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국내 3위 '대우건설' 매각 청신호…CEO 리스크 ↓

매각 주관사 지난주 매도자 실사 시작, 중동쪽 관심 ↑
노조 갈등에 박창민 사장 매각 우려 자진 사퇴

(서울=뉴스1) 진희정 기자 | 2017-08-15 07:00 송고
서울 종로구 신문로 대우건설 본사 안내판
서울 종로구 신문로 대우건설 본사 안내판

 
대우건설 매각에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주부터 대우건설 매도자 실사가 시작된 가운데 노조와 갈등을 빚었던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의 자진사퇴로 매각작업에 걸림돌인 'CEO 리스크'가 제거돼서다.

15일 KDB한국산업은행과 대우건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대우건설 사장에 취임한 박 사장은 최근 선임절차에 대한 논란에 휩싸이면서 매각작업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 자진사임을 결심했다. 대우건설은 광복절을 지내고 오는 16일부터 송문선 CFO 경영 체제를 가동할 예정이다.

산은은 미래에셋대우와 BoA메릴린치, 법률자문사 법무법인 세종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했다. 산은 관계자는 "지난주 매각주관사와 킥오프미팅을 가졌다"며 "국내외 인수자를 찾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 곳의 기관은 대우건설의 정확한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기업실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산은은 매도자 실사를 거친 후 오는 9월말 공고를 내고 예비입찰, 본입찰을 차례로 진행한다.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은 내년 3월 말이다. 매각 대상은 KDB밸류제6호 유한회사를 통해 들고 있는 대우건설 지분 50.75%(2억1000만주)다.

이 과정에서 건설기업노조는 지난 9일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은에 대한 감사청구를 제기했다. 박 사장 선임에 최순실이 적극 개입한 정황이 박영수 특검에 의해 밝혀진 만큼 현 체제에서 매각을 진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 사장은 노조가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고 매각 중단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임 움직임을 보이자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지난해 8월 대우건설 사장에 취임하고 회계이슈를 마무리 지으며 상반기 4780억원의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양호한 경영성과를 냈지만 선임절차 논란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CEO 사퇴로 '리스크'가 제거된 대우건설은 우수한 수주실적과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국내외 인수자들의 러브콜이 예상된다.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대우건설은 주택경기 호조로 89조1000억원의 실적평가액을 기록했다. 전년 평가액(84조6000억원)에 비해 5.3% 늘리며 순위도 한단계 끌어올려 3위를 차지했다. 주택공급도 7년 연속 1위다.

일각에선 국내 건설사 가운데 전략적·재무적 투자자로 몸집이 큰 대우건설을 노릴 가능성은 없다고 평가하면서도 SK건설과 호반건설 등의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거론한다. 하지만 국외 인수가 더 유망하다는게 투자은행(IB)쪽의 시각이다.

실제 사우디 최대 기업인 정유업체 아람코는 여러 차례 대우건설에 관심을 표해 왔다. 대우건설은 사우디와 이라크, 알제리, 카타르 등에 진출해 꾸준히 건축·토목 실적을 쌓은덕에 중동지역에서는 높은 인지도와 평판을 보유하고 있다. 사우디에 본사를 둔 아람코가 대우건설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다.

IB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중국 등에서도 관심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중동쪽이 더 커졌다"며 "쌍용건설의 사례가 있어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쌍용건설은 '두바이투자청(ICD)'에 매각돼 3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각절차와 상관없이 대우건설은 연간 영업이익 1조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8·2부동산대책으로 주택 경기 둔화가 우려 되지만 견조한 주택부문 실적과 베트남 하노이 신도시 1차 분양 실적 등의 호재가 있어서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주택 분야 호조와 오만 두쿰 공사 수주, 베트남 실적 반영 등으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달성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며 "3분기도 매출 3조원, 영업이익 2440억원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한편 대우건설 직원들은 매각에 큰 동요가 없는 모습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매니저급 직원들은 이번이 4번째 매각이기 때문에 동요 없이 맡은 업무에 임하고 있고, 사원들도 자금력 있는 인수자를 주인으로 맞아 안정적인 경영에 돌입하길 바라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우건설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자산관리공사(캠코)에 넘어가 2000년 워크아웃 절차를 밟았다. 2006년 시공능력평가 1위 자리까지 올라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주인으로 맞았지만 그룹이 위기를 겪으면서 다시 '주인 없는 회사'로 지내오다 현재 산은이 최대주주다.


hj_jin@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