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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는 '마초밸리'…젠더 감수성 멀었다

여성 임직원 인사·임금 불이익
부족한 젠더 감수성…'반복적 성추문'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2017-08-13 17:46 송고 | 2017-08-13 17:47 최종수정
실리콘밸리의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마초적 문화 쇄신 필요성이 또 한 번 제기됐다. (자료사진)© News1
실리콘밸리의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마초적 문화 쇄신 필요성이 또 한 번 제기됐다. (자료사진)© News1

지난 2월. 우버가 실리콘밸리의 화제가 됐다. 좋지 않은 쪽으로였다. 퇴사한 수잔 파울러 전 엔지니어가 자신의 블로그에 폭로 글을 올린 것. 고위직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회사에 고발했는데도 사측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며 '대충' 넘어가려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실리콘밸리보다 '바깥 세상'이 더 분노했다. 파울러의 폭로를 시작으로 연이어 쏟아져나온 성추문 보도에 '혁신의 상징'으로 불렸던 실리콘밸리가 사실 성(性) 다양성 측면에서는 한참 뒤쳐져 있다는 본격적인 비판을 받게 됐다. 

이번에 특히나 문제가 된 우버를 비롯, 구글과 애플 등 다수 기업이 보고서까지 발간하며 기업문화 쇄신에 힘쓰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눈에 띄는 진전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남성중심적 문화…"여성 임직원 인사·임금 불이익"

멜리사 베첼러 완커는 지난 8일(현지시간) 로스엔젤레스타임스(LAT)를 통해 "여성 고위직 중 성공한 사람에게조차 '부스러기'만 허락됐을 뿐, 실제 '테이블'에 앉을 기회는 없었다"며 자신이 5년 전 구글에서 근무할 때 부당하다고 느낀 점을 털어놨다.

그는 "여성 고위직이 여럿 존재하는 부서는 '여성적 영역'이라 불리는 홍보(PR)나 인사 등 비(非)기술 관련"이라며 "이는 감독·협업을 하는 주요 부서가 아니라 지원 부서인 곳이고, 때문에 남성들이 득시글거리는 '권력 통로'에 접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공개된 '2017 구글 다양성 보고서'에 따르면 아직도 구글 내 여성 임원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지난해보다 겨우 1%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구글과 함께 2014년부터 꾸준히 성별 격차를 줄이려고 노력했다는 애플 역시 고위직 여성 비율은 19%에 그쳤다. 올해 3월 처음 다양성 보고서를 공개한 우버에서도 여성 임원진은 10명 중 2명 정도인 22%였다.

같은 달 미 노동부는 구글이 관행적으로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임금을 덜 주고 있다며 진상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노동부는 구글 측에 직원 8000명의 임금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구글에서 거부해 소송 중인 상태다.

◇부족한 '젠더 감수성'…만연한 성추문

실리콘밸리에 '젠더 감수성'(다른 성별의 입장이나 사상을 받아들여 이해하려는 성질)이 부족해 성추행 등 문제가 만연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남성이 절대 다수인 상황에서 여성의 기준으로 "부당하다"고 문제 제기를 해도 사측은 이를 별일 아닌 일로 치부하거나 묵과한다는 비판이다.

지난 6월 우버의 설립자인 트래비스 칼라닉 최고경영자(CEO)가 성추문 논란으로 퇴임한지 하루만에 우버 내 '사내 문제 쇄신 회의'에서 데이비드 본더만 이사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성차별적 문제를 해결하자고 모인 자리에서 본더만 이사는 "여성 이사가 늘어나면 이사회가 수다스러워지기만 할 것"이라는 차별적 발언을 '가볍게' 내뱉었다. 구설에 오른 그는 결국 사퇴했지만, 실리콘밸리 내 얼마나 성차별적 언행이 일상화돼있는지 알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르기도 했다.


seung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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