21세기 들어 흔들리기 시작했다. 화석연료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여 기후변화를 유발하고, 스모그(미세먼지)를 내뿜어 사람들의 건강에 큰 폐해를 준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불안의 틈새를 파고들며 ‘자동차 문명’에 파란을 일으킨 것이 전기차 회사 ‘테슬라’를 세운 일론 머스크다. 머스크의 비전은 단순히 전기자동차를 보급한다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에너지 문명의 전환을 모색하는 혁명적 발상이다.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저장하여 자동차 동력으로 바꿔 쓰는 기술혁명에 착안했고, 그는 이를 상업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테슬라’와 ‘솔라시티’를 창업했다.  
지금 세계의 자동차 제조 회사들은 전기차 연구개발에 골몰하고 있고, 주요국가 정부는 그 보급정책을 어떻게 짜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대부분 국가에서 가격이 비싼 전기차는 정부 보조금에 의지하여 보급되고 있다. 그렇지만 하이브리드카를 포함한 전기차 판매는 연간 자동차 총 판매량의 1%도 안 된다.

그러나 ‘시간은 전기차 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2015년 합의된 파리기후협정이 암시하듯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도시들은 스모그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 조류(潮流)를 선도하는 캘리포니아, 유럽, 중국이 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이다. 대기오염에 엄격하기로 유명한 캘리포니아는 말할 것도 없고, 근래 스모그에 시달리는 중국은 환경적, 산업적으로 전기차 보급에 국력을 쏟고 있다.

유럽은 폭스바겐의 배출조작으로 확산된 ‘디젤게이트’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운행 자동차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디젤차의 앞날이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사태 이후 디젤차 판매량은 올해 상반기 영국에서 10%, 독일에서 9%, 프랑스에서 7%가 감소했다.

내연기관차의 퇴출 계획을 유럽국가의 정부, 지방정부, 그리고 자동차 회사가 속속 발표하고 있다. 2025년부터 노르웨이는 전기차만 시판하고, 네덜란드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한다. 독일은 2030년부터 전기차만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영국과 프랑스는 2040년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BMW본사가 있는 뮌헨이 디젤차 운행 금지를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스웨덴의 볼보자동차는 2019년부터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을 발표했고, BMW도 2019년부터 소형 해치백 ‘미니’(Mini)를 전기자동차 생산체제로 바꾸기로 했다.

아직 판매 점유율 1% 미만인 전기차가 언제쯤 자동차의 주류가 될 수 있을까. 보수적인 분석가들은 높은 판매가격과 정부보조금 의존도 때문에 전기차는 오래 틈새 제품으로 남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미국의 불룸버그 에너지연구센터(BNEF)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5~2030년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가격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는 경제적 분석 전망치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이런 상황이 일어나면 전기차의 대량 소비와 생산 체제가 형성된다”고 예측했다.  

전기차가 주류(主流) 자동차로 전환된다면, 이건 단순한 변화가 아니다. 자율주행기술까지 결합하며 경제, 사회, 문화를 포괄하는 틀의 변화(Paradigm Shift)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 자동차 회사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그러나 이건 자동차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기 자동차 보급이 확대되면 충전시설 등 막대한 인프라시설이 수반되어야 하고, 전력 에너지의 공급체제가 잘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전기차 확대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탈원전 정책 추진을 놓고 에너지 수급 문제가 국민적 쟁점이 되고 있다. 정책 당국은 명료한 에너지 수급 청사진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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