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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적 개입·명퇴 예측 실패가 초등교사 임용절벽 불렀다

[팩트체크]정원 주는데도 '일자리 창출' 선발↑
공무원연금법 개정 영향 명퇴 수요예측 실패도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2017-08-16 06:05 송고 | 2017-08-16 09:10 최종수정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소속 학생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중장기 교원수급 계획 수립, 학급당 학생 수 OECD 평균 수준 감축 등을 촉구하며 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소속 학생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중장기 교원수급 계획 수립, 학급당 학생 수 OECD 평균 수준 감축 등을 촉구하며 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임용시험을 90일도 남기지 않은 예비 초등학교 교사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정부의 정책 실패를 규탄하고 있다. 지난 3일 17개 시·도 교육청이 사전예고한 '2018학년도 공립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 선발예정인원'이 도화선이 됐다.

초등교사 신규 임용규모가 지난해 6022명에서 3321명으로 거의 반토막 났다. 무려 2701명(44.9%)이나 줄었다. 중등교사 선발예정인원도 지난해 4066명에서 올해 3525명으로 13.3%(541명) 감소했지만 특히 초등교사 선발 규모 감소가 두드러졌다. '임용절벽'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예비 초등교사들은 "정부와 교육부가 눈앞의 고용률을 높이는 데만 혈안이 돼 그동안 필요한 인원보다 많은 교사를 선발해 왔다"라며 "중장기 교원수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6일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예비교사들의 이런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특히 최근 불거진 초등교사 임용절벽 논란은 과도한 정무적 판단이 개입하면서 필요한 인원보다 많은 교사를 선발해온 정책 실패의 탓이 가장 크다.

저출산으로 학생수가 감소하면서 정부는 전체 초등교사 정원을 줄여왔다. 2013년 15만595명이던 초등교사 정원을 2014년(14만9845명)과 2015년(14만9095명) 750명씩 줄였다. 2016년(14만8445명)에 650명을 줄인 데 이어 2017년(14만8245명)에도 다시 200명 줄였다. 4년간 총 2350명의 초등교사 정원을 감축했다.

정원 감축에 따라 시·도 교육청도 공립학교 초등교사 신규 선발인원을 줄였다. 2014학년도에는 전국적으로 7246명의 초등교사를 선발했지만 2015학년도에는 7062명, 2016학년도에는 6591명, 2017학년도에는 6022명으로 선발인원을 줄여왔다.

신규선발 축소규모가 2015학년도 184명에서 2016학년도 471명, 2017학년도 569명으로 계속 늘었다. 올해는 지난해 임용시험 공고 때에 비해 무려 2701명(44.9%)이나 줄어든 3321명만 선발하겠다고 사전예고해 교대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렀다.

◇정원 감소에도 선발인원 늘렸다 임용대기자 급증하자 임용절벽 불러

전국적으로는 초등교사 정원 축소에 따라 선발인원을 줄이고 있지만 일부 시·도 교육청은 오히려 선발인원을 늘렸다. 교대생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직접적 계기가 된 서울시교육청이 대표적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014학년도 990명이던 초등교사 선발인원을 2015학년도에는 600명으로 39.4%(390명) 축소했다. 그런데 2016학년도에는 전년보다 60.0%(360명) 증가한 960명을 새로 선발했다. 전년도에 줄인 선발인원을 거의 원상복구했다.

전국적으로는 초등교사 정원 감축에 따라 신규 선발인원을 계속 줄여왔는데 서울시교육청은 거꾸로 간 셈이다. 서울의 초등교사 정원은 2015학년도 150명, 2016학년도 381명, 2017학년도 351명 줄었다.

2017학년도에는 846명을 신규 선발하겠다고 공고해 전년보다 모집인원을 114명(11.9%) 줄였다. 그래도 2015학년도(600명)보다 많은 선발인원이다. 2017학년도에도 실제 필요한 인원보다 더 많은 교사를 뽑은 것으로 볼 수 있다.

2016학년도에 보인 거꾸로 행보는 지금까지 서울시교육청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필요한 인원보다 더 많이 뽑으면서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발령을 받지 못한 초등교사가 증가했다. 임용시험에 합격하고 최대 3년 안에 발령을 받지 못하면 합격이 취소된다.

서울의 경우 2017학년도 임용시험에 합격한 813명은 물론이고 2016학년도 임용시험에 합격한 922명 중에서도 60%에 가까운 539명(58.5%)이 아직 발령을 받지 못했다. 올해 임용절벽은 더 이상 발령대기자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셈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400여명 정도면 적정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846명 선발 공고를 냈다"며 "청년 일자리 창출 때문에 정부에서 과도한 정무적 판단이 개입하면서 임용절벽을 불렀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으로 명예퇴직 급증했다 급감한 것도 한 원인

정책 실패뿐 아니라 수요예측 실패도 임용절벽을 부른 한 원인이다. 신규임용 선발인원은 명예퇴직, 정년퇴직, 휴직 등 수요(결원)예상인원과 복직 등 공급예상인원을 고려해 정한다. 특히 수요예측이 어려운 게 명예퇴직이다. 

초·중·고 등 전체 공·사립 교사들의 명예퇴직은 2013년 5370명에서 2014년 5533명, 2016년 8931명으로 급증하다가 2016년 5397명, 2017년 3652명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공립 초등학교 교사 가운데 명예퇴직자도 1812명에서 2098명, 2015년 3029명으로 증가했다 2016년 1525명, 2017년 1031명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4~2015년 명예퇴직 교사가 급증한 데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추진되자 명예퇴직 신청자가 급증했다.

2013년 5946명이어던 명예퇴직 신청자가 2014년 1만3376명, 2015년 1만6768명으로 늘었다. 2015년 5월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되고 같은해 12월 사학연금법도 개정되면서 2016년 명예퇴직 신청자는 6498명으로 줄었다.

공립 초등교사의 명예퇴직 신청도 2013년 2010명에서 2014년 5173명, 2015년 5957명으로 증가했다. 공무원연금법 시행 이후인 2016년에는 1930명으로 2013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2014~2015년 명예퇴직자 수를 고려해 2016학년도 신규 선발인원을 잡았다면 갑자기 줄어든 명예퇴직자 때문에 낭패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초등교사와 중등교사의 선발시스템이 다른 것도 작용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중등은 올해 공석이 생기면 올해는 일단 기간제 교사로 보충하고 내년에 새로 뽑는다. 반면 초등은 사전에 예상해서 선발하는 시스템이라 문제가 더 크게 불거진 것 같다"고 말했다.
중등교사 임용시험 준비생들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안정적인 교원 수급정책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뉴스1 © News1 임준현 인턴기자
중등교사 임용시험 준비생들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안정적인 교원 수급정책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뉴스1 © News1 임준현 인턴기자

◇감사원도 "선발가능한 인원보다 더 뽑아 임용대기자 발생"

초등교사 과잉 선발은 감사원의 교육부 감사에서도 문제가 됐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교육청마다 '신규교원 선발인원 산출지표'가 들쭉날쭉이었다. 세종교육청은 4개 지표만 반영한 반면 충남교육청은 10개 지표를 반영했다.

감사원은 교육부와 표준산출지표를 만들어 선발인원의 적정성을 검토했다. 17개 시·도 교육청은 2016년과 2017년에 선발 가능한 인원보다 각각 839명과 533명을 초과한 초등교사 선발계획을 마련했다.

서울교육청은 2017학년도 초등교사를 신규 선발하면서 실제 선발 가능한 인원보다 147명(21.0%)을 초과해 선발했다. 충북교육청도 선발 가능인원은 218명인데 134명(61.5%) 초과한 352명을 선발했다. 

그 결과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그 해에 임용되지 못하는 등 지속적으로 임용대기자가 발생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2015학년도에 선발한 초등교사 6152명 중 14.1%인 870명이 그해에 임용되지 못하고 2016학년도에 임용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7년 3월 현재 공립 초등학교 신규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발령을 받지 못한 임용대기자는 전국적으로 3817명에 달한다. 서울(997명)과 경기(927명)가 전체 임용대기자의 절반인 1924명(50.4%)을 차지한다.

◇전국 평균 경쟁률은 1.2대1…'임용절벽' 논란 과하다는 지적도

하지만 지금의 초등교사 임용절벽 논란이 과하다는 지적도 교육계 일부에서는 하고 있다. 한 사범대 교수는 "중등교사 임용시험은 합격률이 10%에 불과하다"며 "초등교사 임용시험 경쟁률은 1.2대 1 수준인데 특정 지역을 갖고 '임용절벽'이라고 하는 건 좀 지나친 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2017학년도의 경우 공립 초등교사 임용시험 경쟁률은 전국적으로 1.19대 1이다. 광주가 4.05대 1로 경쟁률이 가장 높고 이어 세종(2.07대 1) 대구(2.06대 1) 부산(2.03대 1) 서울(1.84대 1) 경기(1.36대 1) 순이다.

반면 강원(0.49대 1) 충북(0.56대 1) 충남(0.48대 1) 전남(0.70대 1) 경북(0.73대 1)은 미달 사태가 일어났다. 이들 지역은 올해뿐 아니라 3연 연속 지원자가 모집인원보다 적었다.

한상윤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장은 "근본적으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학급당 학생수를 낮추고 교대 입학생 수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정책 실패, 수요예측 실패로 임용절벽 논란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교대 정원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역 유인책 같은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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